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 로슈 합병 전주곡인가?
지분 32%로 확대 향배에 시선집중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3-01-25 07:03   
과연 스위스版 제약 빅딜은 성사될 것인가?

스위스 노바티스社가 같은 바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로슈社의 지분률을 32.7%로 확대해 향배에 관심이 쏠리게 하고 있다.

노바티스측은 23일 "29억 스위스프랑을 지불하고 로슈의 무기명 의결권株 11.4%를 추가로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노바티스는 지난 2001년 51억 스위스프랑(19억5,000만 파운드)을 지불하고 로슈의 무기명 의결권株 21.3%(3,200만株)를 매입했었다.

'파이낸셜 타임스'紙는 23일자에서 "노바티스측의 지분 추가매입은 2,500억 스위스프랑(1,710억 유로) 규모의 빅딜을 단행, 세계 제약업계에서 '빅 3'에 합류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노바티스와 로슈가 합병을 단행할 경우 화이자와 파마시아의 통합으로 탄생할 세계 1위의 제약기업에 이어 2인자로 발돋움이 가능하리라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합치면 시장가치만 1,740억달러, 한해 매출 45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제약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

실제로 노바티스는 지난 1996년 산도스와 시바-가이기의 합병을 통해 출범한 이래 꾸준히 로슈에 대해 통합의지를 내비쳐 왔다.

방크 시알 슈바이쯔社의 펀드 매니저 다비드 예르만은 "이번 지분률 확대로 로슈측이 마음만 바꾼다면 노바티스는 언제라도 준비가 되어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로슈측이 통합에 동의할 가능성은 여전히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예르만 매니저는 또 "양사가 합병하면 발매를 앞둔 노바티스의 풍부한 신약 파이프라인과 로슈의 영업력이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바티스는 올해 과민성 대장증후군 치료제 '젤놈'의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관절염 치료제 '프렉시즈'(Prexige)를 후속작으로 준비 중이다. 로슈는 C형 간염 치료제 '페가시스'가 최고 15억 스위스프랑의 매출을 올릴 수 있으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노바티스社의 최고 재무책임자(CFO) 레이먼드 브루는 "이번 지분 확대는 장기적인 투자전략의 일환일 뿐, 지분률을 33.3% 이상으로 더욱 확대할 계획은 없다"며 일단 가능성을 부인했다.

다니엘 바셀라 회장도 "이번 조치는 최초의 투자지분 21.3%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바티스 보다 지분률이 낮은 기업이 로슈를 인수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임을 짐작케 하는 언급. 그래도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는 언급인 것만은 분명해 보이는 대목인 셈이다.

한 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는 "노바티스의 높은 지분률이 로슈가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소지를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896년 프리츠 호프만에 의해 창립된 로슈는 한때 세계 최대의 제약기업으로 자리매김되기도 했었다. 신경안정제 '바리움'(Valium)을 개발해 큰 성공을 거뒀으나, 한동안 괄목할만한 신약을 내놓지 못했던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 로슈는 노바티스 등의 러브콜을 완강히 뿌리쳐 왔다. 설립자의 후손인 호프만家와 오에리家(Oeri)의 발언권 수위가 높아 2단계 의결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현실도 다른 제약기업의 로슈 인수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양가는 전체 로슈 지분의 9.2%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나, 무기명 의결권株에 대한 지분률은 50.1%에 달하고 있다.

로슈社의 대변인 다니엘 필러는 "우리는 앞으로도 독자성을 유지할 것이며, 제약과 진단용약 부문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메르쯔 방크의 마르크 부티 애널리스트도 "빅딜이 임박했다는 추정은 성사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모종의 움직임이 있었다면, 벌써 합병이 성사됐어야 마땅했으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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