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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고혈압 진단과 치료
한국인구의 급속한 노령화는 전체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2022년 고혈압학회의 팩트시트에 따르면 고혈압을 진단받은 노인의 수는 여성이 1998년 118만명에서 2018년 270만명으로 두배이상 증가 하였고, 남성은 1998년 57만명에서 2018년에서 178만명으로 증가하였다. 노령인구(65세 이상)의 59%가 고혈압을 앓고 있는것이다.
그러나 노인성 고혈압은 연령관련 혈관변화가 더해지면서 독특한 임상적 특성을 가지게 된다. 주로 동맥의 노화로 혈관탄력성이 떨어져 발생하는 수축기 압력이 높고 맥압이 증가하는 특성을 가지게되며, 일반적인 고혈압 환자들과 다르게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 (Isolated systolic hypertension)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고혈압은 뇌졸증, 심부전 및 만성 신장 질환의 증가와 연관이 있으며 장기적인 관리는 필수적이다.
1. 노인성 고혈압의 병태생리
노인성 고혈압 발생은 주로 혈관 노화와 동맥 경직에 의하여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젊은 개인의 경우 동맥은 혈압 변동을 수용할 만큼 충분한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노화에 따라 혈관에 콜라겐 축적이 증가하고 엘라스틴 섬유가 분해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동맥의 컴플라이언스가 줄어들게 된다. (그림 1)
이로 인하여 수축기 혈압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이완기 혈압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감소하여 맥압이 증가하게 된다. 맥압이 증가하면 혈관 손상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는 높아지게 되며, 좌심실비대와 심부전, 뇌졸증의 발생또한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더하여 신경-호르몬 시스템의 변화도 동반된다. 인체 혈압조절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AAS)은 나이가 들면서 적게 반응하여 나트륨 배설이 손상되고 체액과다로 가는 경향이 있다. 자율신경계도 노화에 따라 혈압수용체 민감도 감소에 기여하며, 이로서 노인 환자는 기립성 저혈압과 자세성 현기증에 더 취약하게 된다.
이러한 생리적 변화는일시적인 혈압 감소를 일으키고, 뇌관류가 손상되거나 낙상위험이 증가하게 만든다. 따라서 이러한 노인성 고혈압의 병태생리를 잘 이해하고 항고혈압 치료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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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인성 고혈압의 유병률과 위험 요인
고령화 사회가 진행됨에 따라 노인성 고혈압의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고혈압을 앓고 있으며, 75세 이상에서는 그 비율이 70~75%에 이를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특히 노인층에서는 고혈압이 단순한 혈압 상승이 아니라 다양한 동반 질환 및 합병증과 연관되어 있어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젊은 연령부터 혈압이 서서히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며, 동맥경화의 진행 속도 또한 빠를 수 있다. 또한, 만성 염증 상태, 신장 기능 저하, 자율신경계 변화 등도 혈압 상승에 기여하는 중요한 내재적 요인이다.
반면, 생활습관과 환경적 요인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나트륨 섭취가 많거나 신체 활동이 부족한 경우, 과체중 또는 비만인 경우에는 혈압이 더 쉽게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과도한 음주, 흡연, 만성 스트레스 등이 혈압 조절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령 환자의 경우 노화와 함께 신체의 항상성 유지 능력이 감소하면서 혈압 조절이 더욱 어려워진다. 특히 노인에서는 기립성 저혈압, 야간 고혈압, 백의 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 등의 특수한 형태의 고혈압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진단과 치료가 더욱 복잡해진다. 따라서 단순히 혈압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동반 질환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1) 노인성 고혈압의 진단과 평가
노인성 고혈압의 진단은 단순히 혈압 수치를 측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혈압 변동성과 동반질환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진료실 혈압 측정은 여전히 기본적인 진단 방법이지만, 백의 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과 가면 고혈압(Masked hypertension) 등의 문제가 있어 보다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최근의 진료지침은 진료실외(“Out-of-Office”) 혈압측정을 반드시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가정혈압측정은 검증된 혈압계를 이용하여 진료실에서와 동일한 절차로 준비하여 시행해야한다. 각 측정 세션에서는 1~2분간격으로 두번 측정하고, 최소 3일에서 최대 7일동안 하루에 두번(아침과 저녁) 같은 시간에 측정해야한다. 이러한 측정을 통하여 모든 판독 값을 평균화하여 평가한다. 이런한 가정혈압측정의 임계값음 135/85이상이다.
기립성저혈압은 노인에서 더 자주나타나는 형태이다. 기립성저혈압은 반든시 저혈압일 필요는 없으며, 실제로 많은 환자는 누운자세 혈압이 높거나 누운자세 고혈압을 보인다. 기립성 저혈압은 고혈압이 있는 모든 성인의 약 10%에서 나타나며, 앉은 자세나 누운자세에서 일어난 자세로 일어난 후 혈압이 ≥20/10 mmHg 떨어지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기립성 저혈압에 대한 평가는 일어선 후 1분 및/또는 3분에 실시하도록 시간을 정하여 시행하여야한다. 이러한 기립성 저혈압검사는 노인성 고혈압 환자에서는 첫 약물 시작전과 약물증량전에 시행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증상이 있는 기립성 저혈압환자는 치료전략 또한 일반환자와는 다르게 할 필요가 있다. 고혈압 환자의 표적 장기 손상(Target organ damage) 여부를 평가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심혈관계, 신장, 뇌혈관계 손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심전도, 심초음파, 신장 기능 검사(혈청 크레아티닌, eGFR), 단백뇨 검사 등을 시행해야 한다. 노인에서는 만성 고혈압이 인지 기능 저하 및 치매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필요할 경우 인지 기능 평가도 고려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과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개별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2) 노인성 고혈압 치료 원칙 및 목표 혈압 설정
노인성 고혈압의 치료는 혈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면서도 과도한 혈압 강하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젊은 환자들과 달리 노인은 동맥 경직성이 증가하고 자율신경 조절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혈압을 너무 낮추면 어지럼증, 기립성 저혈압, 낙상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가이드라인에서는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동반질환, 생활 환경을 고려하여 개별화된 치료 목표를 설정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최근의 진료지침에서 SBP의 조절목표는 120-129mmHg이다. 그러나, 노인성 고혈압에서는 나이와 쇠약(Frailty)를 모두 고려하여 조절이 필요하다. 85세 이상의 고혈압환자, 치료전 증상이있는 기립성저혈압환자, 중등도 이상의 쇠약(frailty)를 보이는 환자의 경우 <140mmHg을 목표로하되 가급적 획득가능한 낮은 혈압을 목표로한다.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ALARA) 이러한 목표설정은 STEP연구에서 60세 이상 노인에서도 더 집중적 혈압조절이 CVD사건을 줄이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노인성 고혈압은 환자들의 개개인의 다양성을 감안하여, 치료결정은 철저하게 개별화되어야한다. 치료전의 기립성 저혈압, 인지 기능, 신장 기능, 삶의 질 등의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목표설정을 해야겠다.
(3) 노인성 고혈압에서 동반질환
노인성 고혈압은 여러 동반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혈압 조절 이상의 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 먼저, 심혈관 질환은 노인 고혈압 환자에서 가장 흔하게 동반되는 질환이다. 심부전, 관상동맥질환, 심방세동과 같은 질환들이 대표적이며, 이들 질환은 고혈압과 서로 악순환을 이루며 증상을 악화시킨다. 특히, 좌심실 비대는 만성 고혈압의 결과물로, 노인에서 흔히 나타나는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혈압을 잘 조절하면 심부전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혈압을 과도하게 낮추면 관상동맥 관류가 감소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SPRINT 연구에서도 집중적 혈압 강하가 심혈관 사건을 줄였지만, 일부 환자에서 저혈압과 신기능 악화 위험이 증가한 점은 참고할 만하다.
만성 신장질환(Chronic kidney disease)도 노인성 고혈압 환자에서 흔히 동반되는 문제다. 나이가 들면서 신장 기능이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여기에 고혈압이 장기간 지속되면 신장 손상이 가속화된다. 특히, 알부민뇨는 고혈압 환자에서 신장 손상의 중요한 지표로, 혈압 조절 목표를 설정할 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노인 고혈압 환자의 경우, ACE 억제제나 ARB가 신장 보호 효과가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되지만, 고칼륨혈증이나 급성 신부전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정기적인 신장 기능 및 전해질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이런 점은 AASK (African American Study of Kidney Disease and Hypertension) 연구에서도 강조된 바 있다.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역시 노인성 고혈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속적인 고혈압은 뇌 소혈관병증(cerebral small vessel disease)의 위험을 높이고, 백질 변성과 뇌 미세출혈을 유발하여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로 고혈압은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모두의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HYVET 연구에서는 혈압 강하가 인지기능 저하를 일부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다만, 혈압을 과도하게 낮추면 뇌혈류가 감소해 오히려 인지기능 저하를 촉진할 가능성도 있어, 적절한 목표 혈압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노인성 고혈압 관리는 혈압 수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심혈관 질환, 신장질환, 인지기능 저하 등과 함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동반질환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각 질환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해야 장기적인 건강 유지와 삶의 질 개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3 노인성 고혈압의 향후 전망.
노인성 고혈압은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혈압이 오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적극적인 관리와 개입이 필요한 질환이다. 효과적으로 혈압을 조절하면 심혈관 질환, 뇌졸중, 만성 신장질환 위험을 줄이고, 삶의 질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노인에서는 혈관의 구조적 변화, 자율신경 기능 저하, 동반질환, 약물 부작용 위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젊은 환자처럼 일률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혈압을 어느 정도까지 낮춰야 하는지, 어떤 약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화된 치료 전략이 핵심이 된다.
앞으로 노인성 고혈압의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예방과 조기 개입이다.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고혈압 발생 자체를 늦추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다. 저염식, 꾸준한 신체 활동, 체중 관리, 스트레스 해소 같은 생활습관 개선은 단순히 혈압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건강검진에서의 혈압 관리 강화와 대국민 교육 캠페인 등을 통해 노인의 혈압 관리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도 필요하다. 최근에는 가정 혈압 모니터링, 원격 진료,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층에서도 혈압 관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노인성 고혈압 환자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 조합을 찾는 것, 혈압 강하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규명하는 것, 연령과 건강 상태에 따른 맞춤형 목표 혈압을 설정하는 방법 등에 대한 근거를 더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고혈압 관리와 동반질환 관리를 함께 할 수 있는 포괄적·통합적 진료 모델도 필요하다. 단순히 혈압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인지기능 저하, 정신건강 문제까지 하나로 연결해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약물 치료, 생활습관 관리, 사회적 지원, 최신 기술 활용이 결합된 다각적 접근을 통해, 앞으로 노인성 고혈압 관리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여야 할 때다.
<필자 프로필>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동대학원 졸 (의학박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임상연구조교수
동국대학교 경주병원 심장혈관내과 조교수
대한혈관학회 부총무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중재시술인증의
심근경색연구회 홍보의원
(현)영남대학교 의과대학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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