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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은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투입되는 것과 동시에 환자 치료에 혁신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분야다. 그러나 성공만큼이나 실패의 위험도 높다. 지난해(2024년)에는 알츠하이머, 조현병, 헤르페스 등과 같은 현재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큰, 치료 옵션이 절실히 필요한 난치성 질환에서 유독 임상 실패가 크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분석 기관인 ‘Fierce Biotech’은 최근 보고서 ‘2024’s 10 Top Clinical Trial Flops’를 통해 2024년 주목받았으나 끝내 고배를 마신 주요 임상시험 사례를 되짚었다.
보고서는 “2024년은 실패를 단순히 ‘패배’로 치부하기보다는, 향후 신약 개발에 있어 소중한 교훈이자 데이터 축적으로 삼으려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한 해”라고 평가했다.
에므라클리딘(Emraclidine)
적응증 - 조현병(Schizophrenia)
개발사 - 애브비(AbbVie)
작용 기전 - M4 선택적 양성 알로스테릭 조절제
애브비가 조현병 치료제 에므라클리딘을 확보하기 위해 2024년 8월 세레벨 테라퓨틱스(Cerevel Therapeutics)를 87억 달러에 인수했을 때만 하더라도, 신약이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이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가 카루나 테라퓨틱스(Karuna Therapeutics) 인수를 통해 출시한 ‘코벤피(Cobenfy)’의 성공을 연상시키는 사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 후 약 100일 만에 애브비는 에므라클리딘의 임상 2상 두 건이 모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2025년 초 재무보고에서 약 35억 달러 규모의 무형자산 평가손을 반영했고, 이는 세레벨 인수 자산 가치의 절반을 깎아내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회사는 단념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최고과학책임자(CSO) 루팔 탁카르(Roopal Thakkar) 박사는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에므라클리딘을 기존 치료제에 보조적으로 병용해볼 가능성을 언급했다.
단독 요법(monotherapy) 재도전 역시 배제하지 않았지만, 새롭게 설계된 다중상승용량(multiple-ascending dose) 시험으로 안전성과 용량 설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것. 이에 따라 회사는 에므라클리딘이 2030년대 초반 이후에야 본격적인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기매하고 있다.
로스마피모드(Losmapimod)
적응증 - 얼굴견갑상완형 근이영양증(Facioscapulohumeral Muscular Dystrophy, FSHD)
개발사 - 풀크럼 테라퓨틱스(Fulcrum Therapeutics)/사노피(Sanofi)
작용 기전 - p38α/β MAPK(미토겐 활성화 단백질 키네이스) 억제제
사노피는 풀크럼 테라퓨틱스와 2024년 5월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로스마피모드의 미승인 시장(미국 외 지역)에 대한 권리를 8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이는 당시 임상 3상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조치였다. 그러나 불과 4개월 뒤 풀크럼이 임상 3상에서 실패 소식을 전하면서, 로스마피모드 개발은 중단됐다.
이에 앞서 로스마피모드는 2021년 임상 2b에서 실패한 전적이 있었지만, 풀크럼은 일부 지표에서 질병 진행 억제 및 기능 개선 가능성을 보고 임상 3상을 강행했다. 그러나 3상에서도 유효성을 확인하지 못했고, 결국 풀크럼은 인력의 40%가량을 감축하고 파이프라인의 주력 후보를 포시레디르(Pociredir) 및 전임상 자산으로 전환하는 등 방향을 급선회했다.
사노피 역시 8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사실상 회수할 방도가 사라지며, 희귀질환 분야에서 또 한 번 아픈 교훈을 얻게 됐다.
달자넴도(Dalzanemdor)
적응증 - 알츠하이머, 헌팅턴, 파킨슨병
개발사 - 세이지 테라퓨틱스(Sage Therapeutics)
작용 기전 - NMDA 수용체 양성 알로스테릭 조절제
2024년 세이지 테라퓨틱스에게 달자넴도는 재기를 위한 ‘히든카드’였다.
회사는 2023년부터 계속된 연구개발 부진을 뒤집고자, 파킨슨병·알츠하이머·헌팅턴병 등 서로 다른 적응증을 대상으로 2상 임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4월 파킨슨병 연구를 시작으로 11월 알츠하이머와 헌팅턴병 분야까지 줄줄이 2상에서 실패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결국 회사는 달자넴도 개발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회사는 2027년 중반까지 버틸 수 있는 현금 보유력을 바탕으로, 이미 시판한 산후우울증 치료제 ‘주르주배(Zurzuvae)’와 다른 파이프라인에 집중할 예정이다.
오세듀레논(Ocedurenone)
적응증 - 만성 신장질환(Chronic Kidney Disease, CKD)
개발사 -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작용 기전 - 비스테로이드성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 억제제
2023년 10월 노보 노디스크는 KBP 바이오사이언시스(KBP Biosciences)로부터 최대 13억 달러 규모로 오세듀레논 권리를 확보하면서, 바이엘(Bayer)의 케렌디아(Kerendia)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단 8개월 만인 2024년 6월, 임상 3상에서 실패 소식이 전해지며 8억 16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해야 했다.
케렌디아도 같은 기전을 지녔지만, 주로 신장 및 심혈관 보호 지표에 중점을 두어 임상을 진행해 승인을 받았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혈압 감소 효과에 초점을 맞춰 임상 3상을 설계했으나, 끝내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한 것. 초기에는 다른 적응증을 모색하겠다는 여지를 남겼으나, 지난해 11월 세부 분석을 마친 노보 노디스크는 오세듀레논을 완전히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GSK3943104
적응증 - 헤르페스 심플렉스 바이러스(HSV)
개발사 - GSK
작용 기전 - 재조합 단백질 백신
GSK는 수십 년간 성기 헤르페스 예방 및 치료 백신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2024년 9월 발표된 임상 2상 결과에서 GSK3943104는 재발성 성기 헤르페스 발생률을 유의미하게 줄이지 못했다. 이에 GSK는 임상 3상으로의 진입 계획을 철회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5억명이 성기 헤르페스(HSV) 감염을 안고 있을 정도로 큰 의료 수요가 있음에도, GSK는 해당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번 시험에 참여한 환자군을 지속 관찰해 바이러스 재발 데이터를 추가로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접근법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GSK가 후보 물질을 중단하면서, 모더나(Moderna)와 바이오엔테크(BioNTech) 등이 차세대 mRNA 기반 HSV 백신의 개발 레이스에서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지위를 확립할 가능성이 커졌다.
보고서는 “임상시험에서의 실패 소식은 기업과 투자자에게 큰 타격이지만, 환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길은 결코 한 번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며 “제약사는 실패를 교훈 삼아 적응증 재설정, 기전 재검토, 혹은 인수합병과 같은 전략을 펼치며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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