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아웃제 전 리베이트, 가중평균가 따라 다른 제재 적용해야"
대체약 있는 가중평균가 이상 '급여정지' - 대체약 없는 가중평균가 이하 '과징금 부과'
이승덕 기자 duck4775@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07-31 12:03   수정 2019.07.31 15:42
투아웃제 이전 리베이트에 대해 단순 소급 적용(급여정지)이 아닌 가중평균가에 따라 다른 처분이 적용돼야 한다고 제시됐다.

HnL 법률사무소 박성민 변호사는 최근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에 기고한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의 원인과 정책적 해결 방안(교신저자 서울대 김진현 교수)'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박 변호사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의약품 리베이트 관행에서 많은 제약사가 약값을 내리거나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고, 의사 등은 이를 수수했다"며 "의약품 가격경쟁이 환자·보험자에게 혜택을 주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에서는 국민건강을 불필요하게 위험에 처하게 하거나 의료비를 증가시키며 의약품 시장에서의 바람직한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저가약이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대체 관계에 있는 고가약 판매가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규범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정당화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 변호사는 "그런 점에서 국회와 복지부가 급여정지제도를 폐지한 것은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대체약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나 약가가 낮은 약의 시장점유율이 낮은 경우가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하면서 2018년 9월 이전 리베이트(리베이트 투아웃제)를 구 건보법에 따라 급여정지 처분을 받도록 정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리적으로 보면 소급입법 문제가 있어 수긍할 수 있으나, 국회·복지부가 국민건강을 해치고 의료비를 증가시킨다는 이유로 폐지한 제도를 계속 적용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해석이다.

또 날짜만으로 2018년 9월 이전과 이후 리베이트를 다르게 평가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보았다.

이에 투아웃제 이전 리베이트에 대해 구 건보법을 적용해 급여정지 처분을 하되,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 과징금 갈음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예를 들어, 동일제제인 A 의약품(상한금액 100원, 시장점유율 30%, 매출액 60억원), B 의약품(90원/50%/90억원), C 의약품(120원/20%/48억원)이 있다고 할 때, 3개 제품 매출의 합은 198억원, 동일제제 가중평균가는 99원이다.

그런데 만약 B 의약품이 급여정지 처분을 받아 시장에서 퇴출되면 점유율이 0이 되고, A·C 의약품이 기존 시장점유율을 비율대로 대체하게 되면서 A 의약품(60%/120억원), C 의약품(40%/96억원)으로 합계 216억원이 되며 이전보다 9.1%(18억원) 증가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에는 급여정지 처분 대신 과징금 부과를 통해 보험재정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

박 변호사는 "이렇게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구 건보법에 위반되지도 않을뿐더러 처분을 받는 제약사가 스스로 동일제제 가중평균가 이하로 약가를 자진 인하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급여정지 처분을 받으면 급여정지 기간 동안 해당 의약품의 처방이 다른 대체 의약품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고, 그 후에 급여정지 기간이 끝나도 이미 변경된 처방을 다시 돌이키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제약회사가 급여정지 처분을 받는 것보다 약가를 자진 인하하고 과징금을 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면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는 영구적인 약가인하라는 사실상의 제재를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보험재정의 건전성을 도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약회사가 과징금을 납부한 만큼 국민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며 "이렇게 되면 급여정지 처분으로 인하여 환자가 불필요하게 위험에 노출되거나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며 요양기관 역시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리베이트 제공 제약사에 대한 강한 제재를 하지 못하게 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국민건강을 불필요하게 위험에 처하게 하거나 의료비를 증가시키면서까지 제약사를 제재하는 것은 리베이트 규제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 변호사는 "무엇보다도 2018년 3월 법 개정을 통해 급여정지 처분으로 제약회사를 제재하지 않기로 한 상태이기 때문에 굳이 급여정지 처분을 해야 할 규범적 정당성이 약하다"며 "제약사는 상당한 금액의 과징금을 납부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스스로 약가인하를 해서 매출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제제를 받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고 보았다.

이 때 적정한 규모의 과징금은 리베이트의 기대이익을 0보다 작게 해주는 크기의 과징금 수준이라고 연구는 밝혔다.

가령,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제공해 얻은 이익이 100억원 상당인데 리베이트가 적발될 확률이 10%라면, 리베이트 적발시 받는 제재가 1,000억원 상당은 돼야 리베이트 제공시 기대 이익이 비로소 0이 된다.

만약 그 제재가 100억원 상당(리베이트로 얻은 이익)이라면 리베이트 제공시 제약회사가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이 90억원이기 때문에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제공할 유인이 상당히 크다는 지적이다.

박성민 변호사는 "과거 정부가 대체 의약품이 존재하고 의약품 가격이 가중평균가 이상임에도 급여정지에 갈음한 과징금 처분을 한 사례나, 의약품 가격이 가중평균가 이하임에도 급여정지를 한 사례는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아울러 "누가 더 비난가능성이 큰 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해서는 주체인 제약사·의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만큼, 의사에게도 기대이익을 0보다 작게주는 실효성있는 제재가 필요하다"며 "보험자가 현명한 구매자 또는 소비자가 되어서 의약품 구매 선택권을 행사하거나 모니터링할 수 있는 구조적 접근이 요청된다"고 함께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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