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학만 비어 있다...스포츠약학은 도핑 관리 아닌 '선수 위한 약료'"
이정연 대한스포츠약학회장 "의학·스포츠과학·데이터 융합 통해 새로운 학문 체계 구축
교육·연구·현장 프로토콜 연결…인증 스포츠약사 양성으로 생활체육까지 영역 확대
스포츠의학은 있었지만 스포츠약학은 없었다…융합학회 출범으로 전문 기반 마련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7-06 06:00   수정 2026.07.06 06:01
이정연 대한스포츠약학회 회장이 4일 진행된 ‘제1회 대한스포츠약학회 정기학술대회’에허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학술대회에 앞서 약업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약학은 도핑 관리를 넘은 ‘선수를 위한 약료’라고 강조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많은 분들이 스포츠약학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도핑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경험한 스포츠약학은 도핑만을 위한 학문이 아니었습니다. 선수들도 만성질환과 급성질환을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였고, 치료와 경기력을 모두 고려하는 전문적인 약료가 필요했습니다."

국내 스포츠약학이 새로운 전문 분야로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의료지원 현장에서 시작된 약사들의 경험은 연구 활동으로 이어졌고, 2023년 한국임상약학회 스포츠약료연구회 출범, 지난해 대한스포츠약학회 창립을 거쳐 올해 첫 정기학술대회 개최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선수 약료와 도핑 관리, 건강기능식품, 데이터 기반 선수 관리까지 포괄하는 스포츠약학은 이제 선수뿐 아니라 생활체육인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약학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대한스포츠약학회를 이끌고 있는 이정연 회장은 최근 약업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포츠약학은 특정 경기나 국제대회를 위한 일회성 활동이 아니라, 약사의 전문성을 스포츠 현장에 접목하는 새로운 실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포츠약학이라는 이름 자체가 아직은 생소하지만, 오히려 그 생소함 속에 새로운 가능성과 역할이 있다"며 교육과 연구, 현장 실무를 연결하는 학문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회장이 스포츠약학의 출발점으로 꼽은 것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다.

당시 선수촌 의무지원 체계에 약사들이 참여하면서 선수들에게 직접 약료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갖게 됐다. 올림픽은 국내 약사들이 스포츠 현장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첫 무대였으며, 이후 스포츠약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올림픽이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약사들에게는 선수들과 직접 만나 약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첫 경험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기존의 인식과는 달랐다.

일반적으로 선수는 건강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 의료지원 현장에서는 만성질환을 가진 선수들도 있었고 경기나 훈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급성질환도 적지 않았다. 치료 자체는 일반 환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선수에게 약을 처방하거나 복약지도를 할 때는 반드시 세계도핑방지규정과 금지약물 여부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특수성이 존재했다.

이 회장은 "선수들도 치료가 필요한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약을 사용할 때는 단순히 치료 효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도핑에 저촉되지 않는 약을 선택해야 했다"며 "이런 부분을 정확하게 알고 설명해 줄 수 있는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절실히 느꼈다"고 회상했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도 발견됐다.

도핑 규정을 우려한 일부 선수들이 필요한 치료를 받거나 약을 복용하는 것 자체를 주저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약물 사용이 경기 출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핑 규정을 이해하면서도 환자의 치료를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약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도핑 때문에 약을 잘 복용하지 않는 선수들도 있었다"며 "질환이 있어도 치료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면서, 선수들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약사가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적절한 의약품을 선택해 주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험은 스포츠약학을 단순한 도핑 관리 분야가 아닌 '선수를 위한 전문 약료'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이 회장은 "도핑은 스포츠약학의 일부일 뿐"이라며 "선수의 질환을 이해하고, 치료와 경기 출전을 함께 고려하며, 안전한 약물 사용을 지원하는 것이 스포츠약학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역할은 엘리트 선수뿐 아니라 생활체육인에게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으며, 스포츠 활동이 일상화되는 사회에서 스포츠약학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평창올림픽 이후 현장에서 얻은 경험은 연구로 이어졌다. 스포츠 현장에서 확인한 약료의 필요성을 학문적으로 정리하고, 약사 사회와 공유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으며, 이는 한국임상약학회 스포츠약료연구회 출범의 기반이 됐다. 연구회 활동은 이후 독립 학회 창립으로 이어졌고, 스포츠약학을 체계적인 교육과 연구, 실무가 연결되는 전문 분야로 발전시키기 위한 준비가 본격화됐다.

이 회장은 "평창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올림픽 지원 활동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스포츠약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고민하게 만든 출발점이었다"며 "선수를 위한 약료를 어떻게 체계화할 것인지, 약사가 스포츠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자연스럽게 시작됐고, 그것이 오늘의 대한스포츠약학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약학의 필요성을 확인했지만, 이를 하나의 학문 분야로 발전시키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국내에는 스포츠의학이라는 개념은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스포츠약학은 대부분의 약사들에게도 생소한 분야였기 때문이다.

이정연 회장은 대한스포츠약학회 창립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스포츠약학이라는 개념 자체를 설명하는 일'을 꼽았다.

그는 "새로운 학회를 만든다는 것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스포츠와 약학이 왜 만나야 하는지를 이해시키는 일이었다"며 "많은 분들이 '약학이 스포츠에서 무엇을 하느냐', '스포츠와 약학이 어떤 관계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스포츠약학이라는 이름 자체가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분야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포츠 분야에는 이미 다양한 전문 영역이 구축돼 있다.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를 중심으로 한 스포츠의학은 물론 물리치료와 운동재활, 스포츠한의학, 스포츠치의학 등 각 직역별 학술단체와 연구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약학 분야만큼은 스포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술 기반이 사실상 부재했다.

이 회장은 "의학 분야에는 스포츠의학이라는 큰 학문 체계가 이미 자리 잡고 있고 재활 분야나 한의학, 치의학에서도 스포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회가 운영되고 있다"며 "유독 약학만 스포츠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하는 조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약사만의 조직을 만드는 것보다 다양한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다른 직역 전문가들에게 함께 연구하자고 찾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약학 분야도 반드시 학회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따로 협력하는 방식보다 처음부터 모두가 함께하는 융합학회를 만드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한스포츠약학회가 출범 초기부터 '융합'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학회에는 약학뿐 아니라 의학, 스포츠과학, 도핑 분석, 데이터사이언스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선수 보호와 스포츠 현장의 안전을 하나의 학문으로 접근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스포츠약학은 어느 한 직능만으로 발전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선수를 이해하는 사람, 질환을 이해하는 사람, 의약품을 이해하는 사람,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들이 함께 연구해야 현장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포츠약학의 대상 역시 국가대표 선수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제대회 선수들에게 적용되는 약료서비스 경험은 생활체육으로 확산될 수 있으며,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일반인에게도 스포츠약학이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현재도 선수뿐 아니라 생활체육인까지 함께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운동을 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질환 관리와 의약품 사용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학회는 단순한 학술 교류를 넘어 스포츠약학을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문 분야로 정착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가장 먼저 추진한 사업이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회장은 스포츠약학이 새로운 분야인 만큼 무엇보다 체계적인 교육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약학은 관심만으로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선수를 만나려면 금지약물 규정부터 치료 원칙까지 모두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먼저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습니다."

학회는 현재 스포츠약학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인증 스포츠약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첫 교육과정을 마친 데 이어 앞으로 2기와 3기 교육도 이어갈 예정이다.

이 회장은 "교육을 받은 약사들이 실제 스포츠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스포츠약학이 하나의 전문영역으로 자리 잡으려면 지속적인 교육과 인력 양성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을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연구를 통해 근거를 축적하며, 이를 다시 현장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대한스포츠약학회의 궁극적인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학회는 단순히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조직이 아니라 현장과 연구, 교육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돼야 합니다. 그래야 스포츠약학이 일회성 관심 분야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전문 분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은 스포츠약학이 아직은 생소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약사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분야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정연 회장이 그리고 있는 대한스포츠약학회의 미래는 단순히 학술대회를 개최하거나 연구 논문을 발표하는 학술단체에 머물지 않는다. 스포츠 현장에서 활동할 전문 약사를 양성하고, 연구를 통해 근거를 축적하며, 이를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표준 서비스로 연결하는 것이 학회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는 이를 '교육-연구-현장 실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스포츠약학이라는 분야를 많은 약사들이 새로운 전문영역으로 인식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하지만 인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려면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고, 연구를 통해 축적된 근거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회장은 학회가 가장 먼저 교육 프로그램 구축에 집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스포츠약학회는 스포츠약학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교육을 이수한 약사를 중심으로 스포츠약학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단순한 강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제 스포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증 스포츠약사'를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 회장은 "1기 교육과정을 시작으로 앞으로 2기, 3기까지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교육 주제도 계속 개발하면서 보다 다양한 분야를 다룰 수 있도록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약학이 교과서만으로 익힐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올림픽과 국제대회에서 축적한 경험을 교육과 연구로 체계화하고, 다시 현장으로 환류시키는 과정이 반복돼야 비로소 하나의 전문 분야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교육과 함께 학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분야는 연구다.

이 회장은 앞으로의 연구는 단순히 스포츠와 약물을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모델을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약사의 스포츠약료 프로토콜 구축이다.

그는 "선수를 만났을 때 어떤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지, 어떤 약물을 선택해야 하는지, 어떤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기본적인 알고리즘이나 프로토콜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기준이 마련되면 현장 약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각 상황에 맞게 응용하면서 보다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특정 의료기관이나 국제대회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스포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표준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연구는 논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며 "프로토콜과 알고리즘 역시 그런 목적에서 추진하는 연구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대한스포츠약학회의 활동 범위도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는 국가대표 선수와 전문선수를 대상으로 한 경험이 연구의 기반이 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생활체육인까지 스포츠약학의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 학회의 방향이다.

운동을 즐기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을 함께 사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운동과 약물 사용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 수요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선수뿐 아니라 생활체육인도 스포츠약학의 중요한 대상"이라며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생활체육까지 확장하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약학의 성장이 약사의 새로운 직역 확대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건강관리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약사의 역할이 지역사회와 예방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처럼, 스포츠 분야 역시 약사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직 국내에서는 스포츠약학이 초기 단계인 만큼, 지금이 새로운 분야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생소한 것은 새로운 것이고, 새로운 분야에는 항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망설이기보다 먼저 관심을 갖고 현장을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역할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스포츠약학회도 그러한 기회를 함께 만들어 가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교육과 연구, 그리고 다양한 협력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의료지원 현장에서 시작된 작은 경험은 연구회 설립을 거쳐 하나의 학회로 발전했고, 이제는 교육과 연구, 다학제 협력, 현장 실무를 연결하는 새로운 약학 분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선수에게 안전한 약물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한 스포츠약학이 앞으로 국내 약학계의 또 다른 전문영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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