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은 부활할 수 있을까? "SK바이오사이언스·유바이오로직스 돌파구 찾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형성 중
SK바이오사이언스, 세계 최초 21가 폐렴구균 백신 및 mRNA 기반 차세대 백신 개발
유바이오로직스, 개량형 콜레라 백신 출시 및 자체 기술 적용 수막구균 5가 백신 개발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2-20 06:00   수정 2025.02.20 09:39
백신 개발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넘어 새로운 감염병 예방, 차세대 플랫폼 기술, 자가면역질환 및 암 치료 백신 등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DALL-E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가 혁신적인 기술과 강력한 성장 전략으로 새로운 활로를 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계 최초 21가 폐렴구균 백신과 mRNA 백신 플랫폼을 앞세워 차세대 백신 개발을 선도하고 있으며, 유바이오로직스는 개량형 콜레라 백신과 수막구균 5가 백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 행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시장 확대를 이끄는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두 가지 전략을 바탕으로 백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요를 보이는 감염병 백신 개발과 차세대 유망 백신 개발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세계 최초의 21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 'GBP410'을 개발 중이다. 개발에는 글로벌 대표 백신 기업 사노피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GBP410은 미국 FDA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3상 시험 승인을 받아 투약이 시작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타깃하는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 시장은 전 세계 점유율 94%를 차지할 만큼 크다.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 파마(uate Pharma)에 따르면, 해당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11조9000억원이며, 연평균 4.7%씩 성장해 2028년에는 14조2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 시장을 대표하는 제품은 화이자 '프리베나' 시리즈다. 해당 품목은 2023년 기준 합산 매출액이 64억4000만 달러(약 9조2768억원)에 달한다. 이 중 프리베나는 20가 백신까지 개발됐으나,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GBP410은 21가 백신으로 최종 허가를 받게 된다면 단숨에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영유아와 고령자에게 치명적인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뇌수막염, 패혈증 등)의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GBP410 글로벌 임상 3상은 생후 6주부터 17세까지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 약 77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총 4회 접종 후 기존 폐렴구균 백신과 비교해 면역 반응과 안전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앞서 완료된 임상 2상에선 대조 백신(프리베나13)과 동등한 수준의 면역원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사노피와 공동개발을 통해 선급금 5000만 유로(약 752억원)를 이미 받았다. 개발이 완료되면 추가로 최대 3억 유로(약 4515억원)의 마일스톤을 받을 예정이다. 또한 제품 매출에 따라 양사가 정해진 비율로 수익도 공유하게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차세대 백신 혁신을 이끌기 위해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mRNA 백신 기술은 기존 백신보다 신속하고, 강력하게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이 발생할 경우 다른 기술보다 신속한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 여기에 mRNA 백신 기술은 감염병뿐만 아니라 암과 희귀질환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로 큰 성공을 거둔 바이오앤텍과 모더나가 mRNA 플랫폼 기술로 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앤텍은 흑색종 치료제 'BNT122'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모더나는 같은 적응증을 대상으로 'mRNA-4157'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2월 mRNA 기술을 적용한 일본뇌염 백신 후보물질 'GBP560' 임상 1/2상을 호주 인체연구윤리위원회(HREC)로부터 승인받았다. 해당 임상은 성인 402명을 대상으로 면역원성과 안전성 평가가 진행될 예정이다. 중간 데이터는 2026년 확보될 것으로 회사는 보고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mRNA 백신 기술을 활용해 감염병 예방 백신 개발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유바이오로직스의 약진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생산성이 향상된 개량형 콜레라 백신 '유비콜-에스(Euvichol-S)'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도 보관과 복용이 편리한 경구용 백신이다. 유비콜-에스는 기존 '유비콜-플러스'의 제조 방식과 항원 구성을 개선해 생산 수율을 약 40% 증가시켰다. 백신 개발에는 국제백신연구소(IVI)가 약 4년간의 공동 임상시험을 거쳐 탄생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개발뿐만 아니라 유니세프와 약 1억830만 달러(약 1560억원) 규모의 대규모 공급 계약도 지난해 11월 체결했다. 이 백신은 먼저 아프리카와 개발도상국에 공급될 예정이다. 최근 이 지역에선 콜레라 감염이 급증하며 백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콜레라 퇴치 국제조정위원회(ICG)가 기존 2회 접종을 1회 접종으로 변경해 우선 접종할 것을 권고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CAPA(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춘천 제2공장의 원액 시설은 올해 2분기 WHO 승인을 받았으며, 유비콜-에스에 대한 WHO-사전적격성평가(PQ, Prequalification) 인증도 완료했다. 2025년 하반기 완제 시설까지 WHO 승인을 받으면 연간 최대 9000만 도즈 생산이 가능해진다. WHO의 PQ를 획득한 백신만이 유니세프,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의 국제기구를 통해 공급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승인 절차는 세계 시장 확대의 중요한 과정이다.

콜레라는 콜레라균에 오염된 물과 음식 섭취를 통해 감염되는 급성 설사성 질환으로,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동 지역에서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WHO는 매년 최대 400만명이 콜레라에 걸리고, 약 22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베리파이드 마켓 리포츠(Verified Market Reports)에 따르면, 글로벌 콜레라 백신 시장은 2022년 25억 달러(약 3조6020억원)로 평가됐고, 2030년까지 40억 달러(약 5조7632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유바이오로직스의 생산 확대로 글로벌 공급 부족 문제 완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 다음 핵심 수출 품목으로 주목받는 수막구균 5가 백신 'EuNmCV-5(유엔엠씨브이-파이브)'가 후기 임상시험에 본격 돌입했다. EuNmCV-5는 지난해 9월 해외 임상 2/3상을 시작했다. 사하라 이남의 '수막염 벨트'에 거주하는 9개월~29세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투여가 시작됐다. 이번 임상을 통해 수막구균 A, C, W, Y, X 등 5가지 혈청형을 포함한 백신의 효과를 검증할 예정이다.

EuNmCV-5는 유바이오로직스의 자체 개발 플랫폼 기술 'EuVCT(Euvaccine Conjugation Technology, 다당 단백질 접합 기술)'를 활용해 개발됐다. 이 기술은 다당류 항원을 운반 단백질(Carrier protein)과 결합해 면역 반응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기존 다당류 백신보다 면역 지속 기간이 길고, 항체 반응이 더욱 강력하다. 특히 폐렴구균, 인플루엔자, 장티푸스 등의 접합 백신 개발에도 적용 가능해 활용도가 높다.

수막구균 감염증은 뇌수막염과 패혈증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급성 감염병이다. 치료하지 않으면 치사율이 최대 50%에 이를 정도로 위험하다. 현재 다양한 수막구균 백신이 시판되고 있지만, X 혈청형을 포함한 공공백신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유바이오로직스와 인도 세럼연구소(Serum Institute of India, SII) 단 두 곳뿐이다.

시장조사기관 밴티지마켓리서치(Vantage Market Research)는 세계 수막구균 백신 시장은 연평균 6.5%씩 성장해 2032년에는 63억5000만 달러(약 9조149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바이오로직스가 X 혈청형 포함 5가 백신으로 시장을 선점한다면, 글로벌 점유율 확대와 더불어 장기적인 성장 동력 확보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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