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리도마이드, 40년만에 解禁 전망
EMEA, 골수암·나병에 제한적 사용 검토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3-01-22 06:53   
묘하게도 이름 그대로 "탈도 많았던" 약물로 꼽히는 탈리도마이드가 사용금지 결정 후 40여년만에 유럽 전역에서 컴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럽 의약품감독국(EMEA)가 매우 희귀한 형태의 암 환자들과 나병(癩病) 환자들에게 탈리도마이드를 투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

현재 유럽에서 탈리도마이드는 정식으로 발매되지는 않고 있으나, 엄격한 통제하에 제한적으로 처방되고 있는 상황이다.

탈리도마이드는 지난 1950~60년대에 임산부들의 입덧을 완화하는 용도로 발매되었던 약물이나, 기형아 출산의 원인을 제공했던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판매가 금지됐었다.

그러나 탈리도마이드는 최근 항암효과를 입증한 연구결과가 잇따라 공개되었던 데다 AIDS를 비롯한 중증질병들에도 도움을 제공할 수 있음이 시사되면서 해금(解禁) 가능성이 점쳐져 왔다.

EMEA는 다만 탈리도마이드의 재 발매를 승인하더라도 극히 일부 환자들에게 제한적으로 사용을 허용할 방침이다. 즉, 골수암의 일종으로 매년 유럽에서 약 20,000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발성 골수종과 기존 치료제들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던 2형 나병 등에만 투여가 가능토록 한다는 것.

EMEA의 대변인도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발매를 허용할 경우 수반될 위험관리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거듭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EMEA측은 이 문제와 관련, 20일 영국 런던에서 탈리도마이드 피해자협회의 대표자들과 회동을 갖고, 협의를 가졌다. 이날 회동은 탈리도마이드의 발매가 허용될 경우 필요한 안전조치를 강구하기 위한 것.

탈리도마이드 피해자협회는 당초 이 약물의 재 발매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시한폭탄의 초침을 움직이려는 처사에 다름 아니라며 강력한 반대의 뜻을 천명했었다.

그러나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프레디 애스트베리 회장은 회동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EMEA측과 열린 자세로 협의에 임하기로 결정했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내보였다.

로햄프튼 소재 퀸 메리 병원에 재직 중인 기형아 전문의 클라우스 뉴먼 박사는 "탈리도마이드가 재 발매된다면 엄격한 통제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독립적인 옴부즈맨 시스템을 두어 사용과정 전반을 엄격히 감독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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