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社가 7일 경쟁업체인 로슈社의 의결권株 20%를 19억5,000만파운드(28억달러)에 인수했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紙가 보도했다.
이번에 노바티스가 인수한 지분 3,200만株는 스위스의 M&A 전문가 마르탱 에브너가 경영하고 있는 투자회사 'BZ 그루페 홀딩스社'로부터 매입한 것. 에브너는 로슈의 복잡한 지분 보유구조에 대한 변혁을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던 장본인이다.
의결권株란 경영에 참여할 자격은 부여되지 않은 채 이익배당에 있어 우선권이 부여될 뿐인 무의결권株와는 달리 주주총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권리가 주어지는 주식. '더 타임스'는 "이에 따라 같은 스위스 제약기업들 사이에 대형 M&A가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한해 매출추정액 140억파운드로 화이자社나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에 바짝 근접하는 또 하나의 매머드급 제약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이에 대해 로슈社 설립자의 가족들은 7일 "50.1%를 보유한 대주주로서 경영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금융가에서는 또 하나의 빅딜 성사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티스는 지난 1996년 산도스社와 시바-가이기社의 합병을 통해 출범했었다.
양사의 경영진들은 합병가능성에 대해 일단은 부인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노바티스의 다니엘 바셀라 회장은 "이번 계약은 장기적 금융투자 전략의 일환이며, 합병이 긴급한 현안도 아니다"라면서도 "보다 긴밀히 제휴할 여지가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노바티스의 재무이사 레이먼드 브루는 "아직 합병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수립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USA 투데이'紙는 7일자에서 "양사의 생산인력(workers) 60,000여명 중 다수가 가입되어 있는 노동조합 '게베르크샤프트 바우 운트 인더스트리'가 이번 지분양도에 다른 의도가 개입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노조의 대변인 요스트 아르네트는 "제약업계에서 경쟁업체의 지분을 이처럼 대규모로 사들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양사가 합병할 경우 많은 종사자들이 희생되는 대가를 치를 개연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슈는 다른 경쟁기업들이 두자릿수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최근들어 매출액과 시장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에 반해 노바티스는 올해에만 5개의 신약을 발매할 예정으로 있는 등 적어도 단기적 성장전망은 매우 낙관적인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노바티스는 전 세계 142개국에 총 6만9,000여명의 인력이 몸담고 있으며, 로슈는 150개국에 6만4,000여명이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