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는 '융합 억제제'(fusion inhibitors)라 불리우는 전혀 새로운 타입의 AIDS 치료제 '후제온'(Fuzeon; 엔퓨버타이드)에 대해 13일 발매를 허가했다.
새로운 타입의 AIDS 치료제가 FDA의 허가를 취득한 것은 이번이 7년여만에 처음이다.
이에 앞서 FDA는 임상 3상에서 '후제온'이 혈중 AIDS 바이러스値(viral load)를 검출불가능한 수준까지 감소시켜 주는 효능이 입증됨에 따라 이 약물을 신속허가 가능 대상약물(6개월 내 최종결론 도출)로 지정하고 허가 여부를 검토해 왔었다.
융합 억제제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후제온'이 기존의 AIDS 치료제들과는 달리 AIDS 바이러스가 세포 표면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기전을 지닌 약물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AIDS 치료제들은 바이러스가 세포 내부로 진입한 다음에야 비로소 항 바이러스 활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와 관련, 美 노스캐롤라이나州 더햄에 소재한 바이오의약품 메이커 트라이메리스社(Trimeris)와 함께 '후제온'을 공동개발한 로슈社는 "이달 말까지 '후제온'을 시장에 발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FDA의 마크 맥클레란 커미셔너는 "기존의 약물들과는 다른 기전을 지닌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인 '후제온'이 AIDS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기존의 치료제들에 이미 강한 내성을 보이는 환자들에게서 '후제온'이 혈중 AIDS 바이러스値(viral loads)를 끌어내리는 메커니즘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로슈측은 '후제온'이 아직 허가를 취득하기 전이었던 지난달 유럽에서 1년간 투여를 위한 약제비로 20,500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밝혀 벌써부터 약가수준이 너무 높다는 이견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후제온'의 약가가 10,000~15,000달러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었다.
'후제온'은 기존의 AIDS 치료용 복합요법제들과 함께 1일 2회 투여하는 주사제 제형의 약물. 6세 이상의 소아 및 성인들에게 발생한 AIDS 바이러스의 고도감염을 치유하는 적응증을 지니고 있다.
다만 '후제온'은 투여기간 동안 폐렴 발생의 징후 여부를 면밀히 체크해야 하는 데다 다수의 환자들에게서 주사부위에 중증의 알러지 반응, 피부 감염증 등이 유발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는 내용이 제품라벨에 표기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후제온'의 허가에도 불구, 로슈측이 이 약물의 약가를 지나치게 높은 수준에서 결정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슈 미국지사의 헤더 베인스 홍보국장은 "아직 미국시장에서 '후제온'의 발매가격이 결정되지는 않은 상태이나, 지난달 유럽에서 공개했던 수준에서 책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후제온'을 개발하기 위해 최소한 6억달러 정도의 비용을 지출했다"며 고가책정이 불가피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AIDS 퇴치운동을 전개해 온 이들은 "로슈가 제시한 약가수준은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후제온'이 그림의 떡에 불과한 약물로 비쳐지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에 소재한 한 AIDS 퇴치운동단체를 이끌고 있는 마틴 델라니 사무총장은 "대부분의 환자들은 '후제온'을 투여받을 기회를 제공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의료보장(Medicaid) 예산마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美 질병관리센터(CDC)는 현재 미국의 AIDS 바이러스 보균자 수가 약 95만명에 달하고, 올해에만 40,000명 정도의 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