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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약국은 법률상 어떻게 정의되는가
‘창고형 약국’이라는 용어는 약사법 어디에도 정의돼 있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명확한 법적 개념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운영 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는 넓은 판매 공간, 대량 진열, 가격표를 중심으로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하는 동선, 건강기능식품·의약외품·생활용품과 의약품의 혼재, 저가·대량판매 지향 등의 특징을 가진 약국을 통상 ‘창고형 약국’이라고 부르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이러한 형태의 약국이 여러 지역에서 새로 개설되거나 운영을 시작하였다. 법이 아직 그 개념과 규율 방식을 정립하지 못한 사이, 시장이 먼저 새로운 약국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는 셈이다.
약사법은 약국 개설자와 운영자를 어떻게 규율하는가
현행 제20조는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도록 하고, 제21조는 원칙적으로 약국 개설자가 직접 그 약국을 관리하도록 규정한다. 제44조 역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주체를 약국 개설자와 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로 한정하고 있다.
여기에 2026년 5월 26일 개정되어 11월 12일부터 시행되는 약사법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정법은 종전의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는 규정을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약국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강화하였다. 형식적인 개설 명의뿐 아니라 실질적인 운영까지 금지 대상으로 명확히 포함한 것이다.
법개정에 따라, 앞으로 창고형 약국이 체인화·프랜차이즈화 되거나 외부 사업자가 자금, 인력, 상품 구성, 가격정책과 수익 배분을 사실상 통제하는 경우, 누가 약국의 실질적인 운영자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한층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개정된 이 한 문장은 향후 창고형 약국 규제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외부 자본과 MSO는 언제 사무장약국이 되는가
사무장약국 자체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제약사나 의약품 도매상이 약사의 명의를 앞세워 문전약국을 사실상 운영한다거나, 특정 병원 또는 비약사 자본이 약국 운영을 배후에서 지배한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거론돼 왔다.
다만 기존 소규모 약국은 개설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약사가 금융기관 대출을 받거나 외부 자금을 비교적 소액의 차용금으로 정리하면, 실제 자금 제공자와 운영 주체가 누구인지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창고형 약국은 사정이 다르다. 넓은 매장의 임차보증금부터 대규모 인테리어 비용, 초기 재고 매입비, POS와 재고관리 시스템 구축비까지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더욱이 상당수 창고형 약국은 유동인구가 많거나 외국인 관광객이 집중되는 핵심 상권에 자리 잡고 있어, 임차 비용만으로도 일반적인 소규모 약국과 비교하기 어렵다.
창고형 약국의 돈의 흐름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이 정도 거대한 규모의 자금을 약사 개인이 통상적인 대출만으로 마련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규제당국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결국 자금 조달 과정에서는 대출계약, 투자계약, 리스계약, 법인 명의의 임대차계약과 같은 문서가 남게 된다. 실제 투자금 유입과 수익의 귀속, 임대료와 인건비 지급 주체, 재고 매입대금 결제 경로 역시 금융자료에 나타난다.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실질적인 지배구조를 숨기기는 오히려 어려워지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필자에게 들어오는 상담 중 상당수도 바로 이와 관련된 내용이다. 창고형 약국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운영 중인 약국 개설자가 MSO 계약서를 들고 와, 이 정도의 권한을 외부 법인에 넘겨도 괜찮은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계약서 명칭은 대부분 ‘경영지원계약’이지만, 구체적인 조항을 살펴보면 단순한 경영지원의 범위를 넘어 직원의 채용과 배치, 상품 구성, 판매가격의 결정, 매출 관리와 수익 배분에 이르기까지 약국 운영 핵심 권한이 본부나 투자자에게 이전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창고형 약국 규제 강화, 개설심사부터 특별사법경찰까지
최근 몇 달 사이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정책과 입법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진숙 의원이 2026. 7. 10.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가 약국 개설등록 단계에서 자금관계와 계약관계에 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약국 개설 여부, 인력 채용, 시설 관리, 수익 배분과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외부 이해관계자의 계약상 통제 아래 놓여 있는지를 개설 단계부터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구조에서 외부 자본의 관여 수단으로 MSO 법인이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이미 규제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미화 의원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약국 개설·운영 단속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자금의 흐름, 투자계약의 내용, POS와 재고관리의 통제 주체, 인사와 경영에 관한 지시 내역 등 실질적인 운영관계를 수사 절차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기반이 강화될 것이다(2026. 6. 16.자 발의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대한약사회의 대응 변화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한약사회는 2026년 6월 약정협의체를 재가동한 데 이어, 7월 회의에서는 대규모 자본이 약사 면허를 빌려 약국을 운영하는 이른바 ‘면대약국’ 의심 사례를 공식적으로 제기하였다. 관련 사례를 취합해 보건복지부에 전달하고, 필요할 경우 수사기관 고발까지 추진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최근 보도된 창고형 약국 투자설명회 사례는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준다.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연 8%의 우선이익 분배와 매월 정산 등 조건이 제시된 정황이 알려졌다. 이러한 조건만으로 곧바로 위법한 사무장약국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외부 투자자가 약국의 수익을 정기적으로 배분받고, 투자계약을 통해 경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특히 수익의 귀속과 약사의 독립적인 의사결정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약국 종업원의 의약품 판매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또 하나의 핵심 쟁점은 의약품의 실질적인 판매 주체가 누구인지이다. 여기서 판단 기준은 단순히 누가 계산대에서 결제를 처리했는지가 아니다. 누가 소비자 증상을 듣고 의약품을 권유했는지, 선택 과정에 관여했는지, 복용 방법과 주의사항을 설명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헌법재판소는 복약지도를 단순한 정보 제공에 한정하지 않고, 구매자가 필요한 의약품을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02. 9. 19. 선고 2000헌바84 결정). 대법원 역시 의약품 판매행위에는 그에 수반되는 복약지도가 포함된다고 본 바 있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3423 판결). 결국 의약품의 선택과 설명을 무자격자가 사실상 담당하였다면, 마지막 단계에서 약사가 결제에 관여하거나 매장 안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적법한 판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외적으로 자주 언급되는 판결이 대법원 98도1967 판결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보조원이 약사의 묵시적 또는 추정적 지시 아래 드링크류를 판매한 행위를 실질적으로 약사의 판매로 인정했다. 그러나 이는 판매 품목이 비교적 단순한 드링크류였고, 약사의 구체적 지시와 감독이 있었다는 사실인정을 전제로 한 판결이다. 이를 근거로 “약사가 매장 어딘가에 있기만 하면 종업원의 판매도 허용된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하급심 행정쟁송 사례도 참고할만 하
서울 강서구 사건에서는 무자격자가 두통약을 판매한 사실을 근거로 약국 개설자에게 부과된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1. 11. 10. 선고 2011구합17264 판결). 반면 다른 사건에서는 약사가 약 4미터 거리에서 판매 과정을 감독하고 있었고, 검찰도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는 사정 등을 고려하여 과징금 처분이 취소되었다(국민권익위원회 서행심 2011-298, 2011. 6. 27.).
판매 주체를 가르는 기준은 계산이 아니라 복약지도다
결국 판단은 누가 약을 건네거나 결제를 처리했는지와 같은 외형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판매된 의약품의 성격, 약사의 위치와 개입 정도, 종업원에게 내려진 지시, 당시의 대화와 영상자료 등 객관적인 증거를 종합하여 약사가 판매 과정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창고형 약국을 비판하는 측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들은 창고형 약국의 매장 구조 자체가 복약지도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수백 종의 의약품이 넓은 공간에 진열되어 있는데 상시 근무 약사는 한두 명에 불과하다면, 매 순간 이루어지는 의약품 선택과 판매에 약사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업원이 고객 증상을 듣고 제품을 권유하거나 효능과 복용 방법을 설명한다면, 이는 단순한 계산 보조나 상품 진열의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 무자격자의 판매가 우연한 직원의 일탈이 아니라 인력 구성과 매장 동선에서 예정된 결과라면, 문제는 개별 행위에 그치지 않고 영업 구조 자체로 확대된다.
따라서 “약사가 항상 근무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매장의 규모, 의약품 진열 방식, 약사와 종업원의 수, 고객의 선택 과정에 약사가 실제로 개입할 수 있는 구조인지가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외부 자본의 지배와 무자격자 판매가 만나는 지점
창고형 약국은 외부 자본이 약국 개설과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문제와, 약사가 아닌 종업원이 의약품의 선택·설명·판매에 관여하는 문제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영역이다. 단순히 매장이 크고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규제할 수는 없지만, 기존 약사법이 전제한 약국 운영 방식과 상당한 긴장관계에 놓여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앞으로 창고형 약국의 개념과 허용 범위, 외부 자본의 관여 한계, 약사 인력과 복약지도 기준 등을 입법과 정책을 통해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명확한 법률상 기준이나 축적된 판례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사업자와 규제기관 모두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오승준 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액시스, (구) BHSN)
사법시험 46회, 사법연수원 36기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동 경영대학원
(전)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전)보건복지부 규제법무심사위원
(전)치과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회 위원
(현)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전)법무법인 LK파트너스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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