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 졸리의 '의학적 선택'…'DTC 유전자검사 산업' 동향
접근성 높은 Direct-To-Consumer 유전자검사…전세계 개인 맞춤형 의료 산업 고속 성장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1-08-12 06:00   수정 2021.08.12 06:40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활용한 건강·의료산업이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접근성이 용이한 DTC (Direct-To-Consumer) 유전자 검사 시장의 확대가 전망되고 있어, 국가별 산업 동향이 주목된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iological Research Information Center)는 지난 10일 서울대학교 김인영 생명공학공동연구원의 `DTC 유전자를 활용한 개인 맞춤 서비스의 최신 동향` 리포트를 발표했다.

DTC 유전자 검사란 특정 항목의 유전자에 대해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유전자 검사 전문 기관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유전자 검사다. 미국의 유명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절제술이 DTC 유전자 검사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큰 사건이 됐다.

리포트는 과거 유전자 검사가 의료기관에서 의사의 필요성에 따라 처방해 진행됐으나, 최근 질병의 예방 및 개인별 맞춤 진료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전문 기관을 통한 개별적인 유전자 검사의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술의 발전에 따라 유전자 시퀀싱 비용이 감소하고, 암유전자 검사의 보편화에 따라 유전자 검사 시장이 2024년까지 117억 9,080만 달러(약 14조 2,787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DTC 산업의 경우 초기에는 웰니스 항목 외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모두 금지했으나, 2018년 이후부터 FDA로부터 질병 위험도 예측 등 유전자 검사 항목을 승인받은 기관의 경우, 추가 승인 없이 검사할 수 있게 됐다.

리포트에 따르면 2015년 미국 정부가 정밀의료계획(Precision Medicine Initiative)을 발표하면서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이 활성화됐고, 2017년에는 파킨슨, 알츠하이머, 셀리악병, 1형 고셔병, 유전성 혈전증 등 10개 질환에 대한 질병 관련 유전자의 DTC 테스트 승인에 이어, 암 스크리닝을 위한 DTC 서비스가 이뤄지게 됐다. 

이에 따라 BRCA 유전자 검사는 소비자가 직접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택배로 전달받은 수집 튜브에 타액을 뱉고 바코드로 용기를 등록해 연구실로 발송하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주요 DTC 서비스 기업 중 하나인 ‘23andMe’는 유전자 건강 검사에 대해 FDA 승인을 받은 유일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진단을 위해 유전자 진단 어레이를 사용하며, 희귀 유전 질환에 대한 고위험 병원성 변종뿐만 아니라, 질병의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 변종을 포함하는 혼합 테스트를 제공한다.

유럽은 DTC 유전자 검사를 포함한 체외진단기기에 대한 규제인 ‘IVDR (In Vitro Diagnostic Medical Devices Regulation)’이 2022년 5월 26일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DTC 유전자 검사의 안정성 및 유용성을 증명하기 위해 요구되는 임상시험 증거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EU 내에서의 DTC 유전자 검사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Laboratory GENOMA lab’이 분자 진단과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수행하며, 제공하는 유전자 검사로는 태아 유전자 검사, 약물 반응 유전자 검사, 유전 영양학 검사, 암·질병의 위험성 검사를 한다. 온라인으로 검사 신청이 가능하며, 검사 후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일본은 바이오 헬스 산업 규제가 지침 형태로 이루어져 규범의 강제력은 크지 않은 편이다. DTC 유전자 검사의 경우 현재 다수의 업체가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검사 대상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 규제가 거의 없어 의사를 통하지 않고도 다양한 종류의 유전자 검사가 가능한 상황이다.

리포트는 일본 ‘Genesis Healthcare’가 일본 유전체 분석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질병을 포함한 거의 모든 항목에서 DTC 유전자 검사가 허용돼, 질병 위험도, 조상 계통, 비만, 피부 노화, 스포츠, 성격, 체질, 사회성 등 약 360가지 항목에 대해 매우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2013년부터 2018년 사이 백만 회에 달하는 DTC-GT (DNA tests)가 시행된 것으로 추산되며, 유전자 진단 기업 ‘WeGene’과 ‘23Mofang’가 ‘microarray-based, high-throughput genotyping products’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 ‘WeGene’ 유전자 검사 가입자의 98.0%가 연구 목적으로 유전형 및 표현형 데이터가 사용되는 것에 동의하고, 온라인 플랫폼에 3개월, 6개월 사이에 방문했다는 것을 통해, 플랫폼 활성화 및 사용자 유지가 잘 이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인의 사용자 수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많은 표현형이 수집됨에 따라서 중국의 DTC-GT 기반 biobank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의 DTC 유전자 검사 산업은 다중 규제와 법제 미비로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크리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은 6억원(업계 추산) 수준이다.

보고서는 최근 직접 유전자 검사의 허용 항목을 기존 56개에서 70개 항목으로 확대했으나, 직접적인 질병 위험도와 관련이 적은 식습관, 피부, 모발 등 웰니스(건강관리) 위주의 항목들로만 구성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2018년도 한 해에 보건복지부에 신고된 DTC 서비스 건수가 10만 건이 안 되는 상황으로, 현재 검사 항목 중에는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가 포함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유전자 시장의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라면 모두 허용하는 것)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마크로젠’이 2019년 2월 규제 샌드박스 1호로 DTC 질병 예측 유전자 검사에 대해 실증 특례 승인을 받았으며, 올해 6월부터 약 1년간 인천 송도에서 주민 2,000명을 대상으로 질병 예측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로 제2형 당뇨, 간암, 대장암, 전립선암, 폐암, 위암, 고혈압, 골관절염,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심방세동, 파킨슨병, 황반변성 등 13가지 질병에 대한 검사와 예방을 위한 맞춤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리포트는 “DTC 유전자 검사를 활용한 맞춤 서비스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활용 중”이며 “맞춤형 영양 서비스부터 정밀 의료, 운동 및 건강, 미용 분야까지 DTC 유전자 검사와 접목한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궁금해하고 활용하고 싶어 하는 질병 예측 등에 관련된 DTC 허용 항목이 늘어나면 더욱 다양한 기업 및 분야에서 이러한 정보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의 시장 및 정책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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