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 기술수출계약 파기 '비일비재' 한미약품은 왜?
'공시 지연' 논란 타고 국내 제약사 '라이센싱아웃' 폄하 안돼
이권구 기자 kwon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6-10-04 06:25   수정 2016.10.04 06:59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표적항암제 신약 '올무티닙'(olmutinib, 국내 상품명 올리타)의 라이선스(개발 및 상업화 권한) 반환과 이에 대한 국내 공시 시점, 올무니팁의 부작용 관련 사망례 , 1조원 규모 항암제 기술수출(제넨텍)이 연결되며 한미약품이 시장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중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이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반환 통보를 받은 이후 공시시점으로, 한미약품 주가하락은 차치하고 늑장공시 의혹으로 시장과 언론으로부터 곱지 않은 눈초리를 받고 있다.

9월 29일 오후 7시 6분  반환통지(한미약품 설명)를 받은 후 30일 주식시장 개장(9시) 전에 공시하지 않고 9시 29분 후 ‘공시’함으로써 주가가 크게 요동쳤고, 1조 기술수출 건(제넨틱)으로 투자한 투자자들이 큰 손실(29일 18.06% 하락)을 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장 시작 전 공시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30일 공시 이후부터 각종 의혹이 쏟아지기  시작하며  한미약품은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일각에서 '역으로' 안 좋은 공시(베링거인겔하임의 반환통보)를 먼저 내고 나중에 호재 공시(로슈 자회사 제넨텍에 1조원대 기술수출)를 내도 주가는 등락했을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지만, 한미약품 입장 표명과 관계없이 여기저기서 제기되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한미약품은 궁지에 몰린 양상이다. 

공시시점을 둘러싼 문제와 관련해 한미약품의 입장('늑장공시 아니다')이 받아들여질지, 내부거래가 작용했는지, 일부로 늦췄는지 등 여부는 향후 조사를 통해 밝혀질 부분이다.

제약계 한 인사는 “ 베링거가 한미와 상의 안하고 일방적으로 공시를 내 한미가 뒤통수를 맞았을 수도 있고, 확인하고 베링거와 끝까지 협의하다가 공시했을 수도 있고, 한미가 안이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고, 기관이 비공개정보 갖고 주식거래 한 것일 수도 있다.  내부적으로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증권사에 증거가 다 남고 시간과 거래량을 조사하면 다 나오는데 한미가 다 드러날 행동을 했다고는 안 본다. 조사를 하면 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정밀 모니터링 착수)

현재까지는 의혹만 있는 상황으로, 정밀 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부분들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제약업계 내에서는 자칫 기업의 도덕성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공시 관련 문제도 중요하지만, 기술수출에 대한 문제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일각에서 '베링거인겔하임'의 권리반환을, 제약산업 및 국내 제약사들의 기술수출을 폄하하는 방향으로 연결시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공시문제는 중요하지만 어쩔 수 없었던 일이든, 의도했든, 내부거래가 개입됐든 조사를 통해 밝혀질 일로, 일각에서 기술수출 실패를  얘기하며 한미약품을 포함한 제약산업의 성과까지 연결시키며  비판하는 분위기는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베링거인겔하임이 반환한 이유를 경제성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경쟁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가의 ‘오시머티닙’(osimertinib, 제품명 ‘타그리소’)이  예상보다 일찍 미국 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아 시장 선점 효과가 줄어든 영향이 있다는 것.

한미약품 올무티닙은 지난 4월부터 베링거인겔하임과 협력해  글로벌임상2상이 진행되고 있던 중으로 경쟁약물이 3상 데이터, 풀 데이터를 갖고 먼저 최종 승인을 얻게 되면 현실적으로 임상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되고, 후발주자로 나설 경우 경제성이 없어질 것이라는 게 제약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인사는  “ 왜 반환했는지는 확실히 나오지 않았지만 경쟁사 약이 먼저 나오기 때문에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아스트라제네카 약이 먼저 나오니까 자신들이 더 이상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 같은 경쟁계열 신약 출시에 따른 경제성으로 중단 및 보류 또는 다른 약으로 찾아가는 방법으로 반환 결정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 경우 높은 가능성을 보고 기술을 사들여 끝까지 개발해 상품화하려는 목적과, 경쟁상대가 될 품목을 사서 없애버리는 경우 등이 있는데, 현재까지 볼 때 올무티닙은 후자가 아닌 경우로 판단되기 때문에 경제성으로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에서 이런 일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략적 이유, 경제성, 임상비용 등 문제로 '아웃-라이센싱' 약물이 끝까지 갈 확률이 20-30% 밖에 안된다. 한미약품 경우도 제품 자체의 문제보다는 이 경우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글로벌시장에서는 자주 발생하는 문제로 한미약품이라도 별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한미약품이 지난해 8조원 규모 기술수출을 통해 제약산업의 대표주자로 떠오르며 시장을 주도해 왔지만, 글로벌시장에서 기술수출 성공사례를 볼 때 차분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옥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인사는 “ 연구개발 성공률은 10% 정도로 낮다. 분명한 것은 한미약품은 새로운 기술수출을  했고, 적어도 한미가 개발한 것은  무조건 터뜨리는 것보다 리얼리티가 있다는 것이다. 가짜 거래를 비판해야지 진짜거래 한 것에 대해 실패했다고 비판할 수는 없다.”며 “ 100% 성공에 너무 많은 사림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데 성공 사례를 계속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고 깎아 내리는 분위기는 안된다. 어떻게든 단점을 찾아내며 안달하는 것은 안좋다. ”고 지적했다.

한편 임상 2상에서 심각한 피부독성 부작용이 발견된  ‘올무티닙(국내 제품명 올리타)과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등 절차를 걸쳐 국내 판매 중단 여부를 4일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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