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플랫폼서 '병원 수령' 마운자로 가격비교…원내조제 논란
실천약, 플랫폼 통해 찾은 의료기관서 미개봉 마운자로 한 상자 직접 수령 사례 공개
복지부 "자가주사제 원칙적으로 원외처방"…전문약 가격 노출·예약 연결도 조사 촉구
전하연 기자 │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9-30 19:04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주사제 병원 수령 안내 화면(왼쪽)과 실천하는 약사회가 플랫폼을 통해 찾은 의료기관에서 직접 수령했다고 밝힌 마운자로 제품(가운데), 보건복지부의 자가주사제 처방 안내 공문. 복지부는 자가주사제는 원칙적으로 원외처방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실천하는약사회

비대면진료 플랫폼에서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의 종류와 용량을 먼저 선택하고 가격을 비교한 뒤, 의약품을 병원에서 직접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까지 찾아 예약하는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플랫폼을 통해 찾은 의료기관에서 의사의 주사 행위 없이 미개봉 마운자로 한 상자를 환자에게 그대로 교부한 사례까지 제기되면서 자가주사제 원내조제와 플랫폼의 전문의약품 가격 비교·연결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의료기관에 자가주사제는 원칙적으로 원외처방해야 한다고 안내한 만큼, 단순히 제품을 환자에게 건네는 방식이 약사법상 의사의 직접 조제 예외에 해당하는지 관계 당국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천하는 약사회(이하 실천약)는 30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설문조사 과정에서 닥터나우와 나만의닥터 등 플랫폼의 비만치료제 관련 서비스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천약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일부 플랫폼에서는 비만치료제를 받을 장소로 ‘병원에서 한 번에 받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화면에는 “진료와 주사제를 한 곳에서 받을래요”라는 설명이 함께 제시된다.

또 다른 화면에서는 ‘다이어트 주사 예약’ 메뉴에서 용량과 수령 방법을 선택하면 지도상에 의료기관별 가격이 표시된다. 실천약이 제공한 화면에는 25만5000원, 27만원, 27만8000원, 31만원 등 의료기관별 가격이 노출돼 있다.

닥터나우가 이용자에게 보낸 것으로 제시된 알림에는 “다이어트주사 4펜 최저가 발견”, “다이어트주사 최저가 27만4500원” 등의 문구와 함께 “앱에서 최저가 약국을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온라인 가능 약국만 모아뒀어요” 등의 안내도 확인된다.

실천약은 단순한 플랫폼 화면 확인을 넘어 실제 의료기관에서 제품을 직접 수령한 사례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실천약에 따르면 이용자가 플랫폼을 통해 의료기관을 선택해 방문한 뒤 과거 마운자로 투여 경험을 이야기하자 처방이 이뤄졌고, 해당 의료기관은 마운자로를 직접 주사하지 않은 채 미개봉 제품 한 상자를 그대로 건넸다. 약값 역시 의료기관에서 결제했다는 설명이다.

실천약이 함께 공개한 사진에는 마운자로 프리필드펜주 5mg/0.5mL 4개가 들어 있는 제품 한 상자와 38만원이 결제된 영수증이 찍혀 있다.

실천약 측은 이 과정에서 BMI 등 비만치료제 적응증에 해당하는지 충분한 확인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용자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다만 개별 의료기관의 구체적인 진료 과정과 처방 적정성에 대해서는 관계 당국의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쟁점은 이 같은 방식이 약사법상 의사의 직접 조제가 허용되는 예외에 해당하느냐다.

현행 약사법 제23조는 약사·한약사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직접 조제할 수 있는 예외를 별도로 두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자가주사제 처방 안내’ 공문에서도 자가주사제는 원칙적으로 원외처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실천약이 제공한 해당 공문에는 “자가주사제는 원칙적으로 원외처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처음 환자가 스스로 투여할 수 있도록 주사 방법 교육 등이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 내 의사의 주사 행위는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주사하지 않고 미개봉 자가주사제를 환자에게 제품 단위로 교부하는 행위가 현행 약사법상 허용되는지는 당국의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천약은 개별 의료기관의 행위뿐 아니라 플랫폼이 이 과정에 결합돼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플랫폼에서 진료에 앞서 이용자가 특정 비만치료제와 용량, 수령 방법을 선택하고 의료기관별 가격을 비교한 뒤 해당 의료기관의 진료를 예약할 수 있다면,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치료 여부와 의약품을 결정하는 진료 과정보다 특정 의약품의 선택과 가격 비교가 선행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비만치료제는 다이어트 보조제가 아닌 전문의약품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성인의 경우 BMI 30kg/㎡ 이상이거나 고혈압 등 체중 관련 질환이 있으면서 BMI 27kg/㎡ 이상 30kg/㎡ 미만인 과체중 환자 등이 사용 대상이다.

전문의약품 광고 해당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행 약사법 제68조는 전문의약품 광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플랫폼에서 전문의약품의 제품명·용량과 의료기관별 가격을 제시하고 예약까지 연결하는 구체적인 서비스가 법에서 규정한 ‘광고’에 해당하는지는 별도의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

실천약은 “병원이 주사제를 취급했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며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주사한 것도 아닌데 미개봉 전문의약품 한 패키지를 그대로 가져가도록 하고, 플랫폼에서는 어느 병원에서 얼마에 약까지 받을 수 있는지를 비교해 환자를 연결하고 있다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대면진료를 통해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과 전문의약품의 종류와 용량, 가격을 먼저 보여주고 저렴한 곳을 찾아주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진료보다 의약품 선택과 가격 비교가 먼저 이뤄지는 방식이 확산되면 전문의약품이 일반 상품처럼 취급되고 의료쇼핑과 오남용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천약은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실제 투여 없이 미개봉 자가주사제를 환자에게 교부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실태조사와 약사법 위반 여부 확인을 요구했다. 아울러 플랫폼이 이 같은 원내조제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가격정보와 함께 의료기관을 연결했는지, 전문의약품의 제품명·용량·가격 노출과 가격 비교·정렬 서비스가 의약품 광고에 해당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천약은 “전문의약품 안전관리는 병원과 약국만 규제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플랫폼이 환자에게 특정 전문의약품을 보여주고 가격을 비교해 해당 의약품을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까지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면 그 역할에 맞는 관리 기준과 책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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