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신농포건선', 6년 째 희귀질환 지정 좌절…"환자 좀 살려주세요"
김성기 회장, "신체적·정신적 고통 넘어 생명까지 위협…희귀질환 지정 절실"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5-26 06:00   수정 2023.05.26 06:01
한국건선협회 김성기 회장은  23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환자 삶을 위해선 전신농포건선의 희귀질환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 약업신문

국내에서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2018년부터 매년 신규 희귀질환을 지정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가관리 대상으로 총 1165개의 희귀질환이 지정됐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희귀질환이 7000개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16%에 불과하다.

미지정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제도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희귀질환에 지정되지 못한 질환은 산정특례, 저소득층 희귀질환 대상 의료비지원사업 등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질환 중 하나인 ‘전신농포건선’은 전체 건선 환자 중에서도 유병률이 1% 미만이다. 2021년 기준 국내에 약 3000명 정도가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희귀 건선이다.

전신농포건선은 전체 건선 중 85~90%를 차지하는 판상건선과는 다른 질환으로 분류된다.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인터루킨-36 수용체(IL-36R)가 훨씬 더 높게 발현돼 증상의 악화가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전신농포건선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2018년 희귀질환 지정 신청을 시작하고  6년째 지정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희귀질환으로 지정된다면, 전신 증상으로 인한 응급처치와 입원치료로 발생하는 환자의 부담은 줄고, 추후 혁신신약이 도입됐을 때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약업닷컴은 23일 ‘희귀질환 극복의 날’을 맞아 한국건선협회 김성기 회장과으로부터 희귀 건선 ‘전신농포건선’의 증상과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Q. 우선 한국건선협회란 무엇인지 소개 부탁드린다.
한국건선협회는 만성재발성 난치성 피부 질환인 건선에 대해 알리고, 건선의 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999년 창립됐다. 건선의 올바른 사회적 인식을 위한 홍보와 지원, 최신 건선 치료 정보 공유, 건선 책자 발간, 설문조사, 집담회 및 세미나 개최 등 건선 환자들이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강한 사회 일원으로 지낼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Q. 전신농포건선은 굉장히 희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질환인가?
전신농포건선은 고름 물집인 농포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온몸에 생긴 고름 물집이 터져 진물이 흐르고, 피부 껍질이 벗겨지는 증상이 반복된다. 극심한 가려움과 작열감을 유발하는 농포 외에도 오한, 발열과 같은 전신증상과, 심부전, 신부전, 패혈증 등의 중증 합병증이 동반돼 응급처치와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매우 희귀한 건선 형태라 질환 인식도가 낮아 진단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 어렵게 진단받더라도 근본적인 치료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까지 국내에 전신농포건선 치료를 위해 허가된 치료제는 없기 때문이다. 주로 증상 완화를 위해 스테로이드와 같은 대증요법을 받는 편이다.

현재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선 전신농포건선 치료를 위한 생물학적제제 스페솔리맙이 허가돼 사용 중이다. 이 생물학적제제는 전신농포건선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면역체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에서도 하루 빨리 허가 전신농포건선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Q. 전신농포건선 환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전신농포건선은 생명까지 위협하는 질환이다. 실제 사망률도 3~7%로 알려져 있다. 온몸에 퍼진 농포는 극심한 가려움을 유발하고, 환부를 긁다 출혈이나 2차 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증상이 피부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심장, 호흡기, 신장 등에도 증상이 나타난다.

실제로 국내 성인 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심근경색, 당뇨병, 신질환, 간질환 등이 전신농포건선의 악화 요인으로 나타났고, 21명의 환자가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했으며, 17명의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극심한 신체적 고통, 수년에서 수십년간 지속되는 재발, 삶을 위협하는 중증 합병증들은 환자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와도 연관된다. 심리적 스트레스는 가장 흔한 악화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고, 대다수의 전신농포건선 환자들은 상당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전신농포건선 환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환자 중 67%가 ‘두려움과 불안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전신농포건선에 대한 스트레스가 또 다른 악화를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의 고리에 놓여있다.

Q. 일반 건선도 치료비 부담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신농포건선은 어떤지?
전신농포건선은 갑자기 나타나는 악화와 재발이 특징적이다. 실제로 전신농포건선 환자 중 76%가 재발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신증상을 동반할 경우, 응급처치와 입원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체로 환자들은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와중에 발생하는 입원비와 치료비는 환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아울러 현재는 전신농포건선 치료를 위해 국내 허가된 의약품이 없다. 전신농포건선 혁신 치료제의 국내 도입을 기대하고 있다. 혁신 신약이 도입되었을 때 환자들은 치료에 대한 희망과 동시에 약값에 대한 부담으로 절망을 느낄 수 있다.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치료받기 위해선 산정특례 등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Q. 전신농포건선은 희귀질환 지정 신청에도 지정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보건복지부는 희귀질환의 체계적인 관리 및 환자 지원을 위해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을 지정하고 있다. 목숨을 위협하는 희귀 건선인 전신농포건선은 국가 차원의 질환 데이터 관리와 분석, 재정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2018년부터 시작해 5년째 전신농포건선 환자들은 신체적 고통, 정신적 스트레스,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며 희귀질환 지정을 기다리고 있다. 전신농포건선이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어 질환에 대한 인식도 높이고, 전신농포건선 환자들에게 충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희귀질환 지정절차에 따르면 2분기~3분기동안 학회와 유관기관, 위원회 등의 검토가 진행되고, 4분기에는 공고 및 시행된다.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높은 미충족수요를 바탕으로 환자와 의료진 모두 전신농포건선의 희귀질환 지정 필요성에 대해 피력하고 있다. 올해는 반드시 희귀질환으로 지정되기를 바란다.

Q. 희귀질환 지정을 통해 산정특례가 이뤄진다면, 어떠한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지?
2017년 중증판상건선이 산정특례 대상 질환으로 지정되면서 환자들의 요양급여비용 부담이 60%에서 10%로 줄어들었다. 이후 추가로 중증판상건선의 산정특례 기준이 완화된 이후 기존 요건으로 인해 치료 기회가 박탈됐던 환자들도 치료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바 있다.

전신농포건선은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중증 질환이며, 중증판상건선보다 중증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들이 중증 합병증을 앓고, 사망에 이르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선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산정특례 적용이 된다면 생활고를 겪고 있는 전신농포건선 환자들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 생각한다.

Q. 전신농포건선 환자들의 삶을 위해 개선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또 이를 위해 협회에서 계획하고 있는 활동은 무엇인지?
가장 필요한 것은 환자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는 것이다.

전신농포건선 환자들은 오랜 기간 위태로운 삶을 보내면서 희귀질환 지정을 기다리고 있다. 환자들이 오래도록 염원한 희귀질환 지정이 가장 필요하다.

또한 전신농포건선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마련되어야 한다. 희귀 건선 환자들은 해당 질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심각한 중증 합병증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질환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을 수 있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

건선은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판상형건선 이외에도 전신농포건선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가 있다. 유럽의 경우는 건선의 종류마다 환자 단체가 세분화돼 활동하고 있다. 환자들은 세분화된 환자 단체를 통하여 본인이 겪고 있는 질환에 대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고,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에서도 전신농포건선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치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전신농포건선환자 단체 설립에 도움 또는 자문을 드리고, 협회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