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실린 등 항생제가 멘탈붕괴(譫妄) 원인?
12개 계열 54종 항생제들서 상관가능성 관찰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6-02-18 13:32   

항생제 사용이 섬망(譫妄)이라 불리는 뇌 기능 장애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이전까지 예상되었던 수준보다 좀 더 밀접한 상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개연성을 제기하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섬망’이란 환각이나 흥분 증상들을 동반하면서 정신적인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중증 뇌 기능 장애의 일종으로 알려져 있다. 약물치료가 섬망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사료되어 왔지만, 이번처럼 항생제에 조명을 집중한 것은 전례를 찾기 드문 일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의대의 샤믹 바타차리야 박사 연구팀은 미국 정신의학회(AAN)가 발간하는 학술저널 ‘정신의학’誌 온라인판에 17일 게재한 ‘항생제와 뇌병증의 상관관계’ 보고서에서 이 같은 상관가능성을 시사했다.

바타차리야 박사는 “섬망 증상을 나타내는 이들은 다른 병발증상들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사망 위험성 또한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따라서 섬망 증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연구팀은 관련 학술보고서들을 대상으로 분석작업을 진행한 후 지난 70여년 동안 391명의 섬망 환자들에 대한 보고사례를 확보했다. 이 환자들은 항생제 사용 후 섬망을 비롯한 뇌 기능 장애 증상들을 나타낸 이들이었다.

분석작업을 진행한 결과 섬망 환자들에게 사용된 항생제들은 총 54종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항생제들은 설폰아미드나 시프로플록사신과 같이 빈도높게 사용되고 있는 약물들에부터 세페핌이나 페니실린 등 주사제 타입 약물들에 이르기까지 12개 항생제 계열에 속했다.

섬망 환자들이 보인 증상들을 살펴보면 47%에서 망상 또는 환각, 14%에서 발작, 15%에서 불수의적 근육경련, 그리고 5%에서 동작 조절장애 등이 눈에 띄었다. 아울러 뇌전도 검사를 진행한 결과 70%가 비정상으로 분류됐다.

또한 섬망 증상을 보인 환자들 가운데 25%에서 신부전 증상이 나타났다.

특히 연구팀은 환자들에게서 3가지 유형의 섬망 증상과 기타 갖가지 뇌의 문제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유형은 발작 증상이었는데, 페니실린과 세파로스포린을 투여한 그룹에서 가장 밀접한 상관성이 도출됐다. 두 번째 유형은 정신병 증상들을 내보인 케이스로 프로카인 페니실린, 설폰아미드, 플루오로퀴놀론 및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들과 관련성이 확연했다.

첫 번째 유형과 두 번째 유형은 항생제 사용 후 수 일 내에 빠르게 증상이 나타났으며, 항생제를 끊은 후에도 관련증상들도 수 일 안으로 해소됐다.

세 번째 유형의 경우 뇌 스캔 조사에서 비정상으로 분류된 케이스들이었다. 근육조절 장애와 뇌 기능부전 관련증상들이 관찰되었으며, 메트로니다졸을 사용한 그룹에서만 나타났다.

첫 번째 유형 및 두 번째 유형과 달리 수 일이 아니라 수 주가 경과한 후에야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항생제 사용을 끊은 뒤에도 관련증상들이 해소되까지 오랜 시일이 소요됐다.

바타차리야 박사는 “모든 환자들에게서 섬망이나 기타 뇌의 문제점들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하는 감염증이 관찰되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약물 사용에 따른 부작용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을 가능케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후속연구가 필요해 보이지만, 항생제들이 섬망 증상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어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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