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소개> 유덕주 유덕경희한의원 원장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방재활의학을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으며 대한한방재활의학과학회 평생회원 및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통증 및 재활의학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유덕주 원장은 현재 경기 안양시 소재 유덕경희한의원 대표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 들어가는 글 현대인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바로 ‘하지부종’, 즉 다리의 부종입니다. 특히 오랜 시간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직업을 가진 분들에게 흔히 나타나며, 여성의 경우 생리 전후나 임신 중, 혹은 출산 후에도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다리의 부종은 보통 ‘양말 자국이 남는다’ 라던지, ‘다리가 무거워서 발을 떼기 어렵다’ 등의 증상으로 한의원에 내원하시게 되는데, 처음에는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방치하다가 그 원인이 해결이 되지 못해 붓기가 점점 심해지면서 생활의 지장을 초래하게 되는 단계에 이르러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부종은 사실 현대인 뿐 아니라 예로부터도 수액대사의 이상으로 많이 발생했던 질환 중 하나입니다. 옛 고서 동의보감에서도 ‘잡병’편의 ‘부종’이라는 부분으로 따로 편성돼 있어 그만큼 비중 있게 다루는 질환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부종은 그 원인에 따라 한 쪽만 붓는 경우, 양 쪽이 붓는 경우, 눌렀을 때 누른 자국이 바로 회복되는 경우, 혹은 그대로 남는 경우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겉으로는 단순한 붓기로 보일 수 있더라도, 그 원인을 살펴보면 우리 몸의 전반적인 기능 이상을 암시하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특히 생명과 연관된 심폐기능과도 연관될 수 있으니, 흉통이나 호흡곤란을 동반한 하지부종은 더욱 주의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하지부종의 원인 일반적으로 부종은 전신에 수분대사 장애가 생겨 체액이 피부와 조직 사이에 과도하게 정체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하지부분의 체액은 중력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더욱 아래에 정체되기가 쉽습니다. 대표적인 하지부종의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정맥순환장애 (정맥류, 만성정맥부전) 다리의 혈액은 중력을 거슬러 심장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이 역할을 돕는 것이 정맥 내의 판막입니다. 이 판막이 약해지거나 손상되면 혈액이 역류하며 발목이나 종아리에 정체돼 부종이 생깁니다. 특히 펌프역할을 해줘야 하는 하지근육(종아리)이 제대로 수축과 이완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많이 발생하며, 이 때문에 오래 서있는 직업군에서 특히 흔히 나타납니다. - 림프부종 림프관의 손상이나 막힘으로 림프액이 원활하게 빠져나가지 못하면 단단하고 만성적인 부종이 발생합니다. 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후에 종종 나타나며, 한쪽 다리에 국한된 경우가 많습니다. - 심부전·신부전·간경변 등 전신 질환 심장이 혈액을 충분히 펌프질하지 못하거나, 신장이 수분을 잘 배출하지 못하거나, 간의 알부민 생성 기능이 저하되면 체내에 수분이 정체돼 하지에 부종이 나타납니다. 특히 호흡곤란증상과 동반된 갑작스러운 하지부종은 심장과 관련돼 응급한 상황일 수 있으니 빠른 시일 내 가까운 병원에 내원해 필요한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 약물에 의한 부작용 고혈압 약물(칼슘 채널 차단제 등), 스테로이드, 여성호르몬(피임약 등) 등의 부작용으로도 하지부종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기능을 대표하는 장기에 배속시켜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脾), 폐(肺), 신(腎)의 문제로 많이 보고 있는데, 비는 수분을 소화 및 운반하는 역할, 폐는 수분을 대사하여 퍼트리는 역할, 신은 수분을 거르고 배설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해 이 기능 중 어느 한 곳이 고장나면 몸에 수분이 쌓여 부종이 됩니다. 특히 수분은 아래로 흐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하지 쪽에 부종이 흔하게 발생합니다. 또한 기혈의 정체로 인해 수분도 흐르지 못해 국소 부종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순환장애와 비슷한 맥락으로 특히 스트레스나 운동 부족, 외상 등으로 인한 기혈 정체는 하지부종의 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또한 여름철이나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체내에 습열이 침입하면, 열로 인해 수분이 정체돼 부종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다리가 붓고 무거우며, 피부에 열감이 있고 소변이 진한 경우가 많습니다.
■ 한의학적인 예방과 관리법 하지부종은 단순히 증상만을 완화하기보다, 그 근본 원인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한의학적 관리법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어 부종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1. 식습관 개선 비위(脾胃)를 튼튼히 하기 위해 따뜻하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가운 음식, 기름진 음식, 단 음식은 피하고, 옥수수수염차, 보리차, 율무차, 팥차 등 이뇨 작용이 있는 음료를 활용하면 부종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2. 규칙적인 운동과 스트레칭 가벼운 걷기, 스트레칭, 발끝 들기 등의 운동은 하체 혈액 순환을 도와 부종을 예방합니다. 특히 앉아서 일하는 분들은 매 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장시간 서있는 분들도 가만히 서있기 보다는 일정 시간에 한 번 씩은 다리근육을 써서 움직여 수축이완 시켜줌으로써 다리에 몰린 체액을 위로 올려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3. 족욕과 온찜질 저녁마다 따뜻한 물에 족욕을 하거나, 무릎 아래 온찜질을 통해 기혈순환을 도울 수 있습니다. 혈관을 확장시켜 정체된 수분을 배출하는 데 유익합니다. 4. 다리 올리기 및 압박스타킹 착용 다리가 잘 붓는 분이라면, 휴식 시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유지해 체내 수분이 다시 정상적인 흐름으로 귀환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하지의 근육이 제대로 수축 하지 못해 발생하는 하지부종 시에는 압박스타킹을 착용해 정맥혈의 정체를 막고 혈액순환을 개선시켜 줍니다.
■ 한의학적 치료법 1. 동의보감의 치료법 및 체질별 한약치료 동의보감에서 부종의 치료법은 “發微汗 利小便”, 혹은 “補中行濕 利小便”이라 해 땀을 내거나, 소변을 통해 몸 안의 과도한 체액을 빠져나가게 하고 기혈순환을 촉진시키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개인의 체질과 원인에 맞는 한약 복용은 근본적인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며, 장기가 허약한 경우 이를 보강해주는 약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체질에 따라 약해지기 쉬운 장기가 다르기 때문에 체질을 참고해 한의사의 처방을 통한 맞춤한약 복용은 하지부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체질에 따른 한약치료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태음인은 가장 하지부종이 잘 생기는 체질로, 체격이 크고 땀이 많으며 대체로 느긋한 성격입니다. 태음인은 폐가 약해 체내 수분과 점액이 잘 정체되며, 특히 비만하거나 활동량이 적을 때 쉽게 부종이 생깁니다. 보통 땀을 내주되 기력이 너무 빠지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뇨 및 습담 제거를 위한 의이인, 마황 등을 활용 할 수 있습니다. 소양인은 상체로 기운이 몰리는 체질이라 하체가 상대적으로 약해지기 쉽습니다. 특히 신 기능이 약해 수분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하체 부종이 생기기 쉽습니다. 또한 스트레스와 과로 등으로 부종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한약은 신 기능을 도와주는 복령, 택사 등을 사용합니다. 소음인은 마른 체형이 많고 위장이 예민한 편으로, 음식 소화 흡수가 약합니다. 이에 쉽게 수분이 체내에 정체되거나, 비장의 기운이 약해 수습을 제대로 운화하지 못해 부종이 생기곤 합니다. 특히 식욕이 없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 기능이 더 나빠지면서 붓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말린 생강, 계지처럼 위장을 덥혀주거나 사지 말단으로 순환을 도와주는 약재를 활용합니다.
2. 침(약침)치료 및 응용 가능한 혈자리 침과 약침치료는 수분대사와 기혈순환을 촉진시켜 빠른 증상 완화에 효과적입니다. 특히 하지근육의 피로 등으로 기능이 저하돼 있을 때, 침, 약침, 뜸 치료를 통한 근육기능회복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또한 근육의 긴장 및 부종으로 인한 혈류 및 림프순환이 막히기 쉬운 혈자리에 침을 놓음으로서 순환을 증대시켜 하지부종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보통은 다음과 같은 혈자리를 많이 응용하고, 종종 지압 등으로 눌러주시면 좋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승산(承山)혈, 위중(委中)혈, 족삼리(足三里)혈, 태백(太白)혈이 있습니다.
■ 마무리하며 하지부종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지만, 그 이면에는 장부 기능의 허약이나 순환 장애 등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하지에 국한돼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몸 전체의 상태가 집약돼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여러 장부가 관여돼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다리만을 보고 붓기를 가라앉히는 것이 아닌, 몸 전체를 보는 한의학적인 관점이 보다 도움이 될 수 있는 질환입니다. 몸 전체의 장부의 기능과 균형을 회복시키는 근본치료를 진행하면서 더해 개인의 체질과 상태에 맞춰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평소 위에서 알려드린 올바른 생활습관과 더불어 한의학적 관리로 건강한 하체와 삶의 활력을 되찾아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