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약사법 위반 판치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복지부 복지부동(伏地不動)
실천약 "계도와 방임은 동의어인가?"...가이드라인 '무용지물'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6-28 06:00   수정 2023.06.28 06:01
실천하는약사회 운영진 김태수 약사가 27일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약업신문

"시범사업 중단하고 위반사례 처벌하라
시범사업 졸속추진 건보재정 박살난다"

실천하는약사회(이하 실천약)가 27일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관에서 가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모니터링 결과공개 및 불법 처벌촉구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구호를 외쳤다.

실천약은 이날 시범사업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하고 가이드라인 위반은 위법행위이므로 의료쇼핑과 약물오남용 촉발 주체인 위반 업체를 처벌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보건복지부가 책임을 다할 것과 시범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실천약 운영진인 김태수 약사는 6월 1일부터 27일까지 플랫폼 D사에 대해 모니터링한 결과, 반복적으로 지침을 위반한 약국 60여곳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약국들은 약국명과 약사명을 기재하지 않은 채 조제의약품을 제공하거나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 상 적법한 환자가 아님에도 무분별한 약 배송 서비스를 했다. 실제로 실천약이 모니터링으로 파악한 60여건의 사례 모두 초·재진 환자 여부는 물론, 재택수령 대상자에 대한 확인 없이 약 배달이 이뤄졌다. 약국에선 약 전달 시 구두와 서면 복약지도가 필수이기 때문에 이는 약사법 위반 사례에 해당한다.

병의원의 가이드라인 위반 사례도 적지 않았다. 가이드라인상 비대면진료는 화상통화가 원칙임에도 모든 진료가 음성통화나 문자로 이뤄진데다 본인 확인 절차 없이 타인의 명의로도 진료가 진행됐다. 이는 명의도용은 물론 의약품 수집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또 환자가 원하는 대로 무분별한 처방이 가능했고, 초진 진료비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실제 결제된 금액은 의원마다 상이했다. 밤 늦은 시간 영업이 끝난 의료기관의 의사가 의료기관 밖에서 비대면 진료를 한 사례도 3건 있었다. 이는 의료법 위반 사항이다.

김 약사는 "계도 기간이니 안 지켜도 되고 처벌이 안 된다는 건 허위 주장"이라며 "가이드라인 준수가 필수 요건인 만큼 지침 위반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플랫폼 업체들이 계도기간의 의미를 단속이나 행정제재가 없는 기간으로 멋대로 규정하고, 서비스를 정상운영 중인 행태를 지적했다. 또 이를 계도기간이라는 이유로 방임하고 있는 복지부를 비판했다.

김태수 약사는 기자회견 중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통해 타인이 처방받은 약을 본인 확인 없이 전달받는 현장을 보여 줬다. 심각한 약물 오남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약업신문

또 이날 기자회견 현장엔 비대면진료 플랫폼 D사를 이용해 처방된 약이 퀵 서비스로 도착해 눈길을 끌었다. 충북에 있는 실천약 모니터링 팀원이 플랫폼을 이용해 서울 마포구 의원의 진료를 받아 강남구 모 약국에서 배달시킨 약이 서초구 약사회관으로 도착한 것. 비대면진료를 받은 당사자는 현장에 없었고, 환자 본인 확인도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배달된 약은 슈도에페드린 성분의 처방약 30정이었다. 슈도에페드린은 코막힘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물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1인에게 최대 3일분에 해당하는 양만 판매하도록 돼 있다. 대량으로 구매해 정제하면 마약류로 분류돼 관리되는 메스암페타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메스암페타민은 각성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심각해 일명 ‘필로폰’으로 불린다.

김 약사는 "이렇게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현장은 '총체적 난국'임에도 복지부에선 현재 시범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4주차인 현재 현장이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며 "모니터링을 통해 부족한 점은 바로 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천약측은 "불법이 판치고 범죄에도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 사업이라면 국가가 나서서 그것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복지부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플랫폼을 제재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천약은 이날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약국 60여개 업체를 보건복지부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약업신문

이날 실천약은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63곳의 약국 명단을 공개하고,  보건복지부에 약 배달과 임의조제 등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위반 약국 가운데 현 대한약사회 상임이사가 운영하는 약국 1곳과 공공심야약국 3곳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약사사회의 내부의 적들을 명확하게 단속하고 고발해야 하며, 대약 지부 분회 가릴 것없이 모든 곳에서 배제시켜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천약은 상임이사 고발 건에 대해 대한약사회에 알렸다며, 요청 시 정부와 논의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실천약은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병의원에 대해서도 보건소에 민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본지 기자가 A 보건소에 문의한 결과 "시범사업 계도기간이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위반 병의원 민원이 들어와도 해당 병의원에 가이드라인을 다시 한번 안내할 뿐 제재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계도기간 후에는 본격적인 단속을 할 예정이냐’는 질문에도 "그때도 처벌 규정이 내려와야 그에 따라 제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계도기간이기에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한계 속, 무분별한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복지부에서 가이드라인 위반 업체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처벌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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