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 로슈에 여전한 짝사랑!
로슈 독자성 유지방침도 불변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2-11-21 07:14   
"노바티스는 여전히 로슈와 통합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로슈측은 아직까지 우리의 러브콜에 응하지 않고 있다."

노바티스社의 다니엘 바셀라 회장이 19일 프랑스 일간신문 '르 피가로'紙와 가진 인터뷰 내용의 요지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바셀라 회장은 "최근 세계 제약업계의 동향에 미루어 볼 때 스위스版 제약 빅딜의 성사는 순리를 따르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따라서 노바티스가 로슈의 의결권株를 20%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도 통합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전략적 투자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는 것.

노바티스는 지난해 스위스의 유명한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마르땡 에브너로부터 로슈의 의결권 주식 3,200만株를 한 주당 151스위스프랑(총 19억5,000만파운드)에 매입했었다. 이는 로슈의 전체 의결권株 발행량 중 21.3%에 해당하는 수치.

바셀라 회장은 특히 "로슈가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분야에서 강점을 확보하고 있고, 우리는 일반개원의들이 다빈도로 사용하는 의약품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양사가 통합을 단행할 경우 상호보완적인 제품 파이프라인으로 인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 언급이라는 풀이가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로 양사가 손을 잡을 경우에는 전문 의약품에서부터 OTC, 진단용약, 제네릭 의약품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구색을 갖추게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 파트너를 찾는 시나리오에 비해 리스크 부담도 한결 적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설립자의 후손들인 호프만·오에리家가 여전히 의결권株를 상당 몫 보유하고 있는 로슈측은 노바티스에 변함없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셀라 회장도 "현재의 분위기는 로슈측이 독자성 유지를 바라고 있음을 반영하는 느낌"이라고 풀이했다.

이같은 바셀라 회장의 언급은 노바티스 또는 그 계열사가 로슈의 무기명 주식(bearer shares)을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추측이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 속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노바티스측은 답변을 유보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기명株는 의결권을 갖는 주식. 올들어 로슈의 무기명株는 주가가 30% 이상 뛰어오른 데다 바셀라 회장의 인터뷰가 공개된 19일에도 2.7%가 더 오른 190스위스프랑을 기록했다.

반대로 좀 더 폭넓게 거래되고 있는 비 의결권株는 올해 10% 정도가 하락했다. 그러나 이 역시 다우존스의 '유럽 헬스케어 지수'에 비하면 20% 이상 고평가받고 있는 상황이다. 19일에도 로슈의 비 의결권株는 1%가 상승한 107.50스위스프랑에 마감됐다.

이처럼 로슈株가 고평가받고 있다는 것은 노바티스가 주식을 매각할 경우 상당한 프리미엄과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것임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노바티스가 로슈株에 대한 매각의사를 갖고 있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을 매각하면 노바티스의 라이벌 메이커가 이를 사들인 뒤 로슈측과 관계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 경우 로슈와의 빅딜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노바티스의 희망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격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 7월 화이자社와 파마시아社가 통합을 발표한 이후로 노바티스社의 전략적 제휴 성사 가능성은 물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안팎에서 불거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6년 전 산도스社와 시바-가이기社의 통합으로 새롭게 출범의 닻을 올릴 당시 세계 2위의 제약기업으로 자리매김되었던 노바티스社는 뒤이은 공룡 메이커들의 후속 M&A로 인해 현재는 6위로 밀려나 있는 상태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호프만·오에리家가 로슈의 미래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로슈의 지분은 10%를 밑도는 수준.

호프만·오에리家는 현재의 지분보유율을 오는 2009년까지는 보장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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