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 나가도 문제…GLP-1 짝퉁에 머리 아픈 미국
세마글루타이드 위조품 투여로 5명 입원…복합제도 말썽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4-01-26 06:00   수정 2024.01.26 06:01
세마글루타이드 위조품으로 인한 저혈당 쇼크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미국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비만을 표현한 이미지. © 프리픽크

미국이 GLP-1 위조 약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올해 1월에만 미국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성분의 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의 위조품 투여로 인한 저혈당 쇼크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3명이나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독극물관리센터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Poison Control Centers, AAPCC)는 3건의 사례 모두 미국 내 55개의 지역 독극물 관리 센터 중 같은 센터에서 보고됐다고 밝혔다. 즉 같은 위조약물으로 인해 발생한 저혈당이라는 것이 AAPCC의 판단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세마글루타이드 위조품 투여로 입원한 환자는 1명에 그쳤다. 한 달 만에 3명이나 발생하면서 미국 보건당국은 앞으로 급증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 바짝 긴장하고 있다.

AAPC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자의 신고는 3316건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2배 높으며, 2019년 대비 1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대부분의 신고는 세마글루타이드 투여 시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부작용인 구토, 복통 등에 관한 증상으로, 정맥 주사 및 약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저혈당의 경우는 다르다. 저혈당은 혈당이 50mg/dl 이하로 떨어질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저혈당이 시작되면 환자는 허기짐, 메스꺼움, 어지러움 등을 느끼게 되며 심할 경우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고 실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약품들의 위조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매우 고가임에도 심각한 품귀 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FDA는 지난달 21일 오젬픽의 위조품 수 천 단위를 압수한 바 있다. 당시 FDA는 합법적인 미국 내 의약품 유통망에서 위조품 유통 여부를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오젬픽의 제조번호 ‘NAR0074’ 및 일련번호 ‘430834149057’이 표기된 제품들을 유통 및 판매하지 않도록 요청했다.

FDA는 “제약사와 계약을 맺고 권한을 부여받은 의약품 유통업체들을 통해 공급된 진품만 취급해 줄 것”을 소매 약국들에게 권고했다. 또 환자들에게는  “위조품은 오리지널 제제처럼 임상을 통과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고 경고한 뒤 “면허를 소지한 약국을 통해 적법한 처방 절차를 걸쳐 구매해 달라”고 당부했다.

미국 내에선 일부 복합제가 오리지널 제제로 둔갑, 유통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특정 약품의 심각한 부족 현상(Shortage)이 발생하게 되면 허가를 받은 약국이 동일한 성분을 기반으로 한 복합치료제(복합제)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복합 버전(Compound Version)을 오리지널 제품으로 마케팅하는 특정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를, 일라이 릴리는 티르제파티드(Tirzepatide) 성분의 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와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를 각각 제조하고 있다.

한편, 세마글루타이트 성분 제품의 위조품은 미국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오스트리아와 레바논에선 가짜 오젬픽을 복용한 환자들에게서 저혈당 증상이 나타났고 이들 중 일부는 입원까지 했다. 당시 오스트리아 보건당국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대신 인슐린이 함유된 위조품으로 인해 저혈당 쇼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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