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소개> 유덕주 유덕경희한의원 원장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방재활의학을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으며 대한한방재활의학과학회 평생회원 및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통증 및 재활의학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유덕주 원장은 현재 경기도 안양시 소재 유덕경희한의원 대표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 들어가는 글 우리 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 고혈압은 더 이상 특별한 질환이 아니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적인 건강 이슈가 되었습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고혈압 진단을 받고 있습니다. 고혈압의 진단은 보통 병원,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혈압계로 이루어지는데요, 수치가 수축기 기준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기준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혈압검사의 특성 상 측정시의 컨디션이나 감정상태 등으로 수시로 변동이 있을 수 있으니 한번의 수치로는 바로 고혈압으로 단정하여 진단내리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안정된 상태에서의 여러번 반복측정 시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기준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면 합병증의 예방을 위해서 치료가 필요할 수 있겠습니다. 고령인구 중 상당수는 이완기 혈압은 정상이나 수축기 혈압만 140mmHg보다 높은 ‘노인성 고혈압’ 유형에 해당하고, 이를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Isolated Systolic Hypertension)이라고 부릅니다. 노인은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에 비해 혈관탄력성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혈압의 변동성이 크고, 심부전, 뇌졸중, 만성신부전 등 합병증 위험이 크기 때문에 보다 정교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한의학에서는 고혈압을 혈압 수치만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개인의 체질, 장부의 균형 상태, 기혈의 흐름, 감정 변화 등 전체적인 생리학적 조화가 깨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이해하며, 이에 따라 체질에 맞는 맞춤형 관리를 중시합니다. 이러한 체질과 생활관리를 통해서 실제로 고혈압 증상이 개선되어 수년간 번거롭게 먹던 혈압약을 줄이거나 끊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는 만큼 일상생활에서 한의학적 관리법을 실천하셔서 삶의 질 향상과 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노인성 고혈압의 병리와 한의학적 관점 먼저 서양의학에서는 노인성 고혈압을 혈관의 구조적 변화와 자율신경계 및 전신 장기 기능 저하를 중심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 혈관의 탄력 저하 : 나이가 들수록 동맥벽, 특히 대동맥의 탄력섬유가 감소하고 섬유화가 진행되면서, 혈관이 단단해지고 탄력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심장이 수축할 때 발생하는 압력을 혈관이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상승하게 됩니다. - 신장기능 감소 : 노화에 따라 나트륨 배설 능력이 떨어지며, 체내 염분과 체액이 증가해 혈압을 높입니다. - 자율신경계 조절 능력 저하 : 심혈관계의 반사기전이 둔화되어 체위 변화 시 혈압이 불안정하게 변동합니다. - 심박출량 증가 또는 말초저항 증가 : 동맥경화가 진행되면서 말초혈관 저항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혈압이 유지되기 어려워집니다. 또한 활동량이 감소하고, 기초대사량이 낮아지며 비만하게 되는 경우 이를 유지하기 위해 심박출량을 더욱 증가시킴으로써 고혈압을 유발시키게 됩니다. - 생활습관 요인 : 오랜 기간 축적된 염분 과다 섭취, 운동 부족, 과음·흡연,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고령기 혈압 상승을 유발합니다. 특히 노화에 따른 미각세포의 둔화로 짠맛에 둔감해지는 경우, 과도한 나트륨 섭취로 혈압상승을 더 유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한의학적 관점에서 비교 해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과거에는 혈압계 등의 진단도구가 없었기에 한의학 고전에서는 혈압이 상승하면 같이 나타날 수 있는 증상 위주로 그 원인을 설명합니다. 이는 양(陽)에 해당하는 교감신경과 음(陰)에 해당하는 부교감신경의 평형을 이뤄 활동하는 자율신경계의 기능부전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조화가 깨지고 장부의 기능 균형이 무너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군, 체내 불균형으로 인한 병태적 상태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 간양상항(肝陽上亢, 긴장형) : 간의 음혈(陰血)이 부족해지면서 양기(陽氣)가 상대적으로 치솟는 상태입니다. 주로 스트레스, 분노, 긴장 등으로 간기의 순환이 정체되면서 열이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로 인해 두통, 현훈, 안면홍조, 눈의 충혈, 불면 등의 증상이 동반됩니다. - 신음허(腎陰虛, 노화형) : 노화로 인해 신장의 정기와 음액이 감소하면서 체내 수분과 진액이 부족해지고, 허열(虛熱)이 발생합니다. 음허로 인해 양기가 조절되지 못하고 위로 떠오르며 혈압이 상승하는 양상입니다. 앞서 말한 혈관의 탄력저하나 신장기능 감소에 해당합니다. - 습담중조(濕痰中阻, 비만형) : 비위의 운화기능이 저하되어 체내에 담(痰)과 습(濕)이 정체되는 경우입니다. 담탁이 혈관 내를 막아 혈류 순환을 방해하고, 이로 인해 혈압이 오르는 형태입니다. 이 경우 어지럼증, 두중감, 구토, 가슴 답답함 등이 자주 나타납니다. 주로 비만한 경우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기체혈어(氣滯血瘀, 순환부전형) : 기(氣)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혈행도 정체되고, 어혈(瘀血)가 형성되어 순환이 막히는 병리입니다. 이는 혈압의 변동을 불규칙하게 만들고, 흉부 압박감이나 심계항진, 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한의학에서는 고혈압을 체질과 장부 기능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하며, 각각의 원인에 따라 맞춤형 치료와 관리방향을 설정합니다. 한약 처방, 침구치료, 체질별 식이요법 등을 통해 전신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방식은 근본적인 개선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입니다.
■ 한의학적 예방 및 관리법 노인성 고혈압은 합병증 예방을 위한 약물치료뿐 아니라 일상 속 습관 개선이 병행되어야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합니다. 1. 식이요법 과도한 염분 섭취를 피하고, 가공식품보다는 자연 식재료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 서술한 사상체질별로 권장되는 식이법에 맞춰 섭취하면 혈압 조절에 더욱 도움이 됩니다. 커피의 경우에는 각성효과가 있어 혈압을 일시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너무 과도하게 섭취하지는 않도록 합니다. 또한 과식과 폭식으로 인해 체중이 증가한다면 이로 인해 혈압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식사 시 양을 조절하여 드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2. 운동요법 하루 30분 정도 빠르게 걷기, 가벼운 기공이나 태극권 등 유산소 중심의 운동을 꾸준히 해주시면 좋습니다. 특히 유산소 위주의 운동으로 체중을 조절하면, 체중이 감소하며 혈압이 같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과격한 근력운동, 특히 복부근육운동은 오히려 혈압을 자극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3. 충분한 수면 및 감정 조절 나이가 들수록 심리적 자극에 따라 혈압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일정한 수면시간과 휴식, 명상이나 복식호흡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면시간의 부족은 몸의 지속적인 각성상태로 인하여 혈압에 악영향을 끼치기에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역시 중요합니다. 4. 한방 치료 병행 침 치료와 한약은 신체 균형을 바로잡아 부작용 없이 혈압을 안정화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한약과 같은 경우에는, 지나친 간(肝), 심(心)의 열을 억제시키거나, 신장(腎)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쪽의 처방을 씁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 유명한 처방으로는 ‘우황청심원’과 ‘천왕보심단’, ‘천마구등음’ 등이 있습니다만, 진찰 후 해당 체질과 원인에 맞는 처방을 선택해서 쓰는 것이 더 유효합니다. 침치료는 우리 몸의 부교감신경을 자극하여 몸이 긴장되지 않고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백회, 완골, 태충, 풍지 등의 혈자리는 혈류 순환 개선과 자율신경 안정에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고혈압에 좋은 한방차나 음식들이 있는데요, 보통은 감잎차, 결명자차, 메밀차, 율무차 등을 무난하게 마실 수 있지만, 체질별로 조금씩 다르기에 아래 사상체질별 관리법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풀어보겠습니다.
■ 사상체질별 노인성 고혈압의 양생법 사상의학에서는 사람의 체질을 네 가지로 구분하고, 각 체질별로 장부 기능의 강약이 다르며, 이에 따라 질병의 발현 양상도 달라진다고 봅니다. 체질에 따라 고혈압의 발생 양상과 관리법 또한 달라질 수 있는데요, 각 체질별 특징과 함께 식이 및 생활관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태양인 태양인은 폐(肺)의 기운이 강하여 상체로 열이 몰리기 쉽고, 심리적 자극에 민감해 혈압이 급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 : 어지럼증, 안면홍조, 머리 쪽 열감, 화끈거림, 두통 관리법 : 폐기의 과잉을 누그러뜨리는 방향으로 조절. 청열약 및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 권장 식이 : 감(감잎차), 포도, 메밀, 어패류 등 청폐·청열 식품 2. 태음인 태음인은 간기(肝氣)가 강하고, 비만이 많아 고혈압이 가장 발생하기 쉬운 체질입니다. 그 뿐 아니라, 운동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고지혈증·당뇨·고혈압의 복합 양상을 보입니다. 증상 : 체중 증가, 피로감, 비만. 관리법 : 간기 과잉으로 인한 열을 내려주고 폐기 회복, 체중관리 및 대사개선 중심 권장 식이 : 율무, 양파, 무, 호박 등 비만 개선 및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식품 3. 소양인 소양인은 비위기능이 강하고 신장기능(腎氣)가 약한 체질로, 열이 위로 잘 치밀고 심리적 자극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이로 인한 신체 진액 손실과 자율신경 불안정성으로 고혈압이 생깁니다. 또한 폭식으로 인한 비만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증상 : 이명, 두통, 안면홍조, 가슴 답답함, 불면증 관리법 : 소화기열 조절로 폭식 억제, 신장기능보강, 과민한 자율신경계 안정 권장 식이 : 보리, 메밀, 배추, 다시마, 미역 등 청열·보음 식품 4. 소음인 소음인은 신기(腎氣)가 강하고 비위기능이 약한 체질로, 보통 심리적 긴장이나 스트레스로 고혈압이 유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증상 : 손발 냉증, 쉽게 놀람, 스트레스성 혈압 변동, 어지럼증 관리법 : 위장기능 강화와 정신적 안정, 체온 보존 권장 식이 : 현미, 생강차, 찹쌀, 대추 등 따듯한 식품.
■ 마무리하며 백세시대가 되면서 각종 만성 퇴행성 노년질환들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특히 노인성고혈압은 일상적으로 너무나 흔하게 겪는 질환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요즘은 각종 관공서, 의료기관, 가정 등에 비치된 혈압계가 많아져 쉽게 혈압을 측정하고 관련 증상이 있으면 빠른 예방 및 처치가 가능합니다. 혈압을 자주 측정하는 것이 조기진단 및 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되는 만큼 혈압계가 주위에 보인다면 종종 측정해보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노년기 고혈압은 단순히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 신체 내부의 균형이 흐트러졌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개인의 체질과 장부 상태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보다 맞춤형이고 근본적인 치료를 제안합니다. 특히 사상체질에 기반한 생활관리와 식이조절은 단순한 혈압 수치 조절을 넘어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혈압약에만 의존하기보다, 내 몸의 특성을 이해하고 체질에 맞는 예방과 관리를 실천하신다면, 건강한 노년을 보다 편안하게 맞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