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바이오기업,투자유치 취약...큰 시장에서 승부수 던져라"
기술 진보성 상당한 경쟁력 확보...미국서 투자여정 첫 단계 시작 필요
이권구 기자 kwon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8-11-05 06:20   수정 2018.11.05 06:44

 


올해 미국의 생명과학(life science) 분야에 투입되고 있는 벤처캐피탈 자금 규모는 총 180억 달러(USD)로 전망되고 있다. 한화로 20조원에 육박하며, 2017년 유한양행 연결기준 매출의 10배를 훌쩍 넘는다.  지난 2012년과 비교했을 때 4~5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로, 2018년 벤처캐피탈 펀딩 총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생명과학 분야는 인공지능, 개인 맞춤형 치료, 유전자가위(CRISPR), 암 조기진단, 유전자치료, 세포치료와 같은 혁신적 기술이 주도하고 있으며, 자국 및 해외 투자기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예로, 중국은 2017년 총 400억 달러 규모 벤처캐피탈 펀딩을 조성했으며, 이 중 3분의 1 정도인 120억 달러만이 중국 내수 환경에서 투자됐다.  미국시장에 엄청난 규모의 중국 벤처캐피탈 자금이 투입됨을 방증한다. 올해는 100억 달러 이상의 중국 벤처캐피탈 자금이 미국 생명과학 분야에 투자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에서 이뤄지는 기술투자자금 종류는 벤처캐피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시드, 인큐베이터, 엔젤처럼 기술개발 초기 단계에서 이뤄지는 투자도 있고 INVUS,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처럼 초고액 자산가를 전담하는 업체(Family Office)로부터도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 구글벤처스, LVMH, 다케다벤처와 같은 전략적 캐피탈(Strategic Capital)도 있고 블랙스톤, 베인캐피탈과 같은 사모펀드(private equity)도 활발한 기술투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일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에서 열린 제4회 한미 생명과학 협력컨퍼런스에서 연자로 나선 최원진 미국 노무라증권 상임 디렉터는 이와 같은 다양한 유형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 국내 생명과학 기업들이 참고해야 할 점들을 제언했다.

최근 2개월 동안 한국을 세 차례 방문했다고 언급한 최원진 디렉터는  "기술의 진보성에 있어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그러한 기술을 잘 포장해서 투자자를 대상으로 전달하는 부분은 상당히 취약한 듯 하다"며 생명과학 분야 혁신을 주도하는 국내 개인 및 기업에 대한 인상을 피력했다.

한국 방문시 동행했던 다른 미국계 투자기관 전문가들도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한 최원진 디렉터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해야 하고, 개발 전략과 그 전개에 대한 플랜이 확고해야 하며, 데이터를 확실히 제시해야 하고, 집중하는 영역에서 창출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크다는 인상을 투자자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디렉터는 생명과학 벤처기업 경우 A 클라스의 경영진 및 기술자문단이 맡고 있는 B 클라스의 기술이 있고, 그와 반대로 B 클라스의 경영진 및 기술자문단이 맡고 있는 A 클라스의 기술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투자자들은 과연 어느 경우를 더 선호 할 것인가를 최 디렉터는 청중에게 질문하고, Tapimmune과 Marker Therapeutics 사례를 언급했다. 

물론 다 그런 경우가 될 수는 없지만, 해당 회사의 기술자문단 명단에 노벨상을 수상한 Jim Allison이 있는 것 만으로도 시장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으며, 해당 회사 기술을 면밀하게 분석하지 않더라도 투자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분명 있다고 최 디렉터는 강조했다.

그 다음으로 '스마트 머니'가 언급됐다.  생명과학 분야에 특화된 전문성을 갖고 있고, 특히 항암제 중에서도 특정 치료영역에 대한 투자 성공사례를 보유하고 있는 벤처캐피탈 기관이 예로 제시됐다.  투자 대상인 혁신기술에 대해 주도면밀한 분석(due dilligence)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벤처캐피탈 기관이 시장에서 상당한 인지도와 신뢰도를 얻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게 된다면?  투자조건이 다소 좋지 않거나, 또 상당부분 불리하다고 여겨지더라도, 그만큼 인지도와 신뢰도를 얻고 있는 벤처캐피탈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주목을 끌 수 있다는 것이 최 디렉터의 제언이다. 
 
"한국의 투자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일부 유치한 벤처들이 미국 기술투자 시장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보았다"고 말한 최 디렉터는 "투자유치 여정 첫 단계부터 미국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미국시장에서 성공적으로 기술을 개발한다는 비전과 그에 따른 단기 및 중장기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미국의 다양한 투자기관들과 그 비전과 목표를 부단하게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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