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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고혈압 치료제 등장이 머지않았다. RNA 간섭(RNA interference, RN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치료제가 생체 내 유전자 발현을 직접 조절함으로써 고혈압의 근본 원인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매일 약을 복용하던 기존 치료 방식에서 벗어나, 한두 차례 주사만으로 몇 달간 혈압을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접근법이 현재 임상시험 후기 단계에 진입했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RNAi 기반 고혈압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침묵(Silence)'시켜 질병의 원인을 유전자 수준에서 차단하는 방식으로, 단순한 증상 억제와는 차별화되는 근본 치료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RNAi는 세포 내에서 특정 유전자에 해당하는 mRNA를 분해함으로써 단백질 발현을 차단하는 자연적 생물학적 기전이다. RNAi는 1998년 발견, 이 공로로 앤드루 파이어(Andrew Fire)와 크레이그 멜로(Craig Mello) 교수는 200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 기술은 이후 다양한 유전자 질환 및 단백질 과발현 관련 질환에 적용되며 치료 전략으로 발전해왔다.
고혈압 치료에서는 혈압 상승의 핵심 경로인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AAS)'의 초기 단계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안지오텐시노젠(Angiotensinogen, AGT)'을 타깃으로 한다. AGT는 간에서 대부분 생성되며, 이 물질이 레닌에 의해 분해되면 결국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높이는 안지오텐신 II로 이어진다.
RNAi 치료제는 바로 이 AGT 유전자의 mRNA를 분해해, 단백질 자체의 생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RAAS 경로 전체를 조절하게 된다. 이는 기존 ACE억제제나 ARB(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처럼 경로 중간이나 말단을 차단하는 방식과는 본질에서 다른 접근이다.
'질레베시란' RNAi 기반 고혈압 치료의 선두주자
미국 RNAi 신약개발 기업 앨나일람 파마슈티컬스(Alnylam Pharmaceuticals)와 로슈(Roche)가 공동 개발 중인 '질레베시란(Zilebesiran)'은 현재 가장 앞선 RNAi 기반 고혈압 치료 후보물질이다. 간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GalNAc(갈락토사민) 수식 siRNA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질레베시란은 피하주사 형태로 투여되며, 1회 주사로 3~6개월간 지속적인 혈압 감소 효과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2023년 발표된 2상 임상시험(KARDIA-1)에 따르면, 질레베시란은 150~600mg 단회 혹은 분기별 피하 투여를 통해 24시간 평균 수축기 혈압(SBP)을 최대 17mmHg까지 감소시켰다.
같은 해 진행된 KARDIA-2 연구에서는 기존 항고혈압제(인다파미드, 암로디핀, 올메사르탄)와 병용했을 때도 추가적인 혈압 강하 효과가 확인됐다. 특히 투여 6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유의미한 혈압 감소 효과가 유지되었으며, 중대한 부작용 없이 우수한 내약성을 보였다.
부작용으로는 주사 부위의 일시적인 반응, 경증 고칼륨혈증 등이 일부 관찰됐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기존 치료제 대비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률은 낮은 편이다. 이 결과는 RNAi 치료제의 안전성과 지속 효과를 동시에 입증한 중요한 근거로 평가된다.
지난 5월 해당 임상 2상 심층 연구결과가 의학 학술지 JAMA에 '혈압 조절이 어려운 고혈압 환자 대상 질레베시란 병용요법 평가: KARDIA-2 임상시험 결과(Add-On Treatment With Zilebesiran for Inadequately Controlled Hypertension: The KARDIA-2 Randomized Clinical Trial)'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임상을 주도한 미국 브리검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심장내과 악셰이 데사이(Akshay Desai) 교수는 "질레베시란은 반년에 한 번의 주사만으로도 혈압 조절을 가능하게 한다"면서 "특히 다약제 복용이 어렵거나 조절이 잘 안 되는 환자에게 유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질레베시란은 대규모 3상 임상시험(KARDIA-3)이 개시됐다. 3상은 심혈관계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적인 심혈관 사건(CV event) 예방 효과까지 분석할 예정이다.
'RN1871' 아시아권 RNAi 고혈압 신약 도전
중국 바이오텍 로나 테라퓨틱스(Rona Therapeutics)도 AGT를 타깃으로 하는 RNAi 치료제 'RN1871'을 개발 중이다. 지난 4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RN1871은 질레베시란과 마찬가지로 GalNAc-siRNA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며, 연 1회 투여를 목표로 설계됐다. 로나 테라퓨틱스에 따르면, 전임상 동물모델 연구에서는 안정적인 AGT 억제 효과와 장기 혈압 감소가 확인됐다. 간 독성이나 면역반응 등 안전성 우려는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현재 RN1871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초기 안전성 및 약물동태(PK) 평가 단계에 있으며, 향후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확장 임상이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RN1871의 개발 속도와 기술력에 주목하며, 앞으로 아시아권 RNA 치료제 경쟁 구도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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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i 기술이 바꾸는 고혈압 치료…만성질환으로 확장 중
RNAi 기반 고혈압 치료제의 등장은 만성질환 치료의 전체 구조를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 경구제 중심 일일 복약 구조에서 연간 1~2회 주사만으로 치료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간헐 투여형 유전자 조절 치료로 전환이 시작됐다.
이는 복약 순응도가 낮아 치료 이탈률이 높은 고혈압 질환군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WHO는 고혈압 환자의 50% 이상이 약물 복용을 중단하거나 불규칙하게 복용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고 발표했다. RNAi 치료제가 이러한 순응도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지닌 것이다.
또한 RNAi는 화학합성 의약품 대비 구조적으로 간결하며, 타깃 특이성이 높고 전신 독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간세포 특이적 전달이 가능해진 GalNAc-siRNA 기술은 간에서 생성되는 단백질 타깃 질환에서도 높은 활용도가 기대되고 있다.
RNAi 기술은 AGT 외에도 다양한 간 유래 단백질(ApoC3, PCSK9, TTR 등)을 표적하는 RNAi 치료제들이 고지혈증, 심부전, 아밀로이드증, 비알코올성지방간(NASH) 등 다양한 만성질환에 적용되고 있다.
실제 앨나일람은 6개의 siRNA 기반 치료제를 이미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심혈관,간, 신경계 질환을 포괄하는 파이프라인을 지속해서 확장 중이다. RNAi 기술이 단일 타깃 치료제를 넘어 유전자 조절 기반의 플랫폼 치료 기술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RNAi 치료제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장기 안전성 확보와 심혈관계 사건 감소 등 실제 임상적 효용성 증명이 필요하다. 질레베시란 3상 결과가 이러한 부분을 판가름할 중요한 기준이 될 예정이다.
또한 연간 1~2회 주사 투여라는 투약 편의성은 매력적이지만, 가격과 접근성 측면에서 보험 급여 정책과 경제성 평가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악셰이 데사이 교수는 "RNAi는 고혈압을 포함한 만성질환의 치료 개념을 치료에서 조절로, 조절에서 침묵으로 변화시키는 전환점에 있다"라며 "유전자 수준에서 질병을 끄는 기술은 기존 약물이 미치지 못한 경로까지 도달할 수 있는 생명공학의 궁극적 형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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