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복합제…고혈압약 시장, 조용한 세대교체 시작
복약 순응도·편의성 잡은 ‘저용량 3제’, 시장 바꾼다
수입 오리지널 약의 견고한 성벽…처방 1위는 ‘딜라트렌’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7-02 06:00   수정 2025.07.02 06:01
수입 단일제가 주도하던 고혈압 치료 시장이 복약 편의성과 전략적 병용을 앞세운 국산 복합제로 조용히 재편되고 있다. © DALL.E

고혈압은 대한민국 중장년층이 많이 겪는 만성질환 중 하나다. 단순한 혈압 수치 관리에서 나아가, 뇌혈관질환·심부전·신부전 등 다양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핵심 치료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웰에이징’이 사회적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고혈압 관리의 중요성은 건강검진과 만성질환 클리닉을 중심으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약을 어떤 방식으로 오래,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지가 중장년층에게는 생애 건강관리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기준이 된다.

현재까지 국내 고혈압 치료제 시장은 외국계 오리지널 제품, 즉 수입 단일제 중심으로 형성돼왔다. 하지만 복합제 중심의 국산 약물들이 점차 존재감을 키우며, 국내 고혈압 치료 시장은 단일제 중심의 수입 구조에서 환자 맞춤형 복합 구조로 이동하는 중이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판이 바뀌고 있다.

여전히 강력한 수입 오리지널… 딜라트렌은 넘을 수 없는 벽?
수입 고혈압 치료제 중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단연 로슈(Roche)의 ‘딜라트렌(카르베딜롤)’이다. β차단제 계열로 심장 보호 효과까지 인정받으며, 2023년 원외 처방액 715억 원을 기록해 수입 고혈압 치료제 중 압도적 1위에 올랐다. 특히 고령 환자나 심부전 병용 환자에서 선택 빈도가 높으며, 처방 지속 기간도 긴 편이다.

그 뒤를 잇는 ARB 계열 수입 오리지널도 강세다. 살로탄(로사르탄)이 연간 277억 원, 올메텍(올메사르탄)이 월 평균 78억 원, 디오반(발사르탄)이 월 평균 73억 원, 노바스크(암로디핀)이 월 평균 59억 원 등을 기록했다.

이들 약물은 오랜 임상 사용 경험,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 안정적인 효과 덕분에 여전히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를 받고 있다. 특히 개원가에서는 “안정된 혈압 조절 결과와 약효 유지 기간”을 이유로 수입 단일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문제도 있다… 공급 지연·가격 불안정, 복합제로 환자 이동 가속화
그러나 수입 고혈압약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사이 공급 차질 및 가격 불안정성이 반복되며 의료현장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딜라트렌은 2023년과 2024년 사이 일시적 수급 불균형이 발생해 병의원과 약국 현장에서 품절 이슈가 반복되었다. 노바스크와 디오반 역시 원료수급과 해외 생산일정 문제로 인해 공급 지연 또는 대체품 안내가 빈번히 발생한 바 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입약의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것도 문제다. 특히 희귀의약품이나 고가 항고혈압 치료제는 급여상한가 조정이 늦어지면서 환자 부담이 증가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처럼 브랜드 파워와 임상적 신뢰도는 여전히 높지만, 가격·공급 측면의 불확실성은 수입 고혈압약의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수는 자연스럽게 처방권을 국산 복합제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국산 복합제 정밀 진격… 단순 병합에서 전략적 병용으로
수입 단일제의 틈을 파고드는 국산 복합제의 약진은 매우 눈에 띈다. 그 중심에는 한미약품의 ‘아모잘탄 패밀리’가 있다. ARB(로사르탄)와 CCB(암로디핀)를 기본으로 한 이 복합제는 2023년 누적 처방 매출이 1조 2672억 원에 달하며, 단일 품목군 기준 국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24년 상반기만 해도 766억 원 이상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25년부터 본격 시장에 진입한 ‘아모프렐’은 고혈압 치료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ARB, CCB, 이뇨제를 저용량으로 조합한 이 복합제는 기존 2제 요법보다 더 정밀한 혈압 조절을 가능하게 하며, 복약 순응도와 부작용 최소화까지 고려된 고령자 중심 전략형 제품이다.

여기에 대웅바이오, 보령, 종근당 등도 병포장, OD정, 캡슐형 등 다양한 형태의 복합제를 잇따라 출시하며, 복약 편의성과 시장 세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변화는 특히 노년 환자들의 복약 부담 완화와 복용 유지율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5년 이후, 고혈압 치료제 시장은 어디로 향할까?
전문가들은 2025년 이후의 고혈압 치료제 시장을 관통할 핵심 키워드로 ‘복합제’, ‘저용량’, ‘순응도’, ‘편의성’을 꼽는다. 과거에는 단일제 위주의 계단식 치료(step-up therapy)가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초기부터 두 가지 이상의 약제를 함께 투여해 빠르고 안정적인 혈압 조절을 유도하는 전략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수입 단일제 중심의 기존 시장 주도권이 점차 국산 복합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복합제를 활용한 초기 치료는 1제 요법보다 환자의 혈압 목표 달성률이 높고, 복용 횟수를 줄여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데에도 유리하다. 특히 약물에 대한 인식과 순응도가 낮은 일부 고령층에게는 복합제의 장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에 따라 수입 단일제는 여전히 안정적인 수요층을 유지하겠지만, 앞으로는 복합제 중심의 다변화된 처방 패턴 속에서 그 비중이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국산 복합제가 가격, 제형, 효능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고혈압 치료제 시장의 주도권은 오리지널에서 최적화된 조합으로 넘어갈 수 있다.

‘브랜드’보다 중요한 건 ‘환자 맞춤형 조합’
고혈압은 단순히 혈압 수치를 낮추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합병증 위험을 줄이고, 전신 건강을 지키는 방향으로 치료 전략이 정교화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이름 있는 약’보다, ‘내게 맞는 조합’이 더 중요해진 시대다.

현재까지는 수입 오리지널 단일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복합제의 부상은 단순한 대체가 아니라 치료 전략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앞으로 웰에이징을 실현하려는 환자들에게 있어 중요한 질문은 “무슨 약을 먹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조합되어 있느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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