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벤티스·사노피, 프랑스版 제약 빅딜?
뚜렷한 입장표명 유보 궁금증 증폭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3-11-21 19:01   수정 2003.11.22 01:18
신약의 고갈로 성장에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메이저 제약기업들은 최근들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5년 동안 제약업계에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와 화이자社 등 초대형 빅딜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깜짝쇼 시리즈를 연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빅딜 보다 품목별 제휴 등의 방식이 향후 대세를 형성할 것이라는데 대체로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동안 제약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초대형 빅딜사례들이 많은 경우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

즉, 빅딜을 성사시킨 메이저 제약기업들이 블록버스터 신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음은 단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또 빅딜을 통해 비용절감이라는 한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기업들도 합병에 뒤따랐던 적잖은 부작용들(disruptions)로 인해 성장률 제고라는 두 번째 토끼를 잡는데는 실패하고 있다는 분석도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 아벤티스社의 최고 업무책임자(COO) 리샤르 마르캥 사장은 20일 "제약업계에서 대형 M&A가 성사된 이후에는 상당한 부작용이 뒤따를 소지가 다분하다"며 빅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러나 마르캥 사장은 정작 아벤티스社의 빅딜 가능성에 대해서는 입장표명을 유보하는 반응을 보여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아벤티스社가 사노피-신데라보社와 프랑스版 제약 빅딜을 성사시킬 유력한 후보기업으로 꾸준히 이름이 거론되어 왔음을 상기할 때 이목이 쏠리게 하는 대목. 게다가 아벤티스社 자체가 지난 1999년 프랑스 롱프랑 로라社와 독일 훽스트社의 합병을 통해 탄생한 기업이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롱프랑 로라와 훽스트의 합병을 최근 제약업계에서 성사되었던 가장 성공적인 빅딜 케이스의 하나로 손꼽고 있다. 비용절감과 제품력 강화 등의 측면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경우로 평가되고 있는 것.

실제로 몇몇 전문가들은 빅딜이 제약기업들에 안겨준 가장 큰 효과로 비용절감을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화이자社의 경우 지난 2000년 워너램버트社를 인수한 뒤로 주가의 변동 폭이 크지 않았던 데다 시너지 효과도 감소하고 있지만, 지난해 파마시아社를 매입하면서 40억 달러 정도의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1~2건의 빅딜이 추가로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깜짝쇼를 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 증권社의 스튜어트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대형 M&A가 비용절감 측면에서는 매우 효과적인 결과로 귀결될 수 있겠지만, 연구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는 약효가 입증된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일까?

간판품목 '클라리틴'의 특허만료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쉐링푸라우社의 경우 심혈관계 치료제 부문에서 강한 제품력을 보유한 만큼 매력적인 M&A 파트너로 조건을 갖추고 있는 데다 수 차례에 걸쳐 루머가 불거져 나왔음에도 불구, 아직껏 뚜렷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한편 마르캥 사장은 "오늘날 대부분의 메이저 제약기업들은 R&D 비용의 급증이라는 고민거리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나의 신물질(NME)을 개발해 내기까지 8억 달러 정도가 소요됐지만, 이제는 14억 달러대로 부담이 치솟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 각국 정부는 약가인하에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과거에 숙명의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제약기업들도 손에 손잡고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하면서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임을 강조하는 사례들이 속속 눈에 띄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캠브리지 파마 컨설턴시社의 사이먼 홀트 부회장은 "앞으로 제약업계에서는 라이센싱, 코마케팅 등의 사례들이 더욱 빈번히 목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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