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의 진단과 치료
<이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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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 론
수면은 인간의 신체와 뇌를 회복시키고 면역력을 높이며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필수적인 시간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불면증은 성인 인구의 10% 이상이 겪고 있을 만큼 흔한 수면 장애가 되었으며, 국내에서도 진료 인원이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며 사회적 비용을 가중시키고 있다. 불면증은 단순히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편함을 넘어, 사망률의 증가와 심혈관 질환, 치매, 우울증 등 만성 질환의 악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치료 중재가 중요한 질환이다. 과거에는 불면증을 다른 질환에 수반되는 부차적인 증상으로 여겼으나, 최근의 학술적 흐름은 불면증 자체를 독립적인 질환으로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학술적 배경을 바탕으로 불면증의 정의와 진단 기준을 명확히 하고, 현재 임상에서 시행되는 다양한 치료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2. 본 론
(1) 불면증의 정의 및 임상적 특징
불면증(Insomnia disorder)은 수면의 질적·양적 불만족과 그로 인한 낮 동안의 기능 저하가 결합된 복합적인 증후군으로 정의된다. 미국정신의학회가 제시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제5판의 진단기준에 따르면, 첫째, 수면 개시의 어려움, 유지의 어려움, 조기 각성 중 하나 이상의 ‘수면 양상에 대한 주관적 불만족’이 나타나야 한다.
환자가 호소하는 수면의 구체적인 증상으로서의 ‘수면 개시의 어려움’은 잠자리에 든 후 실제 잠이 들기까지의 잠복기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는 상태를 의미하며, 충분한 수면 기회가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뇌의 각성 상태가 유지되어 수면 시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말한다. 수면 유지의 어려움은 잠든 뒤 밤중에 빈번하게 깨어나며, 깨어난 후에는 다시 잠들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이는 전체 수면 시간을 단축시킬 뿐만 아니라 수면의 연속성을 파괴하여 깊은 수면의 비중을 감소시킨다. 세번째로 조기 각성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 혹은 평소보다 훨씬 일찍 깨어나며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환자들은 주관적으로 ‘개운하지 않은 수면(Nonrestorative sleep)’을 경험했다고 호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둘째, 불면증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증상으로 인하여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기능 저하, 다시 말해 사회적, 직업적, 학업 및 기타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고통이나 기능 저하가 발생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증상이 최소한 주 3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진단할 수 있다.
불면증은 독립적인 질환이기도 하지만, 이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다른 신체적 정신적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일 가능성도 배제하여야 한다. 따라서 진단 과정에서 소음이나 불편한 잠자리와 같은 외부 방해 요인 때문에 일어난 문제는 아닌지, 적절한 수면 환경과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문제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다른 수면-각성 장애(예: 기면증, 호흡 관련 수면 장애, 일주기 리듬 수면-각성 장애)로 더 잘 설명되지 않아야 하며, 이러한 장애 중에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어야 한다. 동반되는 정신 질환 및 신체 질환으로 충분히 설명되는 불면 증상은 불면증으로 진단하지 않는다. 불면증을 일으키는 물질의 중독 (intoxication) 혹은 금단 (withdrawal)에 의한 불면 증상이 아니어야 불면증을 진단할 수 있다.
불면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중 많은 경우에서 우울증,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질환이나 당뇨, 갑상선 기능 이상과 같이 불면증상을 일으키는 신체 질환을 공존 질환으로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통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이 때, 수면다원검사 (polysomnography)는 불면증 자체를 진단하기 위한 일차적 도구는 아니다. 그러나 불면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기저 질환인 수면무호흡증이나 다른 수면질환을 배제하기 위한 감별 진단 목적으로 고려된다.
<표1> 불면증의 진단기준
구분 | 진단 항목 | 세부 내용 및 임상적 특징 |
| A | 수면 양상의 불만족 | 다음 중 하나 이상의 증상이 나타남 (적절한 수면 기회가 있음에도 발생)1. 입면 곤란: 잠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림 (통상 30분 이상)2. 수면 유지 곤란: 자다 깨며, 깨고 나면 다시 잠들기 어려움3. 조기 각성: 원하는 시간보다 일찍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함 |
| B | 주간 기능 저하 | 수면 장애가 고통을 유발하거나 사회적, 직업적, 학업적 기능에 유의미한 손상을 초래함 (피로감, 집중력 저하, 기분 장애 등) |
| C | 발생 빈도 | 수면 문제가 최소 주 3회 이상 발생함 |
| D | 지속 기간 | 수면 문제가 최소 3개월 이상 지속됨 (만성 불면증의 기준) |
| E | 환경적 요인 | 소음, 빛, 온도 등 외부 방해 요인이 아닌, 적절한 수면 환경에서도 증상이 지속됨 |
| F | 타 수면 장애 배제 | 기면증,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등 다른 수면 장애로 더 잘 설명되지 않음 |
| G | 물질 및 약물 배제 | 남용 약물이나 치료 약물(스테로이드 등)의 직접적인 생리적 효과에 의한 것이 아님 |
| H | 공존 질환 고려 | 정신 질환(우울증 등)이나 신체 질환이 동반되어도 수면 문제가 독립적으로 임상적 관심을 요할 만큼 심각함 |
(2) 국내 유병률 및 현황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8년부터 2013년까지의 자료에 따르면, 불면증을 포함한 수면 장애 진료 인원은 2008년 약 22만 8천 명에서 2013년 35만 7천 명으로 5년 사이 약 1.6배 증가하였다. 이는 연평균 12%의 높은 증가율을 반영한다. 총 진료비 규모 또한 2008년 195억 원에서 2013년 353억 원으로 약 1.8배 상승하며 사회적 비용 부담이 급격히 가중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9년 대비 2023년 자료는 더욱 큰 증가세를 보이는데, 수면 장애 진료 인원이 2019년 99만 명에서 2023년 124만 명으로 약 24%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진료비는 55% 증가하는 등 나날이 증가 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불면증의 유병률은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10%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가정신건강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 불면증의 유병률은 성인에서 17~23%, 노년층에서 29.2%까지 보고되었다. 일반적으로 불면증은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훨씬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흔하게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면증 환자의 45-75%는 만성 환자이며, 회복 후에도 재발률이 상대적으로 높다(12-33%).
(3) 불면증이 다른 질환에 미치는 영향
불면증은 잠을 못 자는 불편함에 그치지 않고, 전신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 인자로 작용한다. 불면증의 병태생리는 단기적인 인지 기능 저하부터 장기적인 만성 질환의 발병 및 악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다.
수면 부족은 면역계에 심각한 변화를 일으키는데 신체의 면역력이 저하되어 감기 등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진다. 건강한 성인 164명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수면 시간을 측정하고, 코에 감기 바이러스(Rhinovirus)를 직접 주입한 뒤 격리 관찰한 결과, 하루 6시간 미만으로 자는 사람은 7시간 이상 자는 사람에 비해 감기에 걸릴 확률이 4.2배 높았고 5시간 미만으로 자는 경우 그 위험은 4.5배까지 치솟았다. 이는 수면 중 이루어지는 면역 세포의 활성화와 사이토카인(Cytokine) 분비가 억제되면서 감염성 질환에 대한 방어력이 무너짐을 시사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수면 부족이 예방 접종의 효과까지 반감시킨다는 사실이다. 연구에 의하면, 독감 백신 접종 전후의 수면 부족이 항체 형성률을 50% 이상 저하시킨다.
수면이 부족하면 즉각적으로 뇌의 전두엽 기능이 저하된다. 이는 집중력 감퇴, 판단력 저하, 그리고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의 손상으로 이어져 낮 동안의 학업 및 업무 능력을 유의미하게 떨어뜨린다. 또한,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의 과활성화를 유발하여 감정적 불안정성과 짜증, 스트레스 취약성을 증폭시킨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 부족은 고위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내측 전전두엽 피질의 하향식 조절 능력을 현저히 저하시키는데 이는 집중력 감퇴와 판단력 저하뿐만 아니라, 정보의 일시적 유지 및 처리를 담당하는 작업 기억의 손상을 초래하여 낮 동안의 생산성을 유의미하게 떨어뜨리게 된다.
단 하룻밤의 수면 박탈만으로도 감정 반응을 주도하는 편도체의 반응성이 평소보다 60% 이상 과도하게 증폭된 연구 결과는 전전두엽이 편도체의 부정적 감정을 적절히 억제하지 못하는 '단절 현상'으로 인하여 사소한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정적 불안정성과 심각한 스트레스 취약성을 보이게 됨을 설명한다. 이러한 인지 및 정서 조절의 저하는 산업 재해나 교통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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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인 수면 부족 상태, 즉 불면증은 지속적인 인지 기능 저하, 기억력 및 집중력이 감소, 장기적으로는 치매 발생 증가와 관련된다. 수면 중, 특히 서파 수면 단계에서 뇌의 노폐물을 청소하는 글림파틱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 활성화되는데, 만성적인 수면 장애는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beta)와 타우(Tau) 단백질의 축적을 가속화하며 장기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결정적인 기전으로 작용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은 역으로 서파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이는 다시 노폐물 제거 효율을 저하시켜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적 진행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함이 밝혀졌다.
일시적인 수면 부족에 의한 정서적 불안정성이 커져 우울감과 불안감이 증가하는 문제는 만성 불면증에서는 더욱 심각해진다. 역학 연구에서 불면증이 우울증의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우울증 발병을 예측하는 강력한 독립적 위험 인자임을 밝혀졌다. 많은 역학 연구 결과 불면증이 있는 경우 우울증 발병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약 2~3배 이상 높았다. 또한, 우울증의 과거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불면증의 우울증 재발의 확실한 위험인자임이 밝혀졌다. 특히, 일시적인 불면증이 아닌, 만성적인 불면증의 경우, 불면증이 없는 사람들보다 우울증 발생율이 16배나 높았다. 같은 연구진은 이러한 우울증 과거력이 있는 만성 불면증 환자들에게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우울증 발생을 50% 이상 감소시켰음을 임상실험으로 입증하였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두 가지 주요 스트레스 조절 시스템인 교감신경계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Hypothalamus-Pituitary-Adrenal axis; HPA) 축의 비정상적 작동기전을 통해 혈관 건강을 위협한다. 정상적인 수면 중에는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지며 혈압과 심박수가 감소하는 디핑(Dipping) 현상이 나타지만 불면증 환자는 수면 중에도 교감신경계의 긴장도가 높게 유지된다. 지속적인 교감신경의 흥분은 혈중 아드레날린(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 수치를 높이고 이는 혈관을 수축시켜 고혈압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심근의 산소 요구량을 늘려 심혈관계에 과부하를 준다. 과도한 아드레날린 신호는 골수에서 염증성 백혈구의 생성을 자극하고, 이들이 혈관 내벽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하여 죽상동맥경화증의 시발점이 된다. 또한, 저녁이 되면 낮아져야 하는 코르티솔 수치가 불면증 환자에서는 야간과 이른 아침에 높게 유지된다. 만성적인 불면 증상은 HPA 축의 음성 피드백 기전을 손상시켜, 신체가 스트레스 상황이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만성 각성 상태'에 빠지게 한다.
두 시스템이 동시에 교란되면 혈액 내에는 만성적인 염증 환경이 조성되며 염증 물질 분비가 촉진된다. 이는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을 손상시키고 혈관 벽에 플라크가 쌓이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이러한 염증 반응은 활성 산소를 생성하여 혈관 내벽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며, 이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 혈당 조절 기능의 장애, 비만, 제2형 당뇨병 위험과 연관된다는 연구 및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율 증가와 같은 메타 분석 연구들이 나오게 되었다. 불면증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고혈압, 관상동맥 질환, 심근경색 등) 발생 위험이 약 45% 더 높았으며. 수면시간이 6시간 미만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이 4배 증가하였고, 6년 이상 지속된 만성 불면증은 사망률을 1.6배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망률 증가에는 염증 지표인 CRP(C-reactive protein) 수치의 상승이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4) 불면증의 원인
불면증의 원인은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스필만(Spielman)의 3P 모델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필만은 불면증의 원인을 포괄적인 관점에서 선행 요인(predisposing factor), 유발 요인(precipitating factor), 지속 요인(perpetuating factor)으로 설명한다. 이 모델은 불면증에 비약물학적 치료가 왜 효과적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만성 불면증의 메커니즘 중, 질병 발생 전에 가지게 되는 기질이 불면증 발생에 취약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의미의 개념이 선행 요인이다. 선행 요인은 생물심리사회적 전 영역에 걸쳐 존재한다. 생물학적 선행 요인으로는 과각성/민감반응성(hyperarousal/hypersensitivity) 또는 타고난 수면 장애의 취약성이 있다. 심리적 선행 요인으로는 지나치게 걱정이 많은 성향이 있고, 사회적 선행 요인으로는 함께 잠을 자는 사람과 수면주기가 맞지 않거나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겠다.
유발 요인은 환자의 선행 요인과 상호 작용하여 일시적으로 수면 개시 또는 유지 문제를 초래하는 요인을 의미한다. 질병으로 인한 입원이나 이로 인한 스트레스, 직장이나 학업 생활의 어려움, 시험, 이혼, 사별과 같은 대인관계의 문제 등은 수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불면증의 급성 단계에 작용하는 유발요인의 흔한 예다.
불면증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좋은 수면에는 해로운 부적응적 행동과 부정적 인지가 증가하여 결과적으로 수면에 대한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더욱 심한 과다각성을 일으켜 불면의 악순환을 야기한다. 잠을 잘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걱정을 되새기기, 불면증에 대한 과도하고 재앙화 하는 생각, 더 자기 위해 침대에 오래 누워 있거나 낮잠을 더 많이 자려는 행동, 불규칙한 수면 스케줄, 잠을 잘 때 외에도 침대에서 생활하는 습관, 음주습관이나 수면제 복용, 카페인 음료 마시기 등이 불면증의 지속요인으로 작용하는 부적응적 행동과 부정적 인지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지속 요인은 모두 불면증의 만성화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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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불면증의 임상적 평가
불면증의 평가는 단순히 수면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가진 수면에 대한 부적응적 습관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이는 약물 처방에 앞서 인지행동치료의 타겟을 설정하는 핵심적인 절차다.
불면증은 환자의 주관적인 수면 만족도에 크게 의존하는 질환이므로, 수면의 질, 양, 시간대, 규칙성, 그리고 낮 동안의 기능을 포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상세한 병력 청취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하다. 환자의 수면 문제를 24시간 주기의 관점에서 평가한다. 취침 시간, 입면 잠복기(잠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 자다 깨는 횟수와 이유, 최종 기상 시간 등 수면의 양상을 파악한다. 피로감, 졸음, 집중력 저하, 기분 변화 등 수면 부족이 낮 동안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여야 한다. 침실의 조명, 소음, 온도와 같은 수면 환경에 대해 평가하여야 하고, 카페인 섭취, 음주,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 등 수면을 방해하는 행동 습관을 조사한다.
환자의 수면 습관 평가에 흔히 사용되는 도구로는 수면 일기 (sleep diary) 가 있다. 환자가 최소 1~2주간 매일 자신의 수면 기록을 작성하게 한다. 이는 기억에 의존한 병력 청취의 한계를 보충하며, 이후 시행할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의 기초 자료가 된다. 주관적으로 호소하는 불면 관련 증상을 객관적으로 수치화 하여 중증도를 파악하고 치료 전후의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표준화된 설문지를 사용하는 경우 역시 흔하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척도로는 피츠버그 수면의 질 척도 (Pittsburgh Sleep Quality Index, PSQI) 가 있다. 지난 한 달 간의 전반적인 수면의 질과 방해 요인을 포괄적으로 평가한다. 역시 흔히 사용되는 척도로 불면증의 주관적 심각도를 평가하는 불면증 심각도 척도 (Insomnia Severity Index, ISI)와 낮 동안 과도한 졸음의 정도를 측정하여 기면증이나 수면무호흡증의 동반 여부를 스크리닝하는 엡워스 졸음 척도 (Epworth Sleepiness Scale, ESS)가 있다.
그 밖에 불면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기저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비만도, 목둘레 측정, 기초적인 신경학적/정신과적 검사 등을 수행하며 갑상선 기능 저하/항진증, 빈혈, 철분 결핍, 전해질 이상 등을 불면 증상을 일으키는 흔한 신체적 원인에 대해 평가한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하는 수면 평가도 이루어진다. 의료용/비의료용 기기의 민감도가 많이 다르고 표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논란이 있지만 장기적인 수면-각성 주기를 파악할 수 있어, 일주기 리듬 수면 장애나 수면 상태 오인을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중 발생하는 다양한 생리적 신호를 실시간으로 기록하여 수면의 구조와 질, 그리고 수면 중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사건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검사다. 검사는 피검자가 수면 검사실에서 하룻밤을 자는 동안 뇌파, 안구운동, 근전도, 심전도, 호흡기류 및 산소포화도 같은 다각적인 생체 지표를 동시에 측정한다. 모든 불면증 환자에게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적응증이 있을 때 반드시 시행을 고려해야 한다: 1) 수면관련 호흡장애가 의심될 때: 코골이가 심하거나, 자는 동안 숨을 멈추는 모습이 관찰되거나, 낮 동안 과도한 졸음을 호소하는 경우; 2) 수면 관련 운동 장애가 의심될 때: 수면 중 다리를 반복적으로 차는 주기성 사지운동장애나 하지불안증후군이 수면을 방해한다고 판단될 때; 3) 사건 수면(Parasomnia)이 의심될 때: 수면 중 보행(몽유병), 수면 중 이상 행동 등 비정상적인 행동이 나타날 때; 4)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만성 불면증: 충분한 약물 치료나 인지행동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수면 구조 자체를 정밀 분석해야 할 때; 5) 수면 상태 오인(Paradoxical Insomnia): 환자는 전혀 못 잤다고 호소하지만, 실제 수면 시간과 주관적 보고 사이의 괴리가 클 때.
<표2> 불면증 평가 시 수면다원검사의 임상적 적응증
분류 | 주요 적응증 및 의심 증상 |
1. 수면 관련 호흡장애 | 심한 코골이, 수면 중 무호흡 관찰, 주간 과다 졸림증 호소 |
2. 수면 관련 운동장애 | 주기성 사지운동장애(PLMD) 의심, 하지불안증후군(RLS)으로 인한 수면 방해 |
3. 사건 수면 (Parasomnia) | 몽유병(수면 중 보행), REM 수면 행동장애(비정상적 거친 행동) 등 |
4. 치료 저항성 불면증 | 충분한 약물 및 인지행동치료(CBT-I)에도 호전이 없는 만성 불면증 |
5. 수면 상태 오인 | 주관적 보고와 실제 수면 시간의 큰 괴리 (역설적 불면증) |
(6) 불면증의 비약물적 치료
불면증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잠드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 낮 동안의 기능을 회복하며, 수면에 대한 왜곡된 인지를 바로잡아 약물 의존도를 낮추는 데 있다. 전 세계 주요 수면 학회는 만성 불면증의 가장 효과 있는 것으로 입증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1차 치료로 강력히 권고한다.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는 1) 자극조절요법(stimulus control therapy), 수면제한요법(sleep restriction therapy), 근육이완으로 구성된 행동 요소, 2) 인지 요소, 3) 수면 위생 (sleep hygiene)을 중심으로 한 교육적 요소 등 불면증에 대한 다양한 종류의 비약물적 치료 요소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구성하는 요소들 중 행동 요소에 포함되어 있는 자극조절요법, 수면제한요법, 근육이완요법 등은 효과 크기 (effect size)가 큰 대표적인 비약물적 치료 요소이며 인지 요소는 우울증의 인지행동치료와 그 기본 개념이 비슷하다. 수면위생은 수면에 대한 상식이나 일반적인 행동원칙을 교육하는 내용이다.
만성적인 불면증 환자들에게 침실 및 침대 주변환경은 수면 시작의 어려움을 강화하는 괴롭고 두려운 감정과 연결되는 자극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오랫동안 누워서 잠을 청하였던 행동들은 결과적으로는 수면을 방해하는 행동이며, 이러한 행동들은 잠이 오지 않아 두렵고 괴로운 감정들과 연관된다. 자극조절요법은 침대와 침실 환경을 수면을 방해하는 행동과의 연결을 끊어내 수면을 강화하는 행동과 연결되는 조건화 자극(conditioned stimuli)으로 작용하도록 하여 일관성 있는 수면-각성 패턴을 만드는 것이 그 목적이다. 자극조절요법의 구체적 지침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졸릴 때만 잠을 잔다; 둘째, 잠과 성행위 이외의 다른 용도로 침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침대에서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밥을 먹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셋째, 잠을 잘 수 없으면 일어나서 다른 방으로 간다; 넷째, 잠이 오지 않으면 이전 단계를 반복한다; 다섯째, 아무리 잠을 적게 자더라도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여섯째, 낮잠을 자지 않는다.
수면제한요법도 자극조절요법과 마찬가지로 행동 요소의 일종이며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의 중요한 치료 요인이다. 불면증 환자들이 잠을 자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다 보면 깨어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수면이 파편화되며, 자는 시간과 깨어 있는 시간이 불규칙해져 점점 더 수면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을 실제 수면시간에 30분 정도만 더한 수준으로 제한하고 수면 스케줄을 규칙적으로 고정하는 것이 수면제한요법의 핵심이다. 치료자는 환자가 작성해 온 2주간의 수면 일지를 바탕으로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을 처방한다. 수면시간이 늘어나면 누워 있는 시간도 조금씩 늘려준다.
근육이완요법은 1930년대 처음 개발되어 불면증 환자들에게 그 효과가 입증된 불면증의 비약물학적 치료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점진적 이완요법은 근육긴장을 줄여주고 수면에 영향을 주는 여러가지 쓸데없는 생각들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근육이완요법이 불면증 환자들의 수면 시작의 어려움을 호전시키고 총 수면시간을 늘린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불면증의 인지 치료 요소는 벡(Beck)이 개발한 우울증 인지요법을 바탕으로 개발된 것으로, 수면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 불면증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잘못된 인식, 수면을 개선하는 행동에 대한 잘못된 믿음 등 수면에 대한 기능장애적 태도에 초점을 맞춰 인지력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 치료법이 소개된 지 몇 년 후, 하비(Harvey)는 불면증을 지속시키는 다섯 가지 주요 인지과정, 즉 수면 관련 위협에 대한 걱정, 선택적 주의와 모니터링, 수면과 낮 동안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오해, 수면에 대한 도움이 되지 않는 믿음, 그리고 비생산적인 안전행동들을 다루기 위해 새로운 인지요법을 제안했다.
수면 위생은 잠을 잘 자기 위해 지켜야 하는 보편 타당한 행동원칙들을 일컫는다. 흔히 소개되는 수면 위생의 내용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잠이 깨면 바로 일어나서 밝은 빛을 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둘째, 햇빛이 비치는 시간에 30분~1시간 정도 산책하되, 취침 직전의 격렬한 운동은 피한다; 셋째, 커피, 홍차, 녹차, 초콜릿 등 카페인이 든 음료와 음식을 자기전에 섭취하는 것은 피한다; 넷째, 낮잠을 자게 되면 야간 수면 욕구가 감소하여 밤에 잠들기 어려워지므로 낮잠은 가급적 피한다; 다섯째, 과식은 자극이 되어 수면을 방해하며 공복 역시 마찬가지로 수면을 방해할 있다. 허기질 경우 따뜻한 우유 한 잔 등은 도움이 된다; 여섯째, 잠들기 전 사용한 니코틴은 정신적 흥분을 유도하므로 가급적 저녁에는 니코틴 사용을 피한다; 일곱째, 침대에서는 오직 수면과 성관계만 하며, TV 시청이나 독서 등 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 여덟째, 술은 숙면을 방해하고 수면 중 자주 깨어나게 하므로 잠 잘 목적으로 마시지 않는다; 아홉째, 누운 후 10분 정도 지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자극이 적은 활동을 하다가 졸음이 오면 다시 눕는다; 마지막으로, 밤에 깨어났을 때 일부러 시계를 보면 불안과 긴장이 증가하여 잠을 더 쫓게 되므로 침실에서 시계를 치우는 것이 좋다.
(7) 불면증의 약물치료
불면증의 약물치료는 특정 상황과 원칙에 따라 권고된다. 일반적으로 불면증 환자의 약물치료는 단독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닌,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와 병행하여 시행하거나, 인지행동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보완적으로 사용한다. 즉, 만성 불면증 환자에게 1차 치료인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 효과가 없거나 불충분하여 불면 증상이 여전히 심각한 경우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또한, 치료 초기 증상이 너무 심해 환자가 인지행동치료에 순응하기 어려운 경우, 단기적으로 약물을 사용하여 증상을 조절한다. 최근의 스트레스 사건(사별, 이직, 질병 등)으로 발생한 급성 불면증상이 일상 기능을 심각하게 방해하고, 이것이 만성 불면증으로 이행될 위험이 높다고 판단될 때 약물 치료를 시행하여 조기에 개입할 수 있다. 그리고, 환자가 인지행동치료를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인지행동치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 또는 환자가 행동 요법에 대한 강력한 거부감을 보일 때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심한 우울증이나 기타 다른 정신질환 혹은 다른 심각한 신체질환을 가지고 있어 불면 증상의 악화가 기저 질환 치료를 방해하거나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을 경우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불면증의 약물치료시 고려해야 하는 몇 가지 처방원칙이 있다. 첫째,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가장 적은 용량을 사용하는 것이다. 둘째, 가급적 4주 이내의 단기 사용을 원칙으로 하며, 장기 복용 시 정기적인 재평가가 필수적이다. 셋째, 약물을 끊을 때는 반동 불면 현상(Rebound Insomnia)을 방지하기 위해 서서히 용량을 줄여서 끊는다. 넷째, 약물 치료 중에도 인지행동적 접근을 지속하여 최종적으로는 약물 없이 스스로 잠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도와야 한다.
식약처 승인을 받아 국내에서 처방되고 있는 치료 약물로는 크게 Z-drug 과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이 있다. 수면 개시의 어려움에 추천되는 약물로는 졸피뎀(Zolpidem), 에스조피클론(Eszopiclone), 잘레플론(Zaleplon) 트리아졸람(Triazolam)이 있으며 수면 유지의 어려움에 추천되는 약물로는 졸피뎀(Zolpidem), 에스조피클론(Eszopiclone), 독세핀(Doxepin)이 있다. 그밖에 일반의약품으로 흔히 쓰이는 디펜히드라민이나 멜라토닌은 만성 불면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부족하여 권장하지 않는다. 오프라벨 (Off-label) 로 흔히 처방되는 트라조돈(trazodone) 역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양질의 근거가 부족하여 권고되지 않는다. 또다른 오프라벨 사용 약물인 항우울제나 항정신병약물 역시 위험-이득의 고려에서 부작용 위험이 이득보다 클 수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
불면증 약물은 적절히 사용하면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만, 잘못된 복용 습관은 내성, 의존성, 그리고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약물 치료시 환자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내용으로 다음의 사항들이 있다. 약을 먹고 집안일 등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반드시 모든 취침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들기 직전에 복용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졸피뎀 등 Z-drug 계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수면 중 보행', '수면 중 취식' 등 기억나지 않는 이상 행동이 나타나면 복용을 중단하도록 설명한다. 또한, 갑자기 약을 끊으면 반동 불면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약을 줄일 때는 수 주에 걸쳐 용량을 서서히 줄이거나 복용 횟수를 줄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약효가 지속되는 동안 충분히 잘 수 없는 상황(예: 새벽에 깨서 운전해야 하는 경우)이라면 복용하지 않도록 주의시켜야 한다. 효과가 떨어진다고 느껴질 때 환자가 스스로 더 먹지 않도록 강력히 경고해야 한다. 효과 저하는 내성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여야 한다. 술과 수면제를 함께 복용하면 중추신경 억제 작용이 과도하게 증폭되어 호흡 억제나 급사의 위험이 있음을 설명해야 한다. 감기약(항히스타민제), 진통제 등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을 체크하여 주간 졸음이나 낙상 위험이 높아지지 않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약은 잠시 도와주는 보조 도구일 뿐이며 앞서 설명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요법을 통해 잘못된 수면 습관을 개선할 때 약을 줄여나갈 수 있음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3. 결 론
불면증의 진단은 환자의 주관적 보고와 임상적 기준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정교한 과정이다. 진단을 위한 평가는 약물 의존성을 최소화하고,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근거 기반의 표준 치료를 적용하기 위한 초석이 된다. 수면의 시작 혹은 유지의 어려움, 혹은 조기 각성으로 인한 수면의 질적·양적 불만족 상태를 정의하며, 낮 동안의 기능 저하를 동반하고 충분한 수면 기회가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입면 곤란이나 빈번한 각성을 경험하며, 주관적으로 ‘개운하지 않은 수면(Nonrestorative sleep)’을 호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불면증 치료의 최종 목표는 약물 의존성을 최소화하고 환자 스스로 양질의 수면을 통제할 수 있는 건강한 습관을 형성하는 데 있다. 임상적 근거에 따르면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는 불면증 치료의 최우선 권고 사항이며, 약물 치료는 필요한 경우에 한해 보조적으로 사용된다.
불면증 약물의 복약 지도는 단순히 '자기 전 한 알'이라는 용법 설명을 넘어, 환자의 수면 습관을 교정하고 약물에 대한 심리적 의존을 낮추는 심리적 지지 과정이 되어야 한다. 양질의 수면 확보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의 초석이며, '잘 자는 것이 잘 사는 것의 시작'임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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