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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구자들이 걱정 없이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돈이 아니더라도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창립 80주년을 맞은 대한약학회가 향후 한국 약학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젊은 연구자의 안정적인 연구환경과 산학협력 강화를 꼽았다. 단기간의 성과를 요구하기보다 연구자가 하나의 주제를 장기간 파고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학계와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연결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형식 대한약학회장은 22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약학회 창립 80주년 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약학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연구 생태계, 산학협력 등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김 회장은 앞으로 10~20년간 약학이 AI를 중심으로 큰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금은 AI 시대로 하루가 다르게 학문이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신약개발에 걸리는 10년, 20년의 시간을 1~2년으로 압축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맞춤형 의료와 AI 신약개발 분야를 더욱 활성화하고 다양한 학문 간 융합과 산학협력, 국제 학술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며 “창립 80주년을 계기로 대한약학회 100주년을 향한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AI와 같은 기술 변화 못지않게 이를 뒷받침할 ‘연구 생태계’의 중요성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김 회장은 젊은 연구자가 단기적인 성과에 쫓기지 않고 하나의 연구 분야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벨상은 R&D 연구비가 풍족하게 지원된다고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성과가 아니다”며 “자기 분야에서 10년, 20년간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줘야 노벨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많은 돈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연구할 수 있도록 소규모 연구비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연구가 1~2년 진행되다가 지원이 끊어지는 경우가 있어 연구의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민수 대한약학회 사무총장도 연구비의 규모보다 지속성에 무게를 뒀다.
노 사무총장은 동일한 연구주제로 지속적인 연구비를 확보하기 어려운 국내 연구지원 구조를 언급하며 “짧은 기간마다 연구비를 신청하면서 계속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는 구조는 기초학문이 충분히 성숙할 기회를 앗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은 연구비라도 정부가 과학자들을 믿고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토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약학회는 젊은 연구자 지원을 실제 학회 사업으로도 이어가고 있다.
김 회장은 54대 집행부의 주요 성과 가운데 하나로 젊은 약학자 지원을 꼽았다. 국내 약학대학이 과거 20개에서 현재 37개로 늘어난 상황에서 젊은 연구자들이 걱정 없이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진영원 학술위원장은 “젊은 미래 약학자에 대한 지원은 미래약학연구회를 통해 지속하고 있다”며 “젊은 학자들 사이의 경쟁과 협력이 함께 이뤄지고 있어 향후 연구 생태계가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약학회는 향후 산업계와의 접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산업계와의 라운드테이블을 준비했지만 일정 등의 문제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성사되지 않았다. 학회는 차기 집행부에서도 산업계가 연구성과를 학계와 공유하고 공동 연구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진 위원장은 미국 AAPS 사례를 들며 학계 규모가 줄지 않으면서 산업계 참여가 크게 확대된 것처럼 대한약학회 역시 산업계와 협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제약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산학협력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 사무총장은 “국내 기업들이 약가 인하 제도로 인해 신약개발에 재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건강보험 재정도 중요하지만 제약산업과 신약개발을 통한 기술혁신을 위해 제약기업이 이익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벤처에 대해서도 단기간 성과를 요구하기보다 일정 기간 연구개발을 이어갈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제약 벤처가 최소 5~7년간 연구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제약기업의 학술단체 지원과 학회 참여가 위축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회장은 “제약회사에 대한약학회에 참여하고 연구성과를 발표해 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참여가 활발하지 않다”며 국내 산업계와 학계 간 교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임기 중 아쉬운 점으로 젊은 약학자를 지원하기 위한 충분한 기금을 확보하지 못한 것을 꼽으면서 최근 제약기업들의 학회 후원이 감소한 점도 언급했다. 향후 산업계와 학계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한약학회는 AI 신약개발과 정밀의료 등 새로운 연구 분야와 산업계의 접점을 넓히는 동시에 국제 학술교류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AI 기반 신약개발을 비롯해 정밀항암치료, 천연물 신약, 건강기능식품, AI 시대 약학교육,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 약학의 연구·산업·사회적 역할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김 회장은 “앞으로 젊은 약학자들이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인 교류를 통해 자신의 연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며 “대한약학회가 이들에게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학회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창립 80주년 국제학술대회에는 약 1800~1900명이 참석한 것으로 학회는 파악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번 대회가 참석자 기준 역대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으며, 전시 부스도 50여개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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