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약업계에서 언제든 파트너와 손잡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협상조건을 양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세계 5위의 메이저 제약기업인 스위스 노바티스社의 다니엘 바셀라 회장이 24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렸던 연례 주주총회를 마친 후 가진 인터뷰에서 내놓은 답변의 요지이다.
약가인하 압력의 고조, R&D 비용의 상승 등 업계에 친화적이지 못한 환경 속에서 M&A가 하나의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는 제약업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셀라 회장은 이날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현재 적대적 인수 위기에 놓여 있는 아벤티스社에 대해 백기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설 용의가 있는지 유무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로 일관해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특히 바셀라 회장은 아벤티스와 관련한 항간의 추측들에 교통정리를 요구한 질문에 대해서는 "이처럼 민감한 사안일 경우 속내를 털어놓도록 유도하는 유혹이 많은 것이 현실이지만, 섣부른 언급은 자칫 큰 실수로 귀결될 수 있다"며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아직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파트너와 성사시기를 미리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는 것.
이와 관련, 한 동안 아벤티스의 백기사 후보기업으로 이름이 거론되었던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의 경우 이미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바셀라 회장은 "지금까지 우리가 검토했던 M&A 시나리오는 당시 제약업계의 분위기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분명한 선을 그은 가운데 어디까지나 독자적으로 추진되어 왔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회사의 레이먼드 브루 최고 재무책임자(CFO)도 현재 제약업계의 상황이 지각변동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빅딜의 성사시기와 그 파트너를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말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한가지 이날 바셀라 회장의 언급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로슈社의 OTC 부문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은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보였다는 사실이다.
OTC 분야에 주력해 왔던 메이저 제약기업이라면 매출확대를 위해 어떤 시나리오도 검토대상에 올려 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힌트를 제공했던 것. 실제로 노바티스는 최근 OTC 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노바티스는 이미 로슈의 의결권株 지분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고, 바셀라 회장 자신이 과거 로슈가 노바티스에 최선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언급을 직접 흘린 바 있는 장본인이다.
로슈의 경우 OTC 사업부문의 미래와 관련해 볼륨을 확대하는 방안과 파트너를 찾아 제휴하는 방안, 아예 분사하는(spinning off) 방안 등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바셀라 회장은 이날 "M&A가 검토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어디까지나 우선순위는 혁신을 통한 내부 성장력의 배가에 두어질 것임을 분명히 해 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노바티스가 틈새 메이커가 아닌 메이저 제약기업인 만큼 인수조건의 양보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 결국 제품 포트폴리오 또는 진출시장의 범위 등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될 경우에 한해 비로소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 것임을 내비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