식약처, 수사기관 전환 시동…의료용 마약 직접 잡는다
프로포폴·펜타닐 겨냥 ‘핀셋 수사’로 오남용 뿌리 뽑는다
특사경 5명 추가 배치…하반기부터 수사 체계 본격 가동
법령 개정·조직 정비 완료…전문 인력으로 실효성 확보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7-02 06:00   수정 2025.07.02 06:01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가 기존 단속 중심에서 직접 수사에 나서는 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을 신규 충원해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전문 수사조직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는 식약처가 단속기관에서 수사기관 역할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3월 개정된 사법경찰직무법은 식약처가 의료용 마약류에 대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으며, 5월 ‘식약처 직제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특사경 증원 근거도 마련됐다. 식약처는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중 특사경 5명을 신규 충원해 총 29명의 인력으로 마약류 전담 수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해당 인원은 위해사범중앙조사단 중심으로 편제되며, 프로포폴·펜타닐·메틸페니데이트 등 주요 품목 오남용 실태를 직접 추적·수사하게 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기존 조사단 인력을 대상으로 전환 교육을 진행 중이며, 충원 인력은 의료용 마약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선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 단속이 아닌, 수사 권한을 바탕으로 보다 능동적이고 신속한 현장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의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제도 정비 차원을 넘어, 실제 사건을 통해 드러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지난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복수의 병원을 돌며 프로포폴과 미다졸람을 반복적으로 처방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이처럼 의료용 마약류는 비의도적 사고 뿐 아니라 오남용·불법 유통 연결고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실제로 식약처는 2024년 한 해 동안 의료용 마약류 취급기관 433곳을 점검해 이 중 188곳에서 위반 사항을 적발, 수사기관 및 행정당국에 처분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직접적인 수사 권한이 없어, 신속한 조치에 한계가 있었다.

올해부터는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식약처는 ‘프로포폴 셀프 처방 금지’, ‘펜타닐·메틸페니데이트 투약내역 의무 확인’ 등 규제 정비를 잇따라 추진하고 있으며, 수사권을 확보한 지금은 규제-수사-처벌이 하나의 연계된 시스템으로 작동할 수 있게 됐다.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는 공무원에게 제한적인 수사권을 부여해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활용한 수사를 가능케 하는 제도다. 식약처의 특사경은 그동안 위해식품, 불법 의료기기, 불법 의약품 유통 등 ‘위해사범’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이번 수사권 확대를 계기로 의료용 마약이라는 고위험 분야에까지 직접적인 개입이 가능해졌다.

식약처 특사경이 수사에 나서게 되면, 경찰이나 검찰 중심이었던 기존 수사 체계에 ‘의약품 안전 전문기관’이라는 새로운 축이 더해진다. 특히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유통 추적, 처방 내역 분석, 취급자 교육 등 전반적인 정보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수사에 있어도 다른 기관보다 정밀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의료계와 법조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문제 해결 전환점”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 한 종합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진료 과정에서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 의약품 반복 요청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전에는 행정적 처벌에만 의존했지만, 수사권이 생기면 보다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통 과정에서 병원 간 처방 중복을 악용한 ‘의료쇼핑형 마약 남용자’에 대한 추적도 식약처 특사경이 맡게 될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단속이 아닌 수사로, 적발이 아닌 예방으로 나아가는 단계”라며 “수사 이후 재범 방지를 위한 통합 대응 체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용 마약류는 약물의 필요성과 위험성이 공존하는 영역이다. 수많은 환자에게 필요한 약물이지만, 한순간의 누락이나 허술한 관리로 인해 사회적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사권을 확보한 식약처의 행보는 단순한 행정 조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다.

마약류 문제에 있어 예방과 통제, 수사와 처벌은 모두 연결돼 있다. 식약처가 직접 수사에 나섬으로써 의약품 관리 시스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하반기 특사경 활동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