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ESG 정책이 하나씩 발효되고 있다. 시장 변화에 대응할 전략 마련은 K-뷰티의 필수 과제다"
대한화장품협회가 국내 장업계의 지속 발전을 위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화장품 ESG 동향과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연자로 등장한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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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플라스틱 제재 강화
첫 번째로 주제 발표에 나선 SK케미칼 윤원재 실장은 ‘EU 리사이클 규제와 이에 대응하는 지속가능 화장품 패키징 소재’에 대해 설명했다.
윤 실장은 "2019년부터 ESG 실천과 관련해 플라스틱 재활용 이슈가 가장 많다"며 "재활용 관련 니즈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곳은 화장품 산업"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플라스틱 순환경제 관련 법·제도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브랜드에선 재활용 제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이 재활용 이슈를 이끈 것은 일회용 플라스틱의 생산, 사용, 재활용 관련 내용을 담은 유럽연합(EU)의 '일회용 플라스틱에 관한 지침(SUPD;Single Use Plastic Directive)'이다.
이 지침에 따라 유럽 각 지역에선 법을 만들어적용해야 한다. EU는 203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를 플라스틱 재활용 기호(RIC) 1~6번에 해당하는 '재활용가능(Recyclable)' 소재로 바꾸기로했다. 2025년부터는 PET 병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25% 사용, 2030년부터는 모든 플라스틱 병에 30%를 포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윤 실장은 최근 유럽에서 추진하고 있는 플라스틱 관련 주요 규제 중 화장품 업계에선 'PPWR'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PWR은 모든 포장재 생산·사용자에게 연도별 포장 폐기물 재활용·재사용 의무를 부과하는 유럽 전체의 법이며, 올해 3월 5일 유럽 의회에서 임시합의 된 후 4월 24일 초안이 승인 됐다. 내년 1분기 중 발효, 26년 3분기 중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친환경 정책과 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 통용되는 레시클라스(RecyClass) 인증은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 가능성을 평가하고 인증하는 프로그램으로 EN15343:2008 및 ISO17065 기준에 근거해 개발됐다. EU 내에 수입되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경우 해당 인증이 취득된 제품을 수출하면 플라스틱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윤 실장은 투명 제품은 PET, 반투명 제품은 HDPE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재활용 가능한 소재는 재활용코드 1~6번 내에서 사용해야 하나, PVC(3번)는 환경 규제, PS(6번)는 프랑스의 낭비방지법, 유해성으로 규제되고. 있다. 또한 LDPE와 PP는 재활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PCR의 사용 함량 증가를 위해선 화학적 재활용의 보완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물리적 재활용 만으로는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발표된 systemiq report에 따르면 PET의 경우, 물리적 재활용만 적용하면 재활용률이 23%에 머물지만, 화학적 재활용(해중합)을 적용하면 재활용률이 67%까지 증가한다. 또한, 화학적 재활용을 적용하면 매립·소각 폐기물이 790만톤에서 220만톤으로 감소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도 절반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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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친환경 근거 자료 확보해야
미국의 지속가능성 관련 규정은 EU 규정을 기반으로 하는 부분이 있어 유사성이 크다. 이번 세미나에서 ‘미국의 지속가능성 규제 현황과 화장품 산업 대응’에 대해 설명한 리이치24시코리아 손성민 대표는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ESG 관련 규정을 구체화하기로 합의한만큼, 화학물질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이 규정과 법률을 마련해나가고 있다"며 "화장품까지 전면적으로 적용되기까진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겠지만,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화장품 산업은 화학 물질 규제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녹색 화학 관련 글로벌 법적 체계는 크게 미국 환경보호청(U.S. EPA)의 ‘Safer Choice Program‘과 유럽의 EU GreenDeal로 분류할 수 있다. 손 대표는 이러한 체계는 △인체 유해성 △물리화학적 특성 △환경 유해성 △성능 △작업자 및 소비자에 대한 노출 정보 △전 생애주기 고려 △경제적 영향 등 종합적이고 충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종합적인 평가를 내린다고 설명했다. 평가 솔루션으로는 △GreenScreen for Safer Chemicals △Safer Choice DfE △Eu GreenDeal SSbD △ChemForward △P2OASYS 등이 있다. 손 대표는 "여러가지 솔루션 중 'ChemForward'가 화장품 원료나 제품 등에 특화돼 있는 측면이 있다"며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ChemForward를 적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화장품 관련 기업은 세포라다.
소셜 미디어의 활성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향상으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어나자 마케팅 입증 관련 규제 및 규정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연방거래위원회(FTC)의 'Green Guides'가 기본 골자라고 할 수 있다. 환경 마케팅 주장을 위해선 소비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합당한 과학적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손 대표는 "연방법은 일반적으로 디테일한 가이드를 주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며 "과학적으로 뒷받침 할 수 있는 시험법을 개발하거나 입증 자료를 준비해 두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미국에선 플라스틱 포장의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해 '생산자 책임(EPR)'이 떠오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폐기물 관리 부담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생산자로 이전하는 법률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생산자는 제품 및 포장의 폐기에 대한 책임을 갖게 되며, 폐기물 관리와 관련된 관리·운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수수료를 지불할 의무가 있다. 또한, EPR 법률을 준수하기 위해 생산자책임기구(PRO)에 가입해야 한다.
연방 쪽보다는 주법에서 조금 더 급격하게 EPR 관련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손 대표는 "미국은 특히 주 별로 제도가 달라 주의가 필요하다"며 “챙겨야 할 부분이 워낙 많기 때문에 기업에서 한 번에 대응하기 쉽지 않아 정부나 협회에서 대응책 지원을 한다면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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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포장, 법 제대로 알아야 피한다
한국환경공단 이정호 과장은 ‘과대포장 규제 현황과 포장 디자인 개선 방향’을 주제로 강연했다. 일명 '과대포장 검사'라고 불리는 국내 포장검사 제도의 정식 명칭은 '포장재질 및 포장방법 검사'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시행되고 있다. 포장폐기물 발생 억제 및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제품 제조자 등이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를 사용하고, 불필요한 포장을 억제하도록 포장 재질과 포장 방법에 관해 검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장은 "화장품은 '포장 방법' 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제품인데 헷갈려 하는 경우도 많다"고 언급했다. 특히 '단위제품'과 '종합제품'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은데, 단위제품은 1회 이상 포장한 '최소 판매단위' 제품을 의미하고, 종합제품은 같은 종류 또는 다른 종류의 최소 판매단위 제품을 2개 이상 함께 포장한 제품을 뜻한다. 이 과장은 "업체에서 실제 판매하는 제품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며 "예를 들어 두개를 한 세트로 판매하고 있다면 2개 이상이라 종합제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률상으론 두개가 한 세트인 하나의 제품이기 때문에 '단위제품'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어떤 제품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포장 기준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부분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 과장은 강조했다.
한국환경공단이 2021~2023년 화장품류의 포장기준 불합격률을 조사해본 결과, 2022년과 2023년에 각 32.9%, 27.7%를 기록하며 전체 평균을 약 4%씩 초과했다. 이 과장은 "화장품류의 불합격률이 Top5 안에 든다"며 "포장 기준을 지키려는 시도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결과적으론 불합격률이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폐기물 절감과 자원 순환을 위한 포장 규제 방향은 UN 플라스틱 국제 협약의 영향을 받는다. 차주 중 부산에서 진행될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 논의 사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핵심의무' 관련 논의가 뜨거운 감자인데, 현재 후발 생산국과 소비국의 입장차가 커 협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이 과장은 전망했다.
그는 협상의 결과에 따라 정도가 달라질 수 있지만, 제재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포장 단순화'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포장 자체의 기능성을 중시하기 보단 소비자가 버리기 쉬운 포장으로 바꾸고, 재사용이 쉬운 동일한 포장용기를 사용하되 내용물을 쉽게 바꿀 수 있게 바꿀 것, 또한 가능한 다회용 제품으로 설계할 것 등이 방안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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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 점검해 발빠른 대응해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연경흠 상무는 'K-뷰티산업의 ESG 경영 필요성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구글 트렌드를 기반으로 딜로이트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5년 파리협약과 UN의 SDGs(지속가능 개발 목표) 채택 이후 '지속가능한 뷰티' 키워드 검색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2017년 글로벌 기업의 ESG경영 강화 발표, 2018년 EU 플라스틱 규제 강화 논의, 2020년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소비자의 환경 및 윤리적 가치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가했다. 화장품 산업에서도 ESG 요소가 단순한 규제 준수 수단이 아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게 된 계기다.
연 상무는 "인디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고 OEM·ODM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현재 산업 형태에선, 지속가능성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 '밸류체인'을 제대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밸류체인 별 각 단계에서 주요 실천 방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료생산 단계서 유기농 원료 개발, 원재료 공정거래 기반 조달 등을 위해 노력한다면 제품 생산 단계에선 공급망 및 협력사 ESG 관리, 비건, 동물실험 금지 등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
화장품 산업은 '복합성'이 큰 것도 큰 특징 중 하나다. 연 상무는 접근방식을 △소비자 니즈 반영을 위한 지속 가능한 제품 출시 △신 통상규제 대응을 위한 제품 및 경영 혁신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 대응 △환경 및 사회 관련 이슈 대응 및 부정적 사건에 대한 발생 가능성 고려 등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고 말했다. ESG 활동을 비즈니스에 어떻게 녹여내야 하는지 각각의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친환경 전략 등 ESG 활동은 특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런 부분이 없이는 수출에도 불리한 측면이 많다고 연 상무는 언급했다. 그는 "최근 미국 대선 결과와 관련해 정책 변경을 예상하시는 분들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정책을 준비해서 시행하고 있는 유럽이 일정한 노선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방향성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화장품협회의 'ESG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연 상무가 설명했다. 주요국의 중점적 지침을 종합적으로 포함하고 이행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화장품 산업이 주목해야 할 ESG △ESG 경영 실천 가이드(활용방안) △관리영역별 체크리스트, 케이스 스터디 등 크게 3가지 챕터로 구성됐다.
연 상무는 "기업에 어떤 부분이 조금 더 시급한 과제이며, 어떤 부분에 관리가 용이한지 살펴볼 수 있고, 토픽별로 관리 체계를 수립할 수 있게 돕는 가이드라인"이라며 "이를 활용해 기회나 리스크를 식별하고 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