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빅딜 차기 타깃 관심증폭
BMS·쉐링푸라우·와이어스 등 거론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3-03-15 06:56   수정 2004.06.21 15:11
한 동안 거센 M&A 열풍이 몰아쳤던 세계 제약업계는 최근들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소강상태는 폭풍전야의 고요함일 뿐, 가까운 시일 내에 또 한차례 바람이 휘몰아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대형 M&A의 타깃으로 부상할 제약기업들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막바지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인 화이자社와 파마시아社의 빅딜을 뒤이을 후보자로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BMS), 쉐링푸라우社, 와이어스社 등의 향배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최근들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기업들.

헤지펀드업체인 삭스 메드사이언스 펀드社를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삭스 회장은 "제약업계에 후속 M&A가 속속 성사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삭스 회장은 그러나 구체적인 성사시기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면서 한발 물러서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제약기업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는데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신약개발에 보다 과감한 투자가 가능할 뿐 아니라, 막강한 마케팅력을 동원할 수 있어 한결 손쉬운 영업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화이자社가 잇단 기업인수를 통해 오늘날 세계 1위의 제약기업으로 발돋움한 것도 그같은 장점을 간파한 결과라는 분석이 따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주목하고 있는 BMS, 쉐링푸라우, 와이어스 등의 경우 파마시아 인수를 완료한 후 세계 제약시장의 11%를 점유하게 될 화이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시장가치가 적은 편에 속하는 기업들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로 와이어스와 BMS의 시장가치는 각각 450억달러·430억달러 정도로 파악되고 있으며, 쉐링푸라우는 이달 초 이익전망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시가총액이 230억달러대로 뒷걸음질친 상황이다.

게다가 BMS의 경우 지난해 주가가 55% 하락한데 이어 올해 7%가 추가로 하락했고, 지난해 주가가 39% 감소한 와이어스는 올들어 다시 10%가 빠져나갔다. 쉐링푸라우의 주가 역시 지난해 37%가 떨어진데 이어 올해 28%가 더 빠져나가 동병상련인 입장이다.

어찌보면 아직까지 M&A 대상으로 도마 위에 오르지 않은 것이 의아할 정도라는 지적까지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제약업을 포함한 모든 업종에서 최근들어 M&A가 주춤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추세라는데 주목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톰슨 파이낸셜 증권社는 "지난 2000년의 경우 미국의 전체 M&A 시장규모가 1조7,000억달러에 달했던 것이 지난해에는 4,330억달러에 그쳐 2년만에 75%나 감소됐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한 듯, 워너램버트와 파마시아를 차례로 인수한 화이자가 제 3의 대형기업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라는 분석이다.

시장가치 2위의 메이저 제약기업 존슨&존슨社도 빅딜 보다는 스몰딜을 선호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지난달 캘리포니아州에 소재한 생명공학기업 사이오스社(Scios)를 24억달러에 인수했던 것은 단적인 사례라는 것.

'넘버 3' 머크社의 경우는 아예 라이센싱 계약을 통한 전략적 제휴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현재의 상황을 M&A 휴지기도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분석에도 나름대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스위스 노바티스社는 최근 21억달러를 들여 로슈의 의결권株 32.7%를 매입, 라이벌 업체에 대한 인수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에 앞서 세계 1위의 생명공학기업 암젠社는 지난해 이뮤넥스社를 160억달러에 사들였다. 이를 통해 암젠은 블록버스터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시장조사기관 머저 인사이트社의 톰 버넷 회장은 "메이저 제약기업들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 바이오테크 업체들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아예 기업 자체를 인수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안과질환 치료제 '비쥬다인'(Visudyne)을 제조하는 OLT社와 천식약 '졸레어'(Xolair)를 발매 중인 타녹스社(Tanox) 등을 매력적인 타깃으로 꼽고 있다. 또 쉐링푸라우社가 발매한 항바이러스제 '리바비린'(Ribavirin)을 개발했던 리바팜社(Ribapharm)도 유력한 후보자 그룹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리바팜社를 분사했던(spun off) ICN 파마슈티컬스社는 최근 이 회사의 지분을 다시 사들였다.

한편 쉐링푸라우와 BMS, 와이어스 등은 최근들어 모두 풀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어 M&A 후보자들을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는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쉐링푸라우의 경우 한해 3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던 항알러지제 '클라리틴'이 특허만료됨에 따라 상당 폭의 이익감소가 우려되고 있는 형편이다.

와이어스는 호르몬 대체요법제 '프렘프로'(Prempro)의 부작용 문제가 불거진 데다 지난 1997년 회수조치된 다이어트 약물 '펜-펜'(fen-phen)과 관련한 소송이 한창 진행 중에 있는 입장이다.

BMS는 새로운 항암제로 기대를 모았던 임클론社의 '에르비툭스'에 20억달러 가까운 금액을 투자했으나, 허가취득에 실패한 데다 의약품 도매업체들에 과잉공급으로 매출과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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