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 비욘드 '푸로작'
2년 前 특허만료 불구 더욱 강한 회사로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3-07-30 17:46   수정 2003.07.31 08:50
제약업계의 닛산(日産) 신화!

일라이 릴리社는 지금으로부터 꼭 2년 전이었던 지난 2001년 8월 2일 그 동안 간판품목으로 확고히 자리매김되어 온 항우울제 '푸로작'의 특허가 만료되는 상황에 직면해야 했었다.

'푸로작'은 오늘의 일라이 릴리가 있기까지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던 베스트-셀링 품목.

메이저 제약기업들 가운데서도 '넘버 1' 품목의 특허가 만료된 이후로 예전의 위치를 회복한 회사들이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 업계의 현실이어서 그 후 릴리의 향배는 제약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온 대목이다.

그리고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릴리는 '푸로작'의 특허만료에 따른 후유증을 완전히 떨쳐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강해진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 손꼽히는 제품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가도 호조를 유지해 경쟁업체들의 시샘섞인 눈길을 한몸에 받고 있을 정도다.

릴리의 본사가 소재한 美 인디애나州의 주도(州都)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투자자문회사 핍스 서드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社의 조지 P. 와일드 조사국장은 "릴 리가 최고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지난 1971년 릴리에 몸담은 이래 96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던 시드니 타우렐 회장은 지난주 "당시 우리는 20억달러에 이르던 '푸로작'의 매출감소에 따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또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모든 도전요인들을 극복해 냈다고 타우렐 회장은 강조했다.

실제로 2002년 당시 릴리의 임직원들은 연봉동결을 감수했는가 하면 올들어서도 700명에 달하는 인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릴리의 주가도 2000년 7월 이후 2년이 경과한 뒤에는 예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푸로작'의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던 지난 1997년 릴리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4개 핵심품목 및 제품群의 매출향상 ▲라이센싱을 통한 유망신약 확보 ▲'푸로작'의 제네릭 제형들과 가격경쟁 지양 ▲개발후기단계 진입약물들의 조기발매 주력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 같은 전략은 현재 상당한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여기서 '4개 핵심품목 및 제품群'이란 정신분열증 치료제 '자이프렉사', 당뇨병 치료제, 항암제 '젬자', 골다공증 치료제 '에비스타' 등을 지칭한 개념이다. 이들 제품들은 지난 2000년부터 2002년 사이에 매출이 48%나 증가하는 괄목할만한 실적향상을 시현했다. 즉, 매출이 25억달러나 수직상승하면서 '푸로작'의 손실분을 상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 메릴 린치社가 지난 6월 내놓았던 보고서에 따르면 총 88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미국의 항우울제 시장에서 한때 시장점유율 리딩품목을 구가했던 '푸로작'은 현재 항우울제 처방약 시장의 1.2%를 차지하는데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약품 매출 추적조사기관인 익스프레스 스크립트社에 따르면 '푸로작'의 제네릭 제형들은 미국 항우울제 시장의 25%를 가져갔을 뿐 아니라 전체 항우울제 처방량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릴리가 제네릭 제형들과의 싸움을 택하지 않았던 데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릴리측은 약가경쟁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대신에 오히려 '푸로작'을 담당했던 영업팀을 다른 제품으로 돌렸는가 하면 4개 신약의 조기발매를 목표로 2001년 말 이후로 올초까지 R&D에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이들 외에도 또 다른 4개 신약들이 2004년 중으로 발매가 점쳐지고 있다. 릴리의 127년 역사상 가장 많은 신약이 쏟아져 나올 '최고의 수확기'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당연히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은 릴리의 주가를 다시금 높이 평가하기 시작했다. 가령 투자수익률(PER)을 보면 최근 릴리는 최상위권 8개 메이저 제약기업들 가운데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S. G. 코완 증권社의 스티븐 스칼라 애널리스트는 지난 6월 공개했던 보고서에서 "올해부터 오는 2007년까지 릴리는 매년 16% 안팎의 이익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현재와 같은 성공이 있기까지 시행착오와 시련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디애나폴리스 소재 생산공장에 대해 FDA가 지난 2년여 동안 조사작업을 진행했던 것은 단적인 사례.

타우렐 회장도 이 문제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과 주의가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향후 더욱 탄탄한 생산능을 확보하는 계기로 승화시킬 것임을 타우렐 회장은 거듭 다짐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로 마침표를 찍었다.

"우리는 역사를 창조해 냈다(We made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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