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8억$ 볼륨 제약광고 신뢰성에 흠집
'바이옥스' 파장 광고업계에도 불똥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4-10-13 18:28   수정 2004.10.14 08:50
"아스트라제네카社의 위산 관련질환 치료제 '넥시움'(에스오메프라졸)을 복용하면 어떨까 합니다. 광고에서 봤거든요.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속하게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는 말들을 예전에 들었습니다."

뉴저지州에 거주하는 올해 26세의 에밀리 마틴 양은 지난 여름 응급 담낭제거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했다가 위산역류증까지 있다는 진단을 받자 대뜸 의사에게 이 같이 문의했다.

마틴 양의 사례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해 '넥시움' 한 품목을 위한 광고에만 무려 2억6,000만 달러에 가까운 엄청난 비용을 지출했던 이유를 잘 설명해 주고도 남는 대목이다.

지난 2001년 FDA의 허가를 취득했던 '넥시움'은 속쓰림·소화불량 등의 증상에 다빈도 처방됨에 따라 미국시장에서 지난해에만 31억 달러의 매출실적을 올리는 등 현재 대표적인 베스트-셀링 품목의 하나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말 머크&컴퍼니社의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로페콕시브)가 회수조치된 이후로 소비자들을 직접 겨냥한 제약업계의 DTC(Direct-To-Consumer) 광고가 새삼 논란거리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처방약 광고시장은 오늘날 한해 38억 달러대의 짭짤한 볼륨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바이옥스'만 하더라도 광고의 위력 탓에 정작 이부프로펜 등의 값싼 OTC 제품들을 복용해도 괜찮았을 수많은 환자들이 앞다퉈 이 약물을 선호해 왔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톤을 높이고 있던 상황이다.

당장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은 지난 5일 딕 체니 現 부통령과 가진 TV 토론에서 제약광고를 비난하는데 시간을 쪼개 썼다. 백악관 입성에 성공할 경우 제약기업들의 TV광고에 손을 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실제로 존 케리와 에드워즈 캠프는 "제약광고가 값비싼 처방약들의 불필요한 수요확대를 부추기고, 이로 인해 미국의 헬스케어 관련비용 지출액이 두자릿 수 단위로 증가하는 등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입장을 정리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부시-체니 캠프의 메건 후크 정책담당관은 "민주당 후보진영이 제약광고의 문제점을 과대포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회계감사국(GAO)가 지난 2002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약기업들은 광고비 보다 무료샘플 제공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제약광고는 환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후크 담당관 주장의 요지.

이와 관련, FDA는 '바이옥스'의 리콜과 관련해 추가조치는 없을 것임을 지난주 공표했었다. FDA의 크리스탈 라이스 대변인은 오히려 "독자-친화적인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 제약광고 관련법규의 추가적인 완화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닐센 모니터-플러스社(Nielsen)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해 '넥시움'의 광고비로만 2억5,700만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넥시움'은 케이블 뉴스 프로그램 등의 TV광고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했고, '타임'이나 '뉴스위크' 등 시사잡지들의 지면을 빈번히 장식할 수 있었다.

이에 힘입은 결과일까?

IMS 헬스社에 따르면 지난해 '넥시움'은 한해 사이에 매출이 58%나 뛰어올라 미국시장에서 처방약 매출순위 7위에 랭크됐다.

지난 1990년부터 1996년까지 FDA의 커미셔너를 역임했던 데이비드 A. 케슬러 박사는 "과다사용에 따른 위험성보다 적절한 복용에 따른 효과가 클 경우 의약품의 DTC 광고는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케슬러 박사는 FDA를 떠나기 전에 제약광고 관련법규를 완화했던 장본인.

그러나 사용을 부추기고,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만 초점을 맞춘 제약광고가 지나치게 넘쳐나고 있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일부 콜레스테롤 저하제들과 백신 등은 일반대중의 관심을 자극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는 것. 현재 그는 캘리포니아大 샌프란시스코분교(UCSF) 의대의 학장을 맡고 있다.

케슬러 박사의 언급은 환자들이 구체적인 브랜드명까지 직접 거론하며 처방을 부탁해 올 경우 명백히 부적절한 약물이라는 판단이 서지 않는 한, 요구를 수용하는 의사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일리노이州 시카고에 있는 노스웨스턴 기념병원에 재직 중인 에릭 크로시토프 박사는 "제약광고가 일반대중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할지, 부정적으로 평가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제약광고가 신약을 홍보하는데 무게중심이 두어져 있고, 이로 인해 자칫 과도한 사용을 부추길 가능성이 다분한데 비해 아무래도 신약은 장기적인 안전성 평가자료가 미흡한 상태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은 한가지 유념해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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