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결정이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조정위원들도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스프라이셀에 대한 외국가격이 제시됐는데 이를 국내에서 채택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열린 한국BMS ‘스프라이셀’에 대한 제2차 ‘약제급여조정위원회’ 회의가 끝난 직후, 위원장인 이성환 교수가 당일 회의에 대해 밝힌 소감이다.
비단 이성환 위원장뿐만이 아니라, 현재 약제급여조정위원회 전체가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사상 최초로 열리는 ‘약제급여조정위원회’라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은 둘째 치더라도, 지난 회의까지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핵심 쟁점이었던 ‘약가산출기준’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향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과 제약사의 약가협상은 물론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약제급여조정위원회 결정 건보재정에까지 영향
이미 본지 4월 23일자(A7면)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공단과 한국BMS는 서로 다른 약가산출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약제급여조정위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혼란은 공단과 제약사 간의 약가협상에 활용되는 ‘약가협상지침’에 대한 해석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현재 약가협상에 사용되는 약가협상지침 제11조 ‘협상 참조가격’ 부분을 살펴보면, OECD 가입국가 및 대만, 싱가포르 등 협상 참조가격 대상 국가들만을 지정하고 있을 뿐이다. 즉 대상 국가에 여러 가지 약가가 존재할 경우, 해당 국가의 어떤 약가를 국내 약가산출 근거로 사용해야 되는지 구체적인 방향과 기준이 없다.
제10조(협상 시 고려사항) 제11조(협상 참조가격)
[약가협상지침(2008.1.17개정) 제10조 및 제11조 ]
3. 협상 약제의 제외국 가격, 의약품 공급능력
2. OECD 가입국가 및 우리나라와 경제력ㆍ약가제도 등이 유사한 대만과 싱가포르(이하 “비교대상 국가”라 한다)의 보험상환금액
4. 신청 약제와 동일 또는 대체가능한 약제의 외국 가격을 조사하여, 각 약제에 대한 비교대상 국가별 상대비교가를 구한 후 평균값을 내어 약제별 상대비교가를 산출하고, 각 약제별 상대비교가를 평균하여 나온 금액
특히 미국의 경우 똑같은 ‘스프라이셀’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스프라이셀’ 약가가 존재하며, 또한 다양한 약가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어떤 약가를 기준으로 ‘스프라이셀’ 약가를 산출할 것인지에 따라 국내 약가는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단은 “우리나라는 단일보험체제 하에서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약값이 결정되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약가는 공적보험을 기준으로 해야한다”며 미국 연방정부 의약품 구매가격인 FSS(Federal Supply Schedule)가격 및 BIG4가격을 협상 참조가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BMS는 공단의 이 같은 주장을 “자의적인 확대해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BMS는 “FSS가격, BIG4가격 등은 미국의 실질적인 약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협상 참조가격으로 인정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이 미국 FSS가격 및 BIG4가격을 제약사에 실질적인 협상가격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FSS가격 및 BIG4가격 인정 여부는 향후 공단과 제약사 간의 약가협상 과정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약제급여조정위원회가 FSS가격 및 BIG4가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약가협상에서 공단이 제시할 수 있는 협상가격의 기준점이 높아져 약값은 상대적으로 비싸질 것이고, 이는 건강보험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 하다. 반면 FSS가격 및 BIG4가격을 인정한다면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첫 단추를 현재 진행 중인 ‘스프라이셀’ 약제급여조정위원회가 끼워야한다는 점에서, 조정위원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약품 공급중단 문제도 ‘난제’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또 다른 고민지점은 제약사의 ‘의약품 공급중단’이다.
우여곡절 끝에 약가조정이 이뤄지더라도, 한국BMS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한국BMS가 “BMS 본사에서 약제급여조정위원회 결정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고 언급하고 있는 이상, 약제급여조정위원회가 조정할 수 있는 ‘스프라이셀’의 약가는 ‘제약사 입장에서 시판 가능한 최저가격을 찾는 것’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는 약제급여조정위원회 무용론, 더 나아가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따른 우리나라 약가결정 시스템 부실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어서 조정위원들의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한국BMS가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지만, 지난 2004년 한국노바티스의 글리벡의 사례를 보면 결코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당시 한국노바티스는 혁신신약 약가산정 기준(A7평균가)에 따른 보험약가를 거부하고, 더 높은 약값을 요구하며 의약품공급중단을 선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약제급여조정위원회 논의에 따른 직권등재가 제약사의 의약품 공급과 등치되지 않는다는 현실은 약제급여조정위원회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스프라이셀’에 이어 ‘푸제온’까지…‘산 넘어 산’
지난달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한국로슈의 에이즈치료제 ‘푸제온’을 필수약제로 판단함에 따라, ‘푸제온’도 현재 조정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BMS의 ‘스프라이셀’처럼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 회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보건복지가족부는 “푸제온은 스프라이셀과는 다르다”며 ‘푸제온’의 약제급여조정위원회 안건상정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단 ‘푸제온’이 약제급여조정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된다면, 약제급여조정위원회는 ‘스프라이셀’ 때보다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복지부가 ‘푸제온’을 약제급여조정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한다면 그것은 어떻게든 ‘푸제온’의 공급중단을 풀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급 가능한 ‘푸제온’ 약값에 대해 복지부-한국로슈 간의 ‘물밑작업’이 선행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선택의 폭은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다. 자칫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권위에 흠집이 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복지부가 일단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 올려놓고 약값을 조정해보자고 한다면, 약제급여조정위원회는 이미 공급중단이라는 초 강수를 두고 있는 한국로슈와 힘겨운 조정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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