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수출시장으로 자리 잡은 호주가 내년에도 기세를 이어갈 지 주목된다. 미국과 유럽 등으로 나아가기 위한 경유지로 주목받는데다 임상 생태계까지 탄탄해 국내 기업의 진출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발간한 보건산업브리프 327호 ‘호주 제약시장 진출 정보’를 통해 “호주 제약시장은 아태지역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라며 “정부의 지속된 지원과 노력이 제약바이오 산업‧학계 등 보건 생태계의 탄탄하고 강화된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진흥원에 따르면 호주 제약시장은 지난해 기준 173억 호주달러(119억 달러)를 형성했고, 의약품 소비액은 지난해 호주 전체 보건산업 1,448억 달러 규모의 8.2%를 차지했다. 제약시장의 2020~2025년의 연평균성장률(CAGR)이 6.9%로 전망되는 가운데, 연도별 성장률은 2019년 115억 달러에서 올해에는 138억 달러, 오는 2025년에는 166억 달러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인구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및 생활습관 변화와 높은 1인당 의약품 지출은 호주 제약시장에 관심있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계속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보건의료 지출은 1,447억 달러로, 그 중 69.12%인 1,000억 달러가 정부 지출(지원)에 해당했다.
여기에 규제 환경 개선 및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등 정부의 지속된 지원과 노력 역시 제약바이오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전문의약품 강세…제네릭 자리매김도 기대
전문의약품은 호주 제약시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문으로, 계속되는 인구 노령화, 만성 질환 부담 증가에 따라 현재 성장 추세 및 의약품 시장을 지배하는 영향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행은 지난해 전문의약품 소비에 영향을 미쳤으며, 지난해 호주달러 기준 140억 달러 규모를 형성했다.
일반의약품은 전문의약품의 강세 속에서 공공 보건의료 지출 축소 필요성 및 국민 보건 의식 증진 등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호주의 일반의약품 시장규모는 지난해 약 33억 호주달러에 머무르며 큰 변화는 없었지만, 오는 2025년까지는 44억 달러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리지널의약품은 좋은 의약품 규제 환경, 부유한 인구 및 인구 고령화에 따른 만성‧장기 질병 증가 등이 지속 성장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해 높은 브랜드 충성도 및 브랜드 명으로 약을 처방하는 관행은 오리지널의약품 매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호주 보건부는 TGA의 의약품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했는데, 이는 다국적‧혁신형 제약기업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해 오리지널의약품 시장 성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호주 정부는 의료비용 억제 정책을 추진하며 바이오시밀러, 제네릭의약품 등을 장려해 오리지널의약품 시장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해 호주 오리지널의약품 시장 규모는 118억 호주달러로, 이는 호주 전체 의약품 시장의 65.2%, 전문의약품 매출에서 82.9%를 차지하며 탄탄한 시장을 구축했다.
보고서는 오리지널의약품 시장이 올해 94억 달러에서 2025년 112억 달러, 2030년 132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네릭의약품은 호주의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호주 정부가 환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행한 지원책이 제네릭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소비 장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오리지널의약품에 대한 높은 국민 선호도 등으로 급속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호주 제네릭의약품 시장은 2019년과 지난해에는 정체돼 약 21억 호주달러 수준에 머무르며 호주 전체 의약품 시장의 125%에 불과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제네릭의약품의 수요가 상승해 오는 2030년 36억 호주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韓 기업 진출하려면…임상‧세제혜택‧주요기관 등 주목해야
진흥원은 국내 기업이 호주 제약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목해야 할 고려사항이 있다고 진단했다.
진흥원의 권민지 제약바이오사업단 연구원은 “국내 기업이 호주 제약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에 대한 효율적인 윤리 및 규제체계 등 탄탄한 임상 생태계와 정부의 R&D 세제혜택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2015년 제약산업 성장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센터 MTP Connect와 호주의 연방정부 산하 과학산업연구원 CSIRO 등도 연구와 산업을 연결해 바이오헬스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고 최근에는 코로나19 연구도 진행하는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제약사의 호주 시장 진출 사례도 눈길을 끈다. 지놈앤컴퍼니는 2019년 호주 법인 설립 후 7억원을 출자했고, 같은 해 유한양행은 호주 WEHI 연구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초기 신약개발 과제들의 공동 연구 및 연구자 상호 교류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천랩은 지난해 4월 호주 시드니 현지법인 설립 및 마이크롬바이오 신약 개발에 5억원을 출자했고, 대웅제약은 지난해 10월 코로나19 치료제인 니클로사마이드의 호주 임상 1상에 진입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의 호주 임상 3상을 진행했다.
현대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췌장암 치료제 폴리탁셀의 호주 대형 CRO와 임상 1/2a 수행 협약을 체결했고, 고바이오랩은 올해 3월 면역 마이크로바이옴 치료 신약 KBLP-002의 임상 1상을 완료했다.
올리패스는 올해 8월 비마약성 진통제인 OLP-1002의 호주 임상 1b상 완료 후 a상을 신청했고, 대웅제약은 올해 9월 장기지속형 탈모치료 주사제 ML3001의 호주 임상 1상 개발에 착수했다.
파멥신은 올해 9월에는 올린베시맙-키트루다 병용요법에 대한 호주 임상 2상에 돌입했고, 10월에는 항-VISTA 항체에 대한 호주 특허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