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계곡 지나고, 다시 움직이는 바이오 투자"
위벤처스 강혜원 이사 "투자 유치 성공 바이오텍 공통점, 당장 성과 낼 수 있는 기업"
미래의학연구재단-세포치료실용화센터, ‘제9회 미래의학춘계포럼’ 개최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5-30 16:20   수정 2025.05.30 16:45
위벤처스 강혜원 이사.©약업신문

국내 벤처캐피털(VC) 바이오 분야 투자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회복은 결코 전방위적이지 않다. 특히 초기 단계 투자 위축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며, 실질적으로 투자금이 유입된 기업들은 ‘옥석 가리기’에서 살아남은 실적 기반 기업들에 집중되고 있다.

위벤처스 강혜원 이사는 30일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CMI)에서 열린 ‘제9회 미래의학춘계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해당 포럼은 미래의학연구재단(이사장 이승규)과 보건복지부 지정 서울대학교병원 세포치료실용화센터(센터장 김효수)가 공동 주최했다.

강 이사는 “2024년 바이오 분야 투자는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 기업들이 자금 유치에 성공한 사례가 많았다”면서도 “특히 초기 단계 바이오텍은 여전히 자금 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2020년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던 바이오 의료 분야 VC 투자는 2024년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회복된 자금 흐름은 후기 및 중기 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이사 발표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 바이오 벤처에 유입된 투자금 총액은 3018억원이며, 이 중 메드테크 분야가 1408억원(20개사 이상), 바이오텍은 1025억원(10개사 이상)을 각각 유치했다. 메드테크 기업들은 대부분 국내 허가를 획득했거나 글로벌 진출 전략을 갖춘 스케일업 단계에 있었으며, 바이오텍 역시 임상 진입 이후 단계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강 이사는 “후기 투자는 원금 회수 가능성과 투자 기간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VC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며 “반면 초기 기업은 투자금 용처의 불명확성과 사업화 가시성 부족 등 이유로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 전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투자액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바이오텍은 약 5000억원 규모로 전체 27%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제약·바이오 중심이던 투자 구조는 의료기기, 빅데이터, AI, 헬스케어 등으로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유통 및 운영관리 기반 플랫폼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매출 기반 실적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무적 안정성과 회수 가능성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제9회 미래의학춘계포럼 현장.©약업신문

VC가 찾는 기업은 ‘지금 성장할 수 있는 기업’

강 이사는 “이제는 기술 우수성만으로는 VC 투자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면서 “VC는 회수 시점과 수익률을 중시하며, 현재 자금을 투입했을 때 곧바로 성장이 가능한 기업, 즉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진입한 기업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VC 펀드 운용 기간은 보통 8년이며, 초기 기업에 기대하는 목표 수익률은 약 5배수준이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기업 상장까지 평균 소요 기간은 약 10년에 달한다. 이 간극은 초기 투자 기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강 이사는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기 기술이전, 공동연구, 전략적 제휴등을 통해 사업화 설계를 체계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불확실성을 가능성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설득력이 투자 유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적 기반 투자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단순한 기술력보다, 해당 기술을 통해 조기에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이 요구되며, 의료기기 및 헬스케어 기업은 매출의 질적 수준과 글로벌 진출 실적이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 역시 변화 흐름 속에 있다. 최근에는 실적이 부진할 경우 상장 자체가 어려워지는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안정적인 실적을 보유한 기업을 중심으로 IPO를 주관하고 있다. 상장 예비심사 단계부터 사업화 실적 요건을 충족시키도록 기업에 조기 준비를 권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강 이사는 “투자 유치 이후에는 투자자와의 관계 및 신뢰를 유지하는 정기적인 정보 공유와 보고 체계가 매우 중요하다”며 “기존 투자자와의 신뢰는 후속 투자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투자 시장 살아나는 조짐…상장 문턱은 더 높아져

벤처캐피털 입장에서 회수 가능성은 투자 결정의 핵심 요소다. 국내 VC 펀드 주요 출자원인 모태펀드, 금융기관, 일반 법인 등은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투자 판단에서 실적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IPO는 여전히 가장 주요한 회수 경로로 꼽힌다. 2024년 IPO 공모금액은 3조3000억원에서 3조9000억원으로 16.4% 증가했지만, IPO 기업 수는 82개에서 77개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한 바이오기업 상장은 다소 회복세를 보였다. 2024년 기준, 기술특례 상장 기업 중 3분의 1 이상이 바이오 기업이었다.

그러나 IPO 심사 기준은 이전보다 명확히 강화되고 있다. 2025년 3월 기준, 총 11개 기업이 상장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이는 전년 동기(6개 기업) 대비 두 배에 달한다. 특히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하던 기업들도 예외 없이 철회 사례가 발생했다. 기술력만으로는 더 이상 상장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경고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세포치료실용화센터 김효수 센터장은 “우리는 벤처투자에서 10배, 100배 수익 같은 성공 사례에 주목하지만, 실제 수익률은 이보다 크게 낮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한 건이 대박이면 아홉 건은 실패한 결과를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벤처는 원래 고위험 모험이며, 대박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원천기술과 상용화 과정이 전문가 컨설팅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맞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센터장은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타이밍이 늦어지면 결국 실패한다”며 “한국 바이오벤처가 진정한 대박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기술과 사업화가 심리스(seamless)하게 이어지는 시스템이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단과 세포치료실용화센터가 공동 개최한 ‘제9회 미래의학춘계포럼’은 ‘차세대 혁신 기술의 최신 동향과 비전’을 주제로 열렸다. 미래의학 산업 생태계 확산을 위한 산·학·연·병·벤처 간 오픈이노베이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위벤처스 강혜원 이사.©약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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