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벤티스, 백마 탄 기사 찾습니다
사노피 적대적 인수 방패막이役 기대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4-01-28 15:31   수정 2004.01.28 23:30
"사노피-신데라보社가 480억 유로(600억 달러) 규모의 기업인수 의향을 내비쳤지만, 우리는 그들과 합병을 단행해야 할 아무런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차라리 다른 메이저 제약기업들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훨씬 이롭고 긍정적인 결과로 귀결될 것이다."

프랑스 아벤티스社가 사노피측의 제안에 대해 퇴짜를 놓으며 27일 밝힌 공식반응의 요지이다. 현재 아벤티스가 세계 7위의 제약기업인데 반해 사노피는 14위에 머물러 있음을 감안하면 거의 예견되었던 냉담한 회답인 셈.

이날 아벤티스의 이고르 란도 회장은 "사노피측의 적대적 인수 움직임은 그들이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고 폄하했다.

즉, 현재 44%의 지분을 보유한 양대주주인 로레알·토탈피나 엘프와의 관계가 올해 말로 종료된 이후 사노피가 다른 기업에 인수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데다 항응고제 '플라빅스' 등 핵심품목들의 특허만료시기가 임박하면서 펀더멘틀 약화에 대한 우려감도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란도 회장은 "따라서 사노피측이 아벤티스를 절실히 원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이에 앞서 아벤티스의 이사회(management board)는 26일 사노피측의 예기치 못했던 제안을 이미 거절한 상태이다. 회사의 최고경영위원회(supervisory board)도 28일 같은 조치를 취할 전망이다.

특히 이날 란도 회장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한가지 대안은 다른 메이저 제약기업을 백마 탄 기사(white knight) 삼아 끌어들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란도 회장은 사노피측의 적대적 인수 시도에 방패막이 역할을 맡아 줄 파트너의 구체적인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항간에서는 프록터&갬블(P&G)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아벤티스는 항생제 '케텍'(Ketek)과 항암제 '제나센스'(Genasense) 정도를 제외하면 가까운 미래에 내놓을만한 대형신약을 찾기 어려운 상태여서 라이센싱 파트너가 절실한 입장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아벤티스를 위해 엔젤 투자자格 구원투수(savior) 역할을 자처할 메이저 제약기업이 나타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견해를 내보이는 애널리스트들이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소재 샌퍼드 번스타인 증권社의 캐서린 아놀드 애널리스트는 "아벤티스의 제약사업 부문이 오는 2008년까지 연평균 3% 정도의 매출증가를 기록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그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란도 회장은 "다음달 5일 있을 연례 경영결산회의에서 미래의 블록버스터 신약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등 부정적인 투자자들의 견해를 돌려놓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리쉐이프 아벤티스'(Reshape Aventis) 프로그램의 내용을 업데이트시켜 추가적인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 등을 내놓겠다는 것.

한편 사노피와 아벤티스가 결합할 경우 프랑스 정부측의 입장에서 보면 더 할 수 없는 축복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해 250억 유로 안팎의 매출을 올리면서 미국 화이자와 영국 글락소에 대항할만한 세계 3위의 거대 제약기업이 탄생하게 될 것이기 때문.

그러나 아벤티스가 지난 1999년 프랑스 롱프랑-로라와 독일 훽스트의 통합으로 출범했음을 상기할 때 독일측 입장에서 보면 자칫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일각의 분석이다.

실제로 볼프강 클레멘트 독일 상공부 장관은 27일 "양사가 합병할 경우 9,000여명의 독일 내 아벤티스 재직인력 중 상당수가 감원당하는 상황 등이 초래될 수 있을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사노피측이 빅딜 성사시 16억 유로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지만, 이는 곧 10,000명에서 최대 1만2,000명에 달하는 인력감원을 전제로 한 가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