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는 것만큼 중요한 '잘 비우는 것', 요즘 화장실 가는 일이 부담스럽진 않으신가요?"
'한방'으로 케어하고 화장실이 더 이상 두렵지 않도록!
내 장의 상태에 맞춰 식이·혈자리·운동으로 다스리는 한방 배변 관리법.
<필자 소개>
유덕주 유덕경희한의원 원장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방재활의학을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으며 대한한방재활의학과학회 평생회원 및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통증 및 재활의학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유덕주 원장은 현재 경기 안양시 소재 유덕경희한의원 대표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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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는 글
"오늘 들어갔다 오시면 무사히 성공하실 수 있으려나..."
어르신을 모시는 가정이거나, 어느덧 나이가 들어 내 몸의 장 기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몸소 느끼는 분들이라면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한 번쯤 마음 졸여보셨을 겁니다. "입으로 들어가는 즐거움보다 밑으로 나가는 시원함이 인생 최고의 복"이라는 옛말이 있듯, 나이가 들수록 잘 먹는 것 이상으로 '잘 비우는 것'이 삶의 평화를 좌우하곤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며칠째 깜깜무소식에 배는 남산만 하게 불러오고 속이 더부룩해 잠 못 이루는 변비부터, 원치 않게 기침 한 번이나 웃음 한 번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변실금, 그리고 참을 새도 없이 부글거리며 찾아오는 만성 설사까지.
어르신들에게 이러한 배변장애는 단순히 '속이 불편한 문제'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외출 한 번을 하려 해도 길거리의 화장실 위치부터 검색해야 하고, 혹시나 냄새가 나지는 않을까 늘 타인의 눈치를 보게 만들죠. 결국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만 머물게 되면서 사회적 고립감과 우울감으로 이어지는 등, 노년의 자존감을 뿌리째 흔드는 소리 없는 침묵의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렇다고 매번 독한 약을 복용하자니 장이 약에 순응해 스스로 일할 생각을 잊고 게을러질까 두렵고, 남부끄럽다는 이유로 속으로만 끙끙 앓다가는 병을 키우기 십상입니다.
잠도 이루지 못하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지쳐가는 어르신들과 보호자분들을 위해, 이번 칼럼에서는 딱딱하고 지루한 의학적 훈계 대신 어르신의 장을 부드럽고 든든하게 달래줄 한의학의 따뜻하고 스마트한 처방전을 준비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꽉 막힌 변비 유형'과 '새고 조절이 힘든 변실금·설사 유형'을 명확히 구분해 각각의 상황에 딱 맞는 '한방 식이 케어', '실전 혈자리 지압법', 그리고 집에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맞춤형 운동요법'까지 나누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침대나 거실에서 차근차근 따라 해보며 장의 평화를 되찾아보세요!
■ 노년의 장은 왜 자꾸 멈추거나 샐까?
동의보감 ‘신형(身形)’편의 ‘부양로(附養老, 노인의 양생에 관한 부록)’에서는 ‘노인 혈쇠(老人血衰, 노인은 정혈이 쇠약해지는 시기)’라 하여 노인 배변장애의 원인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정혈이 고갈되면서 몸이 마르고 배변을 조절하는 힘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긴다고 하는데요.
현대 한의학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노년기 배변장애의 근본 원인을 '기혈 허약(氣血虛弱)'과 '음혈허(陰血虛)'에 의한 '장관 건조(腸管乾燥)'로 바라봅니다.
이를 쉽게 비유하자면 오래된 수로(水路)와 같습니다. 수로에 물이 싹 마르면 배가 바닥에 걸려 전혀 나아가지 못하듯, 장 속의 진액(津液, 몸속의 유익한 수분)이 마르면 변이 딱딱해져 변비가 됩니다.
반대로 수로를 떠받치는 둑과 문(괄약근과 하초의 기운)이 헐거워지고 약해지면 물을 가두지 못해 제멋대로 흘러넘치는 변실금이나 만성 설사가 되는 것이죠.
즉, 무작정 억지로 변을 쥐어짜거나 약으로 무조건 막아서는 안 됩니다. 변비에는 촉촉한 수분을 채우고 장을 움직여주는 윤장(潤腸)·통변(通便)의 접근이, 변실금과 설사에는 밑으로 빠지는 기운과 근육을 단단하게 끌어올려주는 승제(升提)·고탈(固脫)의 세심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합니다.
■ 보다 편안한 화장실 방문을 위한 따뜻하고 부드러운 ‘한방 관리법’
TYPE 1. 답답하게 꽉 막힌 '노인성 변비' 관리법
장 속 진액이 바짝 마르고 밀어내는 힘이 부족해 생긴 변비는 장벽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복벽 근육을 자극해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 식이 케어: 장벽에 부어주는 천연 윤활유, '결명자와 들깨'
원리: 한의학에서 '결명자'와 '들깨'는 장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대표적인 윤장약(潤腸藥)입니다. 어르신들의 건조하고 딱딱해진 변을 부드럽게 글라이딩시켜 줍니다.
실천법: 결명자는 차 형태로 마시면 좋고, 들깨는 아침 식사나 죽에 들깨가루를 듬뿍 넣어 섭취해 보세요. 미지근한 물에 꿀 한 스푼을 타서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꿀의 따뜻한 성질과 수분이 장의 윤활 작용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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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혈자리: 장 운동의 메인 컨트롤러, '천추혈(天樞穴)'
위치: 배꼽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손가락 세 개 너비(약 2~3cm) 떨어진 지점입니다.
지압법: 양손 손가락으로 배가 살짝 들어갈 정도로 누르며 시계 방향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듯 1~2분간 부드럽게 마사지합니다. 장의 자율운동을 자극해 답답한 배출을 시원하게 뚫어줍니다.
천추혈은 대장과 연결돼 있어 변비뿐 아니라 설사나 변실금 증상에도 도움이 되는 혈자리입니다.
- 맞춤 운동: 멈춰 있는 장을 깨우는 '누워서 자전거 타기 & 장 마사지'
운동법: 평평한 바닥이나 침대에 바르게 눕습니다. 양다리를 들고 공중에서 자전거 페달을 돌리듯 둔근과 하복부 근육을 써서 20~30회 천천히 움직여 줍니다.
무릎이 불편하다면 한 다리씩 번갈아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는 동작으로 대체해도 좋습니다.
효과: 굳어 있는 복직근과 골반 안쪽 근육을 자극해 물리적으로 장의 편안한 움직임을 유도하고, 장내 가스와 딱딱한 변의 배출을 부드럽게 돕습니다.
TYPE 2. 제멋대로 새고 쏟아지는 '변실금 & 만성 설사' 관리법
하체의 기운이 떨어지고 장의 흡수·조절 능력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기운을 단단하게 끌어올리고 골반 밑바닥 근육을 강화해 주어야 합니다.
- 식이 케어: 헐거워진 장을 따뜻하게 묶어주는 '마(산약)와 생강차'
원리: 한방에서 '산약(마)'은 묽은 변을 잡아주고 튼튼하게 보해 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생강은 차가워진 복부를 따뜻하게 데워 장의 경련과 묽은 설사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실천법: 마를 갈아 따뜻한 죽으로 먹거나, 은은하게 끓인 생강차에 계피를 살짝 첨가해 마시면 약해진 장의 흡수력을 돕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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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혈자리: 아래로 새는 기운을 위로 끌어올리는 '백회혈(百會穴) & 상료혈(上髎穴)'
위치:
백회혈: 정수리 정중앙 지점입니다.
상료혈: 엉덩이뼈(선골) 위쪽, 꼬리뼈에서 살짝 위에 있는 오목한 부위입니다.
지압법: 정수리의 백회혈은 지긋이 눌러 위쪽으로 기운을 끌어올려 주고(승제 작용), 엉덩이 뒤쪽의 상료혈은 따뜻한 온열 팩으로 찜질해 줍니다. 괄약근의 조절 능력을 강화하고 원치 않게 변이 새어 나오는 것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 맞춤 운동: 새는 문을 단단히 잠그는 '케겔 운동(골반저근 강화) & 교각(브릿지) 운동'
운동법:
케겔 운동: 소변을 참는 느낌으로 항문 괄약근을 5초간 지긋이 조였다가 5초간 풀어주는 동작을 10회 반복합니다.
교각(브릿지) 운동(엉덩이 들기):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세우고 숨을 내쉬며 엉덩이를 천천히 들어 올려 몸이 일직선이 되게 합니다. 이후 괄약근을 조인 상태로 3초간 유지한 뒤 천천히 내려옵니다.
효과: 골반 아래에서 장기와 항문을 받쳐주는 '골반저근'을 직접적으로 강화해 어르신들의 변실금 예방과 괄약근 조절력 향상에 으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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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 3. 공통 필수 코스! 장의 기본 체력을 키우는 '족삼리혈(足三里穴)'
변비이든 변실금이든, 장의 기초 체력이 떨어져 있다면 원활한 배변 관리가 어렵습니다.
위치: 무릎뼈 아랫부분에서 손가락 네 개 너비만큼 내려간 뒤, 바깥쪽 뼈에서 살짝 옆으로 떨어진 오목한 부위입니다.
지압법: 엄지손가락으로 약간 뻐근한 느낌이 들 때까지 지긋이 3초간 누른 뒤 떼는 동작을 10회 이상 반복합니다.
효과: 소화기와 대장의 기운을 끌어올리는 한의학 최고의 보약 혈자리입니다. 위장과 대장의 전반적인 혈액순환을 도와 변비에는 밀어내는 힘을, 변실금에는 견디는 힘을 보태줍니다.
■ 칼럼을 마무리하며: 잘 비워야 인생도 가볍습니다
배변장애는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찾아올 수 있는 신체의 변화일 뿐, 절대로 부끄러워하거나 자책할 일이 아닙니다. 억지로 강한 약을 써서 장을 몰아붙이기보다는 내 몸이 변비로 답답해하는지, 아니면 기운이 빠져 흘려보내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보세요.
오늘 밤에는 사랑하는 부모님의, 혹은 나 자신의 배를 따뜻하게 문질러주며 타입에 맞는 혈자리를 꾹꾹 눌러주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함께해 보는 건 어떨까요?
속이 편안해야 하루가 평온하고, 잘 비워야 마음도 가벼워집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어르신들이 속 시원하고 가벼운 매일을 누리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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