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주사로 한 달 지속" 장기지속형 주사제, 신약개발 핵심 축 부상
복약 순응도와 치료 지속성 확보…기술력이 경쟁력 되는 시대
글로벌 시장 50조원 규모 돌파, 국내 기업도 기술수출 및 상용화 박차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6-19 06:00   수정 2025.06.19 06:10
©DALL-E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약 대신, 한 달에 한 번만 주사해도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치료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당뇨부터 비만, 암, 정신 질환 치료에 이르기까지 복약 순응도가 중요한 만성질환 분야에서 장기지속형 제형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한 번 투여로 수일에서 수개월까지 효과가 지속되도록 고안된 제형을 말한다. 약물 방출 속도를 조절해 꾸준한 혈중 농도를 유지함으로써, 기존의 정제·캡슐 대비 치료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와 보호자의 복약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글로벌 빅파마는 이미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다양한 질환군에 적용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얀센의 조현병 치료제 ‘인베가 서스테나(Invega Sustenna)’다. 해당 제품은 1개월 지속형 제형으로, 2009년 미국 FDA 승인 이후 장기지속형 항정신병 치료제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았다. 

얀센은 이후 3개월 지속형 제형인 ‘인베가 트리자(Invega Trinza)’, 6개월 지속형인 ‘인베가 하펜야(Invega Hafyera)’까지 확장하며, 복약 순응도가 낮은 조현병 환자의 치료 지속성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얀센의 인베가 시리즈는 추정 연간 매출 약 40억 달러(약 5조4800억원) 규모로, 글로벌 정신질환 치료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오츠카는 룬드벡과 공동 개발한 장기지속형 항정신병 치료제 ‘아빌리파이 메인테나(Abilify Maintena)’를 통해 장기지속형 주사제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아빌리파이 메인테나는 1개월 간격으로 근육주사 형태로 투여된다. 

기존 아빌리파이 경구제와 동일한 효능을 유지하면서도 복약 순응도 및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임상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치료 중단에 민감한 정신질환 환자군의 재발 방지와 장기 유지 치료에 유효한 옵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GSK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 분야에서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상용화한 선도 기업이다. GSK가 주도하는 자회사 비브 헬스케어(ViiV Healthcare)는 2021년 HIV 감염자 대상 월 1회 주사제 ‘카벤우바(Cabenuva)’를 FDA로부터 승인받았다. 

이 치료제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인 카보테그라비르(Cabotegravir)와 릴피비린(Rilpivirine)을 병용한 근육주사 제형으로, 매일 복용해야 하는 경구 치료제를 대체하며 HIV 감염인의 치료 지속성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2개월 간격 투여 옵션도 승인되면서, HIV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당뇨 치료 분야에서 장기지속형 제형 기술의 가능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는 제약사 중 하나다. 대표 약물인 GLP-1 유사체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를 기반으로 한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Wegovy)’는 주 1회 투여만으로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 효과를 동시에 입증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위고비는 2021년 FDA에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았으며, 2023년 SELECT 임상에서는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입증해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점을 제시했다. 현재는 NASH, 알츠하이머병, 심부전 등 다양한 적응증 확대를 위한 글로벌 임상이 병행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약물의 효능만을 추구하는 단계를 넘어, 복약 부담을 줄이고 치료 지속성을 높이는 제형 기반 기술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치료 순응도 개선, 약효 지속성 확보, 재입원률 감소 및 의료비 절감이라는 다층적 효과를 통해 환자 중심 치료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근당은 남성형 탈모 치료를 위한 3개월 지속형 주사제 ‘CKD-843’을 개발 중이다. 두타스테리드 성분을 기반으로 국내 임상 3상에 진입했다. 기존 경구제 대비 투약 편의성과 복약 순응도 개선이 기대된다.

대웅제약은 피나스테리드 기반 월 1회 주사제의 호주 임상 1상을 완료했다. GLP-1 유사체 기반의 비만 치료 주사제도 파트너사와 함께 전임상 단계에서 개발 중이다.

유한양행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장기지속형 제형을 전임상 단계에서 개발 중이다. 의료용 대마를 활용한 3개월 지속형 주사제형 플랫폼 기술도 병행 연구하고 있다.

비씨월드제약은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입자 기반 플랫폼 기술(PLGA microsphere)을 활용해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중추신경계 치료제, GLP-1 유사체 기반 비만 치료제, GnRH 길항제 등이다. 이 중 GnRH 길항제는 전립선암, 자궁근종, 성조숙증을 적응증으로 해 2027년 국내 출시를 목표로 전임상 및 기술 이전 준비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골관절염 및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 치료를 위한 장기 지속형 제형 개발을 통해 파이프라인 다변화를 지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복약 순응도와 치료 지속성은 만성질환 치료의 핵심 요소"라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제약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제약사들도 마이크로입자, 지질나노입자(LNP), 폴리머 방출 플랫폼 등 차세대 약물전달기술을 확보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어, 향후 기술수출이나 공동개발을 통한 글로벌 진출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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