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처방전을 필요로 하는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는 응급 피임약을 OTC로 스위치하더라도 별달리 문제될 것은 없으리라 사료된다."
美 노스 캐롤라이나州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에 소재한 '패밀리 헬스 인터내셔널'의 데이비드 A. 그림즈 박사는 12일자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최신호에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오늘날 미국이 선진국 가운데 원치 않았던 임신률이 가장 높은 국가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 처방전 없이 응급 피임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공중보건 향상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뒤따를 수 있으리라 기대되기 때문이라는 것.
이미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 일부 州, 유럽 각국에서는 응급 피임약을 OTC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패밀리 헬스 인터내셔널'은 비영리 민간단체로 미국과 40여개 개발도상국가들의 대학, 보건당국, NGO 등과 손잡고 출산보건·가족계획·AIDS 예방 등을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림즈 박사는 "현행과 같이 응급 피임약의 사용을 제한할 경우 그 결과는 명약관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치 않았던 임신사례가 증가하면서 갖가지 사회병리 현상을 낳으리라는 것.
이와 관련, 응급 피임약은 흔히 '모닝 애프터 필'로도 불리우고 있다. 준비없이 性 관계를 가진 후 복용하는 방식의 제품이기 때문.
응급 피임약은 수정을 방해하거나 수정된 난자가 자궁에 착상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기전으로 작용하는 약물이다. 이 때문에 응급 피임약은 뜨거운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의사들이 난자가 자궁에 착상하면서부터 임신이 시작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종교단체 등은 임신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게다가 응급 피임약 복용이 보다 간편해질 경우 콘돔 사용이 감소하면서 性 감염성 질환이 증가할 것이라는 맥락에서 OTC 스위치를 반대하는 이들도 적잖은 형편이다.
그러나 그림즈 박사는 "응급 피임약이 콘돔이나 다른 피임법으로 실패했던 이들이 선호하는 약물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응급 피임약이 OTC로 스위치될 경우 청소년들이 부모의 허락없이 사용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비난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공개했다. 즉, 현재도 콘돔이나 살정제들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부모의 허락없이 널리 사용되고 있으므로 새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림즈 박사는 "따라서 FDA는 응급 피임약을 처방전 없이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각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응급 피임약은 조속히 복용할수록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매우 안전하고 복용도 간편한 약물이어서 구태여 의사의 지도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
오히려 이처럼 안전하고 효과적인 임신 예방법의 사용을 규제하는 것이야말로 여성들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그림즈 박사는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