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질라…”원료의약품 중국 의존도 낮춰야”
美, 바이오 분야 中 견제 기조 재확인…한국도 자급률 높여야
이상훈 기자 jianhs@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4-20 06:00   수정 2023.04.20 08:16

미국의 노골적인 공급망 강화 행보로미국 의약품 시장 진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1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전기차 세액공제 세부 지침 규정안을 발표했다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핵심광물은 2025년부터외국 우려 단체'에서 조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것이 주요 골자다

외국 우려단체를 중국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에 따라 2025년부터는 중국에서 생산한 핵심광물을 한국에서 가공해 쓸  경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이 같은 방침이 의약품 대미수출에도영향을 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게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미국은 지난달 바이오행정명령의 후속조치로향후 5년 내에 광범위한 합성 생물학 및 바이오 제조 능력을 구축해 소분자 약물에 대한 원료의 최소 25%를 자국에서 생산한다는 내용의바이오기술 및 바이오 제조 혁신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보고서는 현재 소분자 의약품 대부분의 원료의약품은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해외에서 화학공정을 통해 합성하고 있으며이는 공급망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산 의약품을 견제하는 이유는 세계 의약품시장에서 중국산 원료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중국의 화학합성 원료의약품 점유율(2020년 기준) 17.0%로 세계 1위다이어 아일랜드(13.0%), 미국(9.0%) 순이며 한국산 점유율은 4.7%

중국은 2025년까지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던 제네릭 원료의약품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부문 품목을 선정해 육성하고첨단 공정기슬 개발 등 생산 공정을 혁신할 계획이어서 더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바이오 혁신 보고서는 전기차 사례와 같이외국 우려 단체에서 원료를 조달해선 안된다’고 명시하진 않았지만미국의 자국내 공급망 강화 행보가 중국으로 인해 촉발된 만큼향후 전략물자로 분류되는 의약품 분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은 국산의약품의 큰 고객 중 하나다국산 완제의약품의 대미 수출액은 14474억원으로일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원료의약품의 대미 수출액은 2021년 기준 1775원억이며한국의약품이 수출되는 국가 가운데 세 번째 규모다.

당장은 미국이 원료수입국을 문제삼지 않지만국가간 패권 다툼이 심화하는 만큼향후 전개될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한국도 중국 원료의약품 의존도를 낮추고이를 국산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자급률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10년간 평균 20% 중후반대를 기록 중이다지난 2019 16.2%까지 곤두박질쳤으나가장 최근인 2021년에는 24.4% 수준까지 회복했다

다만 미국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에 대한 원료의약품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우려스럽다최근 3년간 한국의 최대 원료의약품 수입국은 중국이며수입량은 해마다 증가해 전체 수입량 중 34%를 차지한다등록된 원료의약품도 큰 차이가 난다국내 등록된 총 7331건 가운데 국내 제조 원료의약품은 1335개에 불과하며중국일본인도에서 수입되는 원료의약품은 4609개다.

이에 관련업계에선 국내산 원료(자사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의 약가 우대 기간을 종전 1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과 원료의약품 연구개발 투자지원 및 세액공제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바이오 행정명령이 국내 의약품 미국 시장 진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면서보다 근본적으로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주요 원료의약품 가격 급등에서 보듯 원료의약품 생산업체가 가격 협상력을 쥐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