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를 비롯한 감염병 치료제 개발 기술 수준이 해외대비 낮은 만큼 기초‧기반연구에 대한 장기 투자와 약물재창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지난 16일 ‘감염병 위기대응 4대 영역별 핵심기술 및 정부 R&D 지원방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항생제‧항바이러스제 등 감염병 치료제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투자 중요성과 치료제 개발 플랫폼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가 높게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감염병 치료제는 항생제‧항바이러스제‧면역조절제 등 화합물 기반과 혈장치료제‧항체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 기반 치료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기존 치료제의 약물재창출 연구도 활발한 상황이다.
현재 200여개 바이러스 중 소수에 대해서만 치료제가 개발돼 있으나, 향후 저독성‧고특이성 항체치료제 관련 개량기술과 AI를 활용한 약물재창출 가속화 기술 등이 유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감염병 치료제 시장은 향후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반면, 국내는 감염질환 파이프라인이 미국의 4.7%에 불과하고 항바이러스제 개발 성공 사례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감염병 치료제 시장은 2005년 390억 달러에서 올해 660억 달러로 고성장이 예측되고 있으며, 2017년 기준 전세계 임상 파이프라인 2만3,520개 중 감염질환 관련은 4,029개로 약 17%에 달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감염질환 관련 전세계 파이프라인의 절반 이상인 2,085개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감염질환 파이프라인은 98개로 미국의 4.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항생제 치료 시장은 국내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국내는 항생제 신약에 대한 낮은 약가로 해외 제약사와 국내 기업이 국내 시장 진출을 꺼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글로벌 항생제 시장의 연평균 증가율을 3.03%로 보고, 2019년 275억9,000만 달러에서 오는 2024년에는 320억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117억3,000만 달러로 42.5%를 차지했고, 그 다음은 북미 86억7,000만 달러, 유럽 51억6,000만 달러가 뒤를 이었다. 반면 국내 항생제 시장은 2019년 기준 11억2,000만 달러로 미국의 약 13%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KISTEP 홍미영 생명기초사업센터장은 “우리나라는 항생제 과다사용 우려로 슈퍼내성균 방지 정책이 사용량 감소에 집중돼 왔으나, 낮은 보험수가 적용으로 인해 FDA에서 허가받은 국내 항생제 신약(시벡스트로, 동아ST)이 국내시장을 포기하는 등 기업의 신약개발 의욕이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항바이러스제 시장의 경우 높은 경제적 이익 창출이 가능하지만 글로벌 제약사가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개발 성공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6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파마(EvaluatePharma)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의 길리어드가 279억2,400만 달러로 54.9%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GSK 15.3%, MSD 8.2% 등을 모두 합친 점유율이 78.4%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치료제로 현대바이오가 개발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올해 3월 임상2상에 들어갔다. 이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항바이러스제가 임상2상에 진입한 첫 사례로, 국내 신약개발 경험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바이오의약품 기반 감염병 치료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그 중요성이 부각됐으며 항체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환자에게 투약하는 항체치료제는 렉키로나, 로나프레브, 밤라니비맙‧에테세비맙, 제부디 등 4종류로, 출시 이후 최소 6조6,000억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치료제와 관련한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하고 독자적 파이프라인이 부족한 만큼 유망 후보물질 확보를 위한 AI기술, 약물재창출기술과 기초‧원천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홍미영 센터장은 “실패 위험이 높은 혁신적인 플랫폼 개발에 정부가 선제 투자하고, 제품 개발 경험과 양상 능력을 갖춘 기업이 치료제 개발을 수행해야 한다”며 “임상환자 모집 등 개발기간 동안 지원과 개발 이후 긴급사용승인 등에서 정부역할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