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산업이 미래 먹거리’라는 말은 국내 경제 침체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국내에서 조명받고 미래 먹거리로 인식되기 시작한 시점은 2015년 H사가 대규모 라이선스-아웃(기술수출) 계약 소식을 전한 시기와 맞물린다. 그리고 이 성과 중심에는 JP모건 컨퍼런스가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행사가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알려지며, 이 컨퍼런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실 그 이전까지 ‘라이선스-아웃’, ‘JP모건 컨퍼런스’라는 단어는 일반인들에게 매우 생소했지만, 현재 제약 바이오산업 성공지표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하지만 당시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라이선스-아웃은 기업이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비지니스 전략 중 하나이고, JP모건 컨퍼런스는 단발 행사로 계약이 이뤄지는 성격이 아닌 서로를 알아 갈 수 있는 비즈니스 박람회라고 보면 된다. 이 두 가지 키워드가 마치 제약•바이오 산업 지향점으로 인식하는 것은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결여된 발상이다” (업계 관계자)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현재 우려는 어느 정도 현실이 됐다.
먼저 지속적으로 신약물질들을 대규모 라이선스-아웃한 H사는 계약해지라는 쓴맛을 보며 약물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H사는 ‘실패’라기보다는 새 전략으로 ‘수정’한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진행형이다.
그리고 매년 초 JP모건 컨퍼런스 시즌에 많은 기대감이 조성되지만 정작 행사 이후 계약 소식은 드믈다. 이런 현실에 대해 투자자들은 크게 실망한다.
10%도 안되는 성공 확률
통상 신약 성공확률은 10%도 되지 않는다고 알려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임상 1상에서 신약승인까지 통과될 확률은 평균 9.6% 정도다. 실패 확률이 90%가 넘는다는 것을 고려할 때, 신약탄생은 매우 어렵고 고된 길이라는 얘기다.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P’를 개발하는 S사는 최근 간암 대상 3상을 조기종료한다고 밝혔다. 무용성평가 결과 독립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받은 임상중단 권고에 기인한다.
이 회사에 따르면 아직 임상중단 권고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시장 시선은 싸늘하다.
보통 한 가지 약물로 다양한 암종에 허가를 받는 항암제 특성을 고려하면 'P'의 간암 임상 조기 종료는 약물 실패가 아닌 옵션 축소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S사와 업계 일각에서는 말한다. 아직 다른 암종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이거나 진입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간암이라는 옵션이 사라졌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간암은 항암제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나 임상 성공이 어려운 분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대세 항암제로 떠오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MSD)와 옵디보(BMS)도 각각 올 2월과 6월 모두 간암 임상 3상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신약 ‘아투가누맙’ 무용성평가 결과 임상 중단이 발표됐다. 앞서 1월에도 스위스 국적 글로벌 제약사 로슈도 알츠하이머 치료제 ‘크레네주맙’ 임상 3상을 중단한 바 있다. 알츠하이머는 현재까지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난공불락 영역이다.
외국 글로벌 제약사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동물 임상까지 가기도 전 포기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임상 3상에 진입한 아투가누맙과 크레네주맙을 전 세계가 주목했지만 아쉽게 최종관문을 넘지는 못했다. 하지만 두 약물 도전은 지속적으로 알츠하이머 영역에 도전하는 제약•바이오 업계에 소중한 자산이자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패는 성공 밑거름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가능성이 낮은 길을 개척하는 신약 개발사에게는 응원이 필요하다고 거듭 말한다. 실제 주요 국가 보건 당국에서는 신약개발에 대한 규제 강화보다는 완화조치가 뒤따르고 있다.
치열해진 전 세계 신약 개발 경쟁에서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도전에 대한 따뜻한 박수와 격려도 필요하고. 당장의 아쉬운 결과가 모두 어두운 미래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H사는 라이선스-아웃을 여러 번 실시했지만, 계약해지를 겪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약물 실패로 단정 짓기 이르다는 시각들도 존재한다. 약물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H사 역시 새로운 적응증과 방향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들 계약해지 건 외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파이프라인을 보유하며 미래를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 제약사로 평가받는다.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P'는 어떨까.
일단 S사는 전망이 어둡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항암 치료 트렌드가 면역항암제와 다른 약물 병용요법인 것을 고려하면 아직 ‘기회’가 열려 있다는 설명이다.
'P'에 대해 조기 종료한 간암 임상 외 신장암과 대장암을 대상으로 면역항암제와 병용임상을 이미 진행하고 있었고, 차기 파이프라인으로 유방암과 소화기암을 대상으로 병용임상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공개한 상황이다. 후속 임상들은 2상부터로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치료제가 전무하다는 의미는 그만큼 개발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희박한 확률을 통과하기 위해 끊임없는 도전이 수반돼야 하는데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전이 억제된다면, 알츠하이머 신약 탄생은 기대하기 힘들다.
업계에서 특히 우려하는 점은 임상 실패가, 치료제 개발을 진행중이거나 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자신감과 의욕을 상실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임상 실패(회사별로 표현은 다름) 두 건에 대해 기대감이 컸고 큰 만큼 비난도 당연하지만 도전 의미, 또 후속 치료제 개발에 큰 이정표를 남겼다는 유산적 의미도 있다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암과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서 볼 수 있는 무용성 분석(futility analyses)과 적응적 임상 설계(adaptive trial designs)를 포함한 몇몇 새로운 임상시험 설계는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수행 속도를 높이고 정교함을 증가시켜주는 계기다"(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루 루보 뇌건강센터-Lou Ruvo Center for Brain Health-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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