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粉飾會計)란 기업이 회사의 외형적 실적을 좋게 보이기 위해 허위매출·비용누락 등의 방법을 통해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 등을 부풀려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분식(粉食)으로 꼽히는 국수를 먹을 때 흔히 "말아먹는다"는 표현을 쓰듯이, 분식회계도 기업을 말아먹을 수 있는 '도덕적 해이' 행위의 표본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엔론·월드컴 등 공룡기업들의 회계부정 스캔들로 미국경제 전반에 분식회계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그 불똥이 제약업계에까지 파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美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머크社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메드코 헬스 솔루션社의 매출과 관련해 부적절한 회계처리를 계속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8일 보도했다. 약국관리와 의료보험 업무를 맡아 온 메드코는 머크의 대표적 자회사 중 하나.
지난해 매출이 296억9,000만달러에 달해 머크의 전체 매출실적 506억9,000만달러의 59%를 점유했을 정도다.
그러나 머크는 지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환자들의 본인부담금 124억달러를 메드코의 매출실적에 포함시켰음이 J. P. 모건社와 골드만 삭스社가 SEC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이는 메드코의 매출로 계상할 수 없는 금액으로 지적되고 있다.
메드코의 주식 20%를 매각하는 내용의 주식공개(IPO)를 추진해 온 머크는 이에 앞서 지난 4월 SEC에 메드코의 매출자료를 제출했었다. 그러나 지난 5일까지 구체적인 매출현황을 담은 후속자료를 SEC에 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머크측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회계원칙에 따라 회계업무를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매출로 잡은 것과 동일한 액수를 비용으로 계상했으므로 순이익이 부풀려지지는 않았다는 것.
그러나 현재 콜로라도주립大 공정회계보고센터 소장이자 회계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SCE의 회계책임자를 역임했던 린 터너 박사는 "환자의 본인부담액은 머크측에 지급되지 않는 것이므로 머크측이 재무제표에 이를 매출로 반영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회계 의혹이 일자 머크는 10일 9억8,000만달러 규모에 달하는 메드코의 주식공개 계획을 세 번째로 연기했다. 머크측은 "이번 연기결정은 시장상황을 감안한 것일 뿐"이라고 발표했다.
거듭된 주식공개 연기로 메드코의 주가는 한 주당 17~18달러 수준으로 다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18달러로 책정될 경우 머크는 4,670만株를 팔아 8억4,000만달러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한때 주가를 22~24달러로 잡고 주식공개를 통해 10억7,000만달러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예상되었던 것에 비하면 5분의 1 정도가 줄어든 수준의 것인 셈. 아울러 메드코에 대한 회사분리 계획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편 아일랜드 엘란社(Elan)를 이끌어 왔던 도날 기니 회장과 그의 오른팔 톰 린치가 분식회계 의혹과 올들어 주가가 96%나 폭락한 데에 책임을 지고 9일 사임을 발표했다고 '뉴욕타임스'紙가 10일자에서 전했다.
특히 이들의 사임소식은 투자자들과 미팅을 갖기로 약속했던 타임을 불과 4시간 앞두고 공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미팅은 투자자들에게 현재 회사의 재무상황을 설득하기 위해 갖기로 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유럽 현지의 애널리스트들과 펀드 매니저들은 "이제 엘란社의 정상궤도 복귀를 위한 첫 걸음을 옮긴 셈이지만,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 소재 애버딘 에셋증권社의 펀드 매니저 그레고르 스미스는 "지금 엘란은 투자자들을 납득시켜야 한다는 힘겨운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약물전달(DDS) 분야에 강점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어 온 엘란社는 한때 아일랜드계 기업들 가운데 최고의 블루칩 종목으로 주목받았을 뿐 아니라 미국 투자자들에게도 적극적인 구애(?)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220억유로(218억달러)까지 치솟았던 이 회사 주식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음이 공개된 이후 현재는 7억유로 밑으로 곤두박질친 상태이다.
이밖에 임클론社도 최고경영자의 스톡옵션 보장을 위해 회계장부 조작과 내부자 거래를 일삼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
임클론社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 獨 머크 KGaA社와 제휴로 항암제 '에르비툭스'(Erbitux)를 개발해 왔던 미국 뉴욕 소재 생명공학기업이다. '에르비툭스'가 FDA의 허가를 취득하는데 실패한 뒤 임클론은 주가가 80%나 빠져나가고, 최고경영자가 사임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는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