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업무보고가 취임 3일차를 맞은 이의경 식약처장의 '사실상의 인사청문회' 자리가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이명수)는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식품의약품안전처·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3개 기관의 2019년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특히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식약처에 새로 취임한 이의경 처장에게 질의가 집중됐다. 국가 인사청문회 대상에 식약처장이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처장으로서의 자격을 묻는 질의가 잇따라 이뤄진 것이다.
전 식약처장 출신인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이 이 같은 청문성격의 질의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이의경 처장이 JW중외제약과 유유제약의 사외이사 역임과 그동안의 연구용역 중 제약사 연구용역이 많은 점(43건·35억원 / 전체 55건·65억원)을 들어 인허가 등 업무를 중립적으로 할 수 있을지 물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서는 이의경 처장이 교수 시절 작성한 약가 관련 연구논문을 들어 인식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처장의 연구논문이 인용된 '국내 등재신약 가격이 OECD의 가장 낮은 공급가격 수준으로 평균 45%에 불과하다'는 내용이 이중약가·비밀계약 등으로 약가 단순비교가 어렵다고 반박하며 식약처장으로서 국민·소비자 편에서 바라볼 것을 당부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연구보고서가 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등의 낮은 약가 관리제도 개선 요구에 활용된 것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이와 함께 윤 의원은 취임 후 '국민안전-산업발전' 균형있게 하겠다는 발언을 짚으면서 식약처장 본연임무가 '안전'이라며 최우선에 둘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질의에 이의경 처장은 연구용역이 이권과 무관하다고 답변하고 "식약처장이 되면서 과거 연구용역과 무관하게 공공성·도덕성을 염두하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면서 "연구결과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용되는 것에 유감이고, 국민건강안전에 최우선 가치를 두면서 산업은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인프라 측면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최근 문제가 된 인공혈관 수급 등 식약처장 취임 후 해결해야 할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여당 측에서는 미국 고어社의 인공혈관 중단 사태를 집중적으로 지적하며, 필수 의약품·의료기기의 원활한 수급을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식약처 대응이 문제 발생후 면피하는 수준으로 2년을 허송세월했다며 책임성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도 리피오돌 문제와 마찬가지로 독점 기업에 양심에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도 고어의 허가품목취하가 인공혈관 외에도 48개 품목이 있다고 지적하며, 그중 포함된 희귀필수재료와 대체품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던 온라인 불법 의약품 거래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류영진 전 처장에게 사이버 조사단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만큼 경찰과 협조하라고 요청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라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장정숙 의원은 최근 강남 버닝썬 클럽사태로 논란이 된 GHB 등 '데이트강간 약물'을 식약처 전문성을 토대로 특별관리해야 한다고 요청했으며, 남인순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의 SNI 차단에 불법 마약 판매 사이트 심사요청을 적극적으로 하고 고발조치할 것을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은 3월 12일부터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된 점을 언급하면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의 철저한 유통관리와 오남용 방지를 전제로 국내대마제품 생산을 검토해 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