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감염질환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감염질환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감염질환을 예방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백신 접종’이다. 특히 백신은 영유아 및 소아에서 감염질환의 예방은 면역형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영유아 및 소아에게 접종해야 하는 백신의 수는 적지 않다. 접종 횟수가 높거나 특정 나이까지 접종을 관리해야 하는 백신의 경우 기타 다른 영유아 및 소아 백신의 접종률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되면서 ‘혼합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높은 기초감염질환 예방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유행 속에서도 2021 어린이 예방 접종률은 평균 97%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접종 횟수가 1~2회로 적거나 모든 접종을 12~36개월 사이에 완료하는 경우, 완전 접종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표준예방접종 일정 상 접종 횟수가 4회 이상이거나, 만 12세까지 접종을 관리해야 하는 DTaP, 일본뇌염 등 일부 백신의 접종률은 평균 접종률 대비 3~7%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접종 횟수가 늘어날수록, 추가접종이 필요한 백신일수록 접종 누락이 발생하면서 접종률이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접종횟수를 감소시키면서도 예방효과는 동일한 ‘혼합백신’을 활용하면 접종 누락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적기 및 완전 접종률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너무 많고, 복잡한 예방접종…접종 횟수 줄이는 ‘혼합백신’
아기가 태어나면 B형 간염과 BCG 백신의 접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방접종에 돌입하게 되는데, 아기가 맞아야 하는 백신의 종류는 생각보다 많아 부모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
생후 12개월 이내 국가예방접종으로 접종을 필요로 하는 감염질환만 총 15가지다. 백신의 수만 해도 총 11개에 이르며, 단독백신으로 접종할 경우, 아이는 24번의 주사를 맞아야 한다. 여기에 선택접종까지 포함해 접종을 실시한다면 접종의 수는 최대 27번까지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챙겨야할 예방접종의 종류와 횟수가 많아지게 되면, 접종 당일 아이의 컨디션, 보호자의 바쁜 스케줄 등 여러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접종이 누락되고 지연될 수 있다. 결국 잦은 접종 횟수는 부모는 물론 맞아야 하는 아이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예방접종은 적절한 시기에 이뤄져야 최상의 접종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적기 접종’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또한 백신별로 최소 접종 간격이 정해져 있어, 일찍 맞는 것은 오히려 면역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혼합백신’은 하나의 주사로 2개 이상의 여러 감염질환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혼합백신은 접종 누락이나 복잡한 스케줄과 같은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단독백신 접종 대비 접종 횟수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혼합백신은 접종 스케줄을 간소화시켜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혼합백신이 포함할 수 있는 감염질환의 수가 높아질수록 적기 접종률이 높아진다.
국내 필수예방접종에는 DTaP(디프테리아ㆍ파상풍ㆍ백일해)을 비롯해 MMR(홍역ㆍ유행성이하선염ㆍ풍진) 혼합백신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 중 디프테이리아에 대한 예방접종 면역은 기초접종 6개월 이후부터 소실되기 때문에 추가접종을 필요로 한다. 파상풍과 백일해 역시 2세 이전부터 면역 효과가 소실되기 때문에, DTaP 백신은 생후 15~18개월과 만 4~6세 사이에 추가 접종을 필요로 한다.
◆적절한 시점에 맞아야 면역형성 잘 이루져…부스터 접종도 잊지 말아야
디프테리아ㆍ파상풍ㆍ백일해는 표준예방접종 일정표에 따라 생후 2개월부터 기초 접종이 시작된다. 이때 주로 DTaP 혼합백신을 접종 받게 되는데, DTaP 백신은 생후 2, 4, 6개월에 3회 접종을 완료해야 기초 면역력 형성이 완료된다.
디프테리아와 파상풍 등과 같은 불활성화 백신은 첫 번째 접종만으로는 예방력이 형성되기 어렵다. 예방력이 있는 면역은 2번째 또는 3번째 접종 후 에야 형성되기 때문에, 만약 4, 6개월의 접종을 누락하게 되면 결국 필요한 면역력을 형성하기 어려워 감염질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가필수예방접종에는 DTaP에 소아마비(폴리오)를 포함한 4가 DTaP 혼합백신에 Hib(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에 의한 침습성 감염증)을 추가한 5가 DTaP 혼합 백신이 포함되어 사용되고 있다.
5가 DTaP 혼합백신은 단독백신 접종 시 최대 9회에 이르는 접종 횟수를 3회로 줄여준다. 질병청에서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출생한 만 1세에서 5가 DTaP 혼합백신이 약 95% 가까이 사용되는 등 접종이 권장되는 연령대의 아이들 대부분이 혼합백신으로 접종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작되는 6가 DTaP 혼합백신…접종을 위한 공급도 매우 중요
영아들에게 중요한 국가필수예방접종 백신은 안정적인 공급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DTaP 혼합백신과 같이 접종횟수를 줄여 적기 및 완전접종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백신의 경우 안정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DTaP 혼합백신은 사노피의 ‘테트락심주(DTaP-IPV)’, ‘펜탁심주(DTaP-IPV/Hib)’ 등이 있다. 지난 2009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국내에 도입된 4가 DTaP 혼합백신인 테트락심은 4~6세 추가 접종에도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17년 국내 허가와 동시에 필수예방접종에 도입된 5가 DTaP 혼합백신 펜탁심은 지난 2021년 12월 기준, 5가 DTaP 혼합백신 중 약 80%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혼합백신이다.
지난 2020년 4월에는 5가 DTaP 혼합백신에 B형 간염을 추가한 6가 DTaP 혼합백신 ‘헥사심프리필드시린지주(DTaP-IPV-Hib-HepB, 헥사심)’가 허가를 받았다. 헥사심은 출생 직후 B형 간염을 접종한 영아에게 생후 2, 4, 6개월 스케줄로 접종을 시키는데, 단독 백신 접종 대비 접종 횟수를 최대 8회까지 감소시켜 준다. 현재 헥사심은 국가필수예방접종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