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버리의 추락…특례상장과 신약개발 신기루가 남긴 교훈
시장 신뢰 지키기 위해 기업과 금융당국 보다 책임 있는 자세 가져야 할 시점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2-27 06:00   수정 2025.02.27 06:01
셀리버리가 2018년 성장성 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으나, 불과 6년 만에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DALL-E

셀리버리의 상장폐지 사태가 신약 개발 산업 전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약 개발이라는 불확실한 기대감을 앞세워 투자를 유치하지만, 실제 성과 없이 장기간 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술력을 과장한 IR 활동과 장밋빛 전망은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으며, 투자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신약 개발 기업 관계자는 26일 셀리버리 상장폐지 사태에 대해 “이제는 신약 개발의 실질적 성과와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업계가 변화해야 한다”면서 “성장성 특례상장과 기술 특례상장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시장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기업과 금융당국 모두 더욱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셀리버리 사태는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신약 개발이 기대감 조성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실질적인 임상 데이터와 검증된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 가치가 평가받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주기적으로 신약 개발 현황과 임상시험 진행 및 결과를 자세하게 발표하지 않는 기업은 주의가 필요하다”며 “투자자들은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라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셀리버리 지난 25일부터 상장폐지에 따른 정리매매가 시작됐다. 셀리버리는 2018년 성장성 특례 1호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신약 개발을 내세워 2021년에는 시가총액 3조원까지 성장했다. 그러나 2023년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 판정을 받으며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고, 2024년에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전락하며 퇴출이 현실화됐다. 불과 6년 만에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2017년 도입된 성장성 특례상장은 수익이 없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증권사의 추천을 받아 상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혁신적인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하며 논란이 커졌다.

셀리버리는 TSDT(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를 활용한 신약 개발 가능성을 강조하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퇴행성뇌질환 신약 'iCP-Parkin', 췌장암 신약 'iCP-SOCS3' 등의 파이프라인을 홍보하고,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의 협업 가능성을 부각하며 기술이전이 임박한 것처럼 포장했다.

그러나 실제 성과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신약 개발과 관련된 매출 또한 전혀 없었다. 일부 후보물질은 임상에 진입조차 하지 못했으며, 연구개발 비용도 2022년 69억원에서 2023년 1분기 300만원으로 급감하며 사실상 연구가 중단됐다.

잇따른 약속 불이행과 저조한 연구 성과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렸다. 2021년 1월 29일 최고가 10만3460원을 기록한 주가는 2023년 3월 24일 종가 6680원까지 폭락했다. 상장폐지가 결정된 후 정리매매 시장에서는 100원 아래로 추락했다. 신약 개발 성공을 기대하고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심각한 손실을 보게 됐다.

셀리버리 조대웅 대표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명목으로 7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지만, 실제 자금은 신약 개발과 무관한 유아용 물티슈 기업 인수 및 대여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악재가 공식 발표되기 전에 차명으로 주식을 매도하는 등 내부자 거래 정황까지 포착됐다. 조 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 약 5억원 이상의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셀리버리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성장성 특례상장과 기술 특례상장의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허위 공시와 기술 과장을 방지하기 위해 상장 기업의 실적 검증을 강화하고, 성장성 보고서의 신뢰도를 높이는 사안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할 경우 본래 취지인 혁신 기업 지원이 위축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2024년 8월 기준 특례상장 제도로 주식 시장에 상장한 바이오·의료 기업은 총 133곳이다.

2024년 8월 31일 기준 특례상장 업체 현황(바이오/의료 업종 구분은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한국거래소, 코스닥 기술성장기업부,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관련기사]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