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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가 멸균 공정을 중대하게 다루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과거 멸균 실패로 인한 실제 사망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 사례에 국한되지 않으며, 국내에서도 멸균 미흡 때문에 환자가 사망에 이른 사례가 다수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최근 인도 글로벌 파마 헬스케어(Global Pharma Healthcare)가 제조한 인공눈물 점안액 오염 사고는 최근 발생한 멸균 공정 관련 사례 중에서 가장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사건이다.
2023년 글로벌 파마 헬스케어가 제조한 '에즈리케어(EzriCare)' 제품에서 녹농균이 검출됐다. 이로 인해 미국 16개 주에서 68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최소 3명이 사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조사 결과, 멸균 공정과 환경 모니터링의 전반적인 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대규모 리콜과 제조사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가 이뤄졌다.
이에 앞서 20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조제약국(compounding pharmacy) 뉴잉글랜드컴파운딩센터(NECC)가 조제한 주사제 스테로이드 제품에서 곰팡이균이 오염돼, 이를 투여받은 환자들 사이에서 진균성 뇌수막염이 집단으로 발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미국 전역에서 700명 이상의 환자가 감염되고, 76명이 사망하는 대참사로 이어졌다.
해당 시설은 멸균 시스템과 환경 관리가 부실했다. 의약품을 대량 생산하면서도 관련 규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오염이 방치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의회는 조제약 및 CMC(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FDA 역시 멸균 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위 두 사례 외에도 멸균 공정의 실패로 발생한 사망 사고는 수백 건에 이른다. 특히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에게 투여되는 항암제의 경우, 멸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 피해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이는 곧 심각한 의료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FDA는 “임상 데이터가 우수하더라도 제조 품질에 문제가 있다면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이번 HLB 사례처럼 CMC라는 동일한 이슈로 두 차례에 걸쳐 CRL(보완요구서한)을 받은 경우, 업계에서는 승인 가능성이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FDA는 CRL의 내용에 따라 재심사 등급을 구분하고 있다. 단순한 경미한 수정 사항(Class 1)은 약 2개월, 중대한 보완 사항(Class 2)은 약 6개월의 검토 기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같은 문제로 반복적인 CRL을 받게 되면, 사실상 새로운 승인 신청에 준하는 수준의 재심사 절차가 요구된다. 그만큼 승인 지연의 폭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미국 제약사이자 화이자 파트너사였던 페인 테라퓨틱스(Pain Therapeutics)가 개발한 차세대 진통제 '레목시(Remoxy)'는 여러 차례 CRL을 받은 끝에 2018년 8월 결국 개발이 중단됐다. 해당 CRL의 주된 지적도 CMC 문제였다.
또한 미국 제약사 테사로(TESARO)가 개발한 항암 화학요법으로 인한 구역 및 구토 예방제 '바루비IV(Varubi IV, 주사제)'는 초기에는 기대를 모았지만, CMC 이슈로 CRL을 받으면서 승인이 늦어졌고, 보완 처리 후 최종 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상업적으로 실패했다.
두 제품 모두 CRL 반복 수령과 CMC 이슈가 상업적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HLB 사례에 중요한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품질 이슈만 해결된다면 승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 한 항암제 전문가는 “CMC 문제를 허가 과정에서 바로잡는다면, 향후 FDA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품질 확보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 밝혔다.
간암 환자 단체와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치료 옵션의 등장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선 현장의 목소리는 명확하다. 의약품의 효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품질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FDA 승인을 받았다 해도, 멸균 공정 등 핵심 품질관리(CMC)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제품이라면 실제 처방에서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생명을 다루는 임상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안전하게 믿고 쓸 수 있는가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즉, 품질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신약보다는 철저한 검증을 거친 글로벌 빅파마의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의료진의 냉정한 판단이다.
한편 HLB그룹 진양곤 회장은 지난달 31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제40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진 회장은 “파트너사인 항서제약이 보완요구서한을 수령한 직후, 미국 FDA에 구체적인 미비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포스트 액션 레터(PAL)'를 요청했고, 해당 내용을 미국 자회사 엘레바(Elevar)에 공유하는 등, 양사가 긴밀히 소통하며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보완사항을 조속히 파악해 허가를 재신청하고, 가능한 한 빠르게 승인을 획득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총에서는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4개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으며,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승인' 안건은 “신약 승인 이후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자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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