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한약제제 표기 법안 발의...약사-한약사 갈등 재점화
약사 단체 "적극 지지" VS 한약사회 "한약제제 구분 논의가 먼저"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11-02 06:00   수정 2023.11.02 08:07
약사와 한약사 간 업무 영역 구분과 관련한 갈등이 첨예히 대립하고 있다. ©픽사베이

국회에서 ‘한약제제 병행 표기법’이 발의되자 약사 단체는 적극 지지했지만 한약사회는 한약제제 구분 논의가 우선이라고 맞섰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지난달 11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약제제 의약품 분류’와 관련한 질의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논의해 진전이 있도록 하겠다’고 답한 데 이어,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이 ‘한약제제 병행 표기 법’을 30일 대표발의했다. 

최영희-서정숙 등 국민의힘 의원 11명이 발의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한약제제에 해당하는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에 '한약제제'라고 표기하자는 것이 골자다. 의약품 용기 등 기재사항을 규정하는 약사법 제56조 1항 8호를 개정하자는 내용의 이  발의안은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앞두고 있다.

최 의원은 법안 발의 이유에 대해 "일반의약품 중 약국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안전상비의약품도 소비자의 올바른 구입과 복용을 유도하기 위해 현행법 규정에 따라 그 용기나 포장에 '일반(안전상비)의약품'으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의약품을 올바르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용기나 포장에 '한약제제'라는 문구를 표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약사법 제2조제6호)에 따르면, 한약제제는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해 제조한 의약품으로 정의하고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 약국 등에서 조제 또는 판매되고 있다.

약사 단체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최선의 방식이라며 최 의원 법안 발의에 힘을 보탰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약준모)은 1일 "한약제제는 의약품이란 카테고리 안에서 독자적인 치료 원리를 구축해 치료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음에도 이에 대해 소비자가 알 길이 전혀 없었다"며 "국민들이 한약제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해가 없이 복용하고 있으므로 용기-포장-설명서 등에 한약제제의 표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약제제 관련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화학의약품과 다른 별도의 부작용 보고처가 지정돼 있지만, 국민은 한약제제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보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약준모에 따르면, 한약제제는 한약과 달리 일반적인 화학 성분의 의약품들과 유사하게 한방원리에 따라 표준화된 성분 및 조제법을 통해 규격화돼 생산 및 판매되는 것으로 한약의 과학화 첨병에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한약제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한약제제 표기 의무화'를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궁극적으론 국민의 건강 향상에 기여하자는 게 약준모의 주장이다.

대한한약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임채윤 대한약사회장은 이날 "현재 한약과 한방원리-한약제제-생약제제 등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며 "정확히 무엇을 한약제제라고 표기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약사법에 명시된 한방원리의 정의와 한약제제로 분류된 품목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 대한한약사회의 설명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표기해야 할 한약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임 회장은 "자그마한 동네 상가 탕전실에서 물이나 주정으로 추출하고 전통 약탕기로 달이면 한방 원리고, 으리으리한 연구소 실험실에서 메탄올이나 아세토니트릴로 추출해 합성하면 서양의학적 입장일까"라며 "자의적인 판단일 뿐 법적 정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한약제제와 생약제제는 동일한 개념이 성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한한약사회는 한약제제를 병기표기하자는 이번 법안이 명분을 가지려면, 그에 앞서 한약사-한의사-약사-의사로 구성된 협의체를 마련해 한약과 한방원리에 대해 정의하고 한약제제와 생약제제의 분류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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