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치오닌(methionine)은 육류와 달걀, 생선 및 유제품 등에 다량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필수 아미노산의 일종이다.
그런데 이 메치오닌의 섭취량을 크게 감소시킬 경우 발병 위험도가 높은 이들에게서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염증성‧자가면역성 질환들의 발생 및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동물실험 결과가 공개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 서부도시 그랜드 래피즈에 소재한 생물의학 분야의 비영리 연구‧교육기관 밴 앤델 연구소의 러셀 G. 존스 박사 연구팀은 학술저널 ‘세포 대사’誌(Cell Metabolism)에 지난 4일 게재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메치오닌 대사가 후생적 재프로그래밍의 조절을 통해 보조 T세포 반응을 유도하는 데 미친 영향’이다.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의 작용을 촉발시키는 작용을 하는 메치오닌은 동물성 식품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 아미노산이다.
존스 박사는 “메치오닌이 건강한 면역계를 위해 필수적인 아미노산”이라면서도 “이번에 도출된 동물실험 결과에 미루어 볼 때 유전적으로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염증성‧면역성 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의 경우 메치오닌 섭취량을 낮추면 발병을 유도하는 면역세포들의 작용을 크게 저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피력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차후 염증성‧면역성 질환들을 치료하기 위한 영양학적 개입(dietary interventions)에 근거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자가면역성 질환들은 면역계가 건강한 조직을 잘못(mistakenly) 공격하고 파괴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예로 가장 빈도높게 발생하고 있는 중추신경계 염증성 질환으로 손꼽히는 다발성 경화증은 뇌 및 척수에서 신경세포들을 보호하는 수초(髓鞘)가 면역계의 목표가 되어 공격을 받으면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로 인한 염증으로 뇌 내부의 신호전달이 지연됨에 따라 무감각, 근육약화, 인지기능 감퇴 등의 증상들이 진행되게 된다는 것.
현재 염증 발생이나 발암 위험성을 크게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다발성 경화증의 진행속도를 괄목할 만하게 지연시키거나 차단하는 기전의 치료제들은 부재한 형편이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 부속 종합병원 다발성 경화증 클리닉의 카트린느 라로셸 박사(신경면역학‧신경의학)는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원인은 아직까지 100% 규명되지 못한 상태”라며 “면역계와 관련이 있는 유전자들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환경적인 요인들도 모종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뒤이어 “비만과 같은 대사계 요인들이 다발성 경화증 위험성을 높인다는 사실에 미루어 보면 영양학적 개입이 면역계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동안 T세포들이 작용해 병원균들의 작용을 차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존스 박사 및 라로셸 박사 연구팀은 메치오닌의 섭취로 인해 보다 신속한 복제와 특정한 아유형(subtype)으로 T세포들의 재프로그래밍이 촉진될 수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재프로그래밍된 T세포들이 염증과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에 연구팀은 다발성 경화증 발생을 유도한 실험용 쥐들에게 메치오닌 함량을 크게 낮춘 사료를 공급한 결과 T세포 재프로그래밍에 변화가 수반되면서 뇌 및 척수 내 염증을 억제할 수 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다발성 경화증의 발생과 진행속도가 눈에 띄게 늦춰졌다는 것이다.
존스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메치오닌의 섭취를 제한할 경우 면역계의 활성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과잉면역반응은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결과가 실제 영양학적 개입플랜에 반영될 수 있으려면 임상시험을 통해 재확인하는 절차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연구팀은 메치오닌의 대사과정을 표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의 설계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