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용 기전 세분화·복약 편의’ … 진화하는 배변장애 치료제 시장
증상·원인 따라 팽창성·삼투성·자극성 하제 등 약물 작용 기전 세분화
대웅제약, 액상형 PEG 제형 혁신 앞세워 거대 '중국 시장' 정조준
자극성 하제 대중약(OTC) 투톱 격돌… 동아 '둘코락스' vs 명인 '메이킨'
제일약품, 표적 기전 '아미티자'로 처방 중심 ETC 틈새시장 집중 공략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9-02 06:00   수정 2026.09.02 06:01
그래픽.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만성 변비 등 기능성 배변장애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상생활의 질(QoL)과 직결되는 질환인 만큼 치료제 수요는 탄탄하지만, 최근 국내 제약업계의 배변장애 치료제 시장 접근법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약물의 작용 기전(Mechanism of Action)에 따른 세밀한 환자 타기팅과 더불어 글로벌 거점 시장 진출을 겨냥한 제형 혁신이 생존을 위한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증상과 원인에 따른 '맞춤형 처방'… 작용 기전별 변비약 세분화

제약사들의 시장 공략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변비약(하제)의 작용 기전에 따른 분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배변장애 치료제는 장내 수분 조절 방식과 장 자극 여부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나뉘며, 각 제약사들은 자사 품목의 기전적 특성에 맞춰 마케팅 타깃을 좁히고 있다.

우선 가장 안전하게 사용되는 약물로는 '팽창성 하제'가 있다. 차전자피나 폴리카르보필 성분이 대표적이며, 장내에서 수분을 흡수해 변의 부피를 늘리고 부드럽게 만들어 자연스러운 배변을 유도한다. 부작용이 적은 대신 즉각적인 효과를 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특징이 있다.

이와 함께 비교적 장기 복용이 가능한 '삼투성 하제'가 있다. 수산화마그네슘(마그밀), 폴리에틸렌글리콜(PEG), 락툴로오스 등이 여기에 속하며, 삼투압 작용을 통해 대장 내로 수분을 끌어들여 변을 묽게 만드는 원리다. 단, 마그네슘 성분의 경우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가 복용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반면 효과가 가장 빠르고 강력한 약물은 '자극성 하제'다. 비사코딜이나 센노사이드 성분이 대장 점막의 신경을 직접 자극해 강제적인 장 수축(연동 운동)을 일으킨다. 즉각적인 효과를 원하는 환자들이 주로 찾지만, 장기 복용 시 장 신경 손상으로 인한 내성 및 의존성이 생길 수 있어 단기 사용이 권장된다.

마지막으로 난치성 만성 변비 환자를 위한 전문의약품(ETC) 영역에는 '수용체 작동제' 등이 포진해 있다. 루비프로스톤이나 리나클로타이드 성분처럼 장액 분비를 촉진하거나 특정 이온 통로를 활성화하는 표적 기전의 약물들로, 일반적인 하제에 반응하지 않는 과민성 장 증후군(IBS-C) 환자 등에게 의사의 처방을 통해 사용된다.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가루약 단점 깬 액상형 혁신"… 대웅제약, 거대 '중국 시장' 정조준

이러한 기전적 특성을 바탕으로, 장기 복용이 가능한 '삼투성 하제' 분야에서는 제형 혁신을 무기로 거대 해외 시장을 직접 겨냥하는 움직임이 돋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웅제약의 중국 현지 법인 요녕대웅제약과 선양다산연구소의 폴리에틸렌 글리콜(PEG) 복합 전해질 경구용액 공동 개발이다. 삼투성 하제의 대표 성분인 PEG 제제는 주로 파우더(가루) 형태로 유통되어 매번 다량의 물에 타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과 특유의 불쾌한 맛이 단점이었다. 대웅제약은 이를 개봉 후 바로 마실 수 있는 액상형(Liquid)으로 개선해 복약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이러한 제형 혁신은 단순한 국내 프리미엄 시장 개척을 넘어, 요녕대웅제약을 교두보로 삼아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거대한 중국 배변장애 시장 진출에 뚜렷한 무게를 둔 행보로 풀이된다. 철저한 현지화 생산 인프라와 차별화된 제형 편의성을 앞세워 중국 내수 만성 변비 시장의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자극성 하제' OTC 투톱 격돌… 동아 '둘코락스' vs 명인 '메이킨'

일시적인 배변 곤란으로 즉각적이고 강력한 효과를 원하는 환자들이 찾는 '자극성 하제' 일반의약품(OTC) 시장에서는 영업망과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운 마케팅 전쟁이 치열하다.

국내 일반의약품 유통망의 절대 강자인 동아제약은 다국적 제약사 오펠라헬스케어와 손잡고 자극성 하제의 대명사이자 세계 판매 1위 비사코딜 성분 변비약 ‘둘코락스’의 국내 유통을 전담 중이다. 자사가 보유한 소화기계 의약품 라인업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약국 영업망을 풀가동해 시장 지배력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는 토종 브랜드 명인제약의 ‘메이킨(메이킨Q)’ 기세도 매섭다. 명인제약은 자극성 하제 성분(센노사이드, 비사코딜)에 우르소데옥시콜산(UDCA) 등 생약 및 양약 성분을 결합한 복합제라는 점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 자극성 성분 중 하나인 '카산트라놀'을 둘러싼 약국가 일각의 안전성 우려 피드백을 수용해, 해당 성분을 '센노시드'로 교체한 후속 제품 ‘메이킨F(에프)’를 허가받는 등 성분 리뉴얼을 통한 브랜드 신뢰도 유지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전문의약품(ETC) 표적 기전 틈새 공략… '근거 중심 처방' 제일약품

반면, 자극성 하제로 해결되지 않는 과민성 장 증후군(IBS-C)이나 노인성 만성 특발성 변비 환자들을 위한 병원 처방(ETC) 시장에서는 제일약품이 특화된 기전으로 눈길을 끈다.

제일약품은 한국다케다제약과의 코프로모션을 통해 염화물 통로 활성제(Chloride channel activator) 기전의 만성 특발성 변비 치료제 ‘아미티자(루비프로스톤)’를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 중이다. 장 내부의 수분 분비를 근본적으로 촉진해 배변을 돕는 표적 기전의 약물로, 장기간 안전한 복용이 필요한 환자군을 겨냥해 임상 데이터 기반의 근거 중심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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